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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 이 게시글에는 나오미 노빅이 쓴 소설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 에서 영화 주인공 케이는 조이라는 여자와 사귑니다. 문제는 조이가 인간이 아니라 홀로그램 인공 지능이라는 사실입니다. 케이는 조이를 사랑하고, 조이 역시 케이를 사랑합니다. 아니, 조이는 자신이 케이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이는 인간이 아닙니다. 조이는 인공 지능이고 프로그램입니다. 정말 조이가 케이를 사랑하나요? 조이는 그저 프로그램을 따를 뿐인지 모릅니다. 조이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인공 지능이고, 그래서 조이는 케이를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조이는 자신이 정말 케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비록 조이가 케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이것 역시 프로그램인지 모릅니다. 프로그램이 케이를 사랑하라고 명령..
※ 이 게시글에는 케이트 윌헬름이 쓴 소설 와 존 발리가 쓴 소설 의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연인을 한쌍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세상에서 연인은 한쌍입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연인이 될 수 있죠. 세 사람들이나 네 사람들은 연인이 되지 못합니다. 연인은 오직 한쌍이고, 그래서 수많은 창작물들은 한쌍이 헤어지거나 서로를 그리워하거나 다시 만나는 과정을 노래합니다. 심지어 SF 장르에서 두 연인은 시간을 거스르고 서로 만납니다. 소설 는 아련한 시간 여행 로맨스일 겁니다. 이런 소설에서 두 연인은 시간을 거스르고 직접 만납니다. 한편으로 단편 소설 에서 두 연인(소녀와 소년)은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소녀와 소년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속했습니다. 양쪽은 그저 소통할 수 있을 뿐입니다. 두..
[게임 시리즈의 노블 분대. SF 세상에서 대부분 강화복들은 기계 장비들입니다.] 소설 와 이후, 강화복은 밀리터리 SF 장르에서 빠지지 못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주 전쟁을 다룬 이야기들이 전부 강화복을 애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화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나 우주 전쟁물도 많아요. 하지만 강화복은 분명히 밀리터리 SF 장르가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각 창작물들마다 (이름과 형태는 다르지만) 다양한 강화복들을 선보이죠. 모든 강화복들의 공통점이자 기본적인 조건은 말 그대로 '근력을 강화해주는 옷'이라는 겁니다. 누가 강화복을 입든, 강화복은 옷이어야 합니다. 착용자는 강화복에 탑승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착용합니다. 이게 여타 인간형 보행 장비와 강화복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겁니다..
"사유 재산은 시각적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신주는 사유 재산이 등장하기 위해 상품이 시각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각적이지 않은 사물은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시장에서 뭔가를 팔고 싶다면, 그걸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강신주 박사는 공기나 향기를 사례로 들더군요. 아무도 공기를 팔지 못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공기를 팔고 싶다면, 그 사람은 공기를 통에 포장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공기를 통에 포장하는 순간, 공기는 깡통이라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이 됩니다. 들꽃의 향기 역시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그 꽃의 향기를 추출하고 그걸 향수병에 담아야 합니다. 향기가 향수병에 담긴다면, 이 향수병..
과 은 존 발리의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이런 단편 모음집을 보면, 그 작가의 일관된 특성이나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작가가 좋아하는 소재, 자주 사용하는 설정 등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수많은 소재에 골고루 관심을 보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특정한 소재를 계속 변주합니다. 존 발리는 후자 같습니다. 적어도 과 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비슷한 소재들을 다양하게 변주합니다. 그런 소재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바이오펑크가 눈에 뜨이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신체 개조라고 해야 하겠죠. 단편 소설들 속에서 신체 개조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유전자 조작 수준이 있는가 하면, 그냥 겉모습을 변장하는 수준이 있습니다. 얼굴에 플라스틱 가면을 쓰고, 이 가면이 녹고, 얼굴에 들러붙고,..
존 발리의 은 독특한 유토피아 소설입니다. 유토피아 구성원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설 속에서 전세계는 경제적인 디스토피아에 빠집니다. 실업률이 치솟고, 불황이 사람들을 덮치고, 모두 빈곤과 비탄과 절망에 빠집니다. 공동체 운동은 이럴 때 힘을 얻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다양한 공동체들이 번성합니다. 각 공동체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합니다. 누군가는 신에게 매달리고, 누군가는 난교를 벌이고, 누군가는 산업 문명을 거부합니다. 소설 주인공은 그런 공동체들을 떠도는 나그네입니다. 실업과 불황은 주인공을 사회에서 쫓아냈고 주인공은 마음을 붙일 곳을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돕니다. 주인공은 어떤 공동체들이 번성하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지만, 독자는 그야말로 ..
은 11번째 불새 걸작선이고, 존 발리의 소설 모음집입니다. , , , 의 4개 소설이 실렸습니다. 불새 출판사가 내놓은 존 발리의 또 다른 소설들, 이나 , 처럼 이 모음집에도 생체 개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 은 모두 생체 개조 이야기입니다. 의 주인공은 생체 개조를 잘못 했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죠. 인류는 외계 행성들에 개척지를 세웠고, 소설의 배경은 금성입니다. 모종의 사정 때문에 주인공은 금성에 들립니다. 문제는 주인공이 금성에 들리기 전에 인공 안구를 구입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건 사기이자 바가지였고, 주인공은 낯선 개척지에서 앞이 안 보이는 곤경에 처합니다. 게다가 이 개척지는 워낙 초라하고 작기 때문에 변변한 병원이 없습니다. 심지어 의사마저 없습니다. 유일무이한 의술 전문가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