관리 메뉴

SF 생태주의

<곰과 함께>는 생태 사회주의에 동의하는가 본문

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곰과 함께>는 생태 사회주의에 동의하는가

OneTiger 2018. 3. 19. 19:54

단편 소설 모음집 <곰과 함께>는 환경 오염을 경고합니다. '곰과 함께'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환경 오염을 둘러싼 다양한 사고 방식들이나 재난들을 보여주고, 어떻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환기시킵니다. 번역자 정해영은 <곰과 함께>가 좌파적이라고 은근히 강조하는 것 같으나, 소설 속에 당파적인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 같이 좌파적인 작가라고 해도 그런 부분을 딱히 강조하지 않아요. 다들 짤막한 소설이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인 내용을 쉽게 집어넣지 못할 것 같고요.


<곰과 함께>를 읽는다고 해도, 작가들이 어떤 경향인지 금방 파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곰과 함께>에 나오는 비극들을 막고 싶다면, 인류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생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환경 운동 역시 중요하나, 생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은 정말 근본적인 문제를 뜯어고칠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기후 변화 같은 심각한 환경 오염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거대 자본가들이 막대한 생산 수단을 차지했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은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결국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토지를 비롯한 생산 수단들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관리할 때, 인류 사회는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끝이 아니고, 생태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더 급진적인 대안들이 필요하겠으나, 저는 생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이 당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본주의 체계를 완전히 깨뜨리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나 다른 환경 오염들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지 모르죠. 하지만 <곰과 함께>에 참여한 작가들이 이런 대안에 동의할까요.


내서니얼 리치, 헬렌 심프슨, 데이비드 미첼, 파올로 바치갈루피 같은 작가들이 생태 사회주의에 동의할까요. 그들이 생산 수단의 사회적인 공유에 고개를 끄덕일까요. 그들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고 경제적인 문제에 주목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킴 로빈슨 같은 좌파적인 작가가 생태 사회주의에 동의하는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킴 로빈슨은 좌파적인 시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SF 작가이나, 킴 로빈슨 역시 경제적인 문제보다 문화적인 문제에 더 치중할지 모르죠. 어쩌면 <곰과 함께>에 참가한 작가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부정하지 않을지 몰라요.



만약 <곰과 함께>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이용해 생태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이유가 있을까요. 똑같이 환경 오염을 비판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환경 운동과 생태 사회주의는 다릅니다. 일반적인 환경 운동은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비판한다고 해도, 피상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일반적인 환경 운동은 소수 자본가가 막대한 생산 수단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소수 자본가들에게 굴종한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일반적인 환경 운동은 사람들에게 그저 착하게 살라고 말하고, 선의나 연민을 강조합니다.


반면, 생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직시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 선의나 연민이나 동정은 환경 오염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소수 자본가들이 막대한 토지를 차지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류가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관리할 수 있겠어요. 오직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동물 권리에 관심이 있겠어요. 그건 독재가 평등한 구조라는 말과 똑같죠. 저는 일반적인 환경 운동을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운동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해요. 생태 사회주의는 본질적이고 거대한 문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곰과 함께>에 참가한 작가들은 그런 문제를 직시할까요.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 모릅니다. <곰과 함께>에 참가한 작가들은 사회주의를 부정하고 악질 빨갱이라고 비난할지 모릅니다. 만약 작가들이 사회주의를 부정한다면, <곰과 함께>를 이용해 생태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오직 작가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독자 역시 소설을 비평하거나 비판할 수 있어요. 독자에게는 소설을 읽고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죠. 그리고 소설을 비판할 때, 독자는 작가가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독자가 소설을 호평한다고 해도, 독자는 작가가 놓치거나 간과한 부분을 짚어야 합니다. 올바른 비평은 그런 것이겠죠. <곰과 함께>는 환경 오염을 경고하는 소설 모음집이나, 작가들은 자본주의를 본질적으로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곰과 함께>는 그저 암울한 상황들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그걸 읽고 대안을 구상하는 몫은 독자들의 몫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작가들이 생태 사회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곰과 함께>를 이용해 생태 사회주의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단 이 소설만 아니라 다른 소설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