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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 사이언스 픽션에서 포식자 공룡은 흡혈귀(괴물)에 가깝습니다.] 드라큐라는 공룡이 아닙니다. 브람 스토커는 이 흡혈귀(뱀파이어)를 창조했습니다. 이 소설가는 드라큐라가 공룡이라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비단 브람 스토커만 아니라 다른 소설 독자들 역시 똑같습니다. 많은 소설 독자들은 드라큐라가 공룡이라고 분류하지 않을 겁니다. 이 흡혈귀(뱀파이어)와 달리,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공룡입니다. 드라큐라가 공룡이 아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공룡이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양쪽은 다릅니다. 분명히, 드라큐라와 티라노사우루스는 다릅니다. 아무리 양쪽이 다르다고 해도, 드라큐라는 인간을 죽입니다. 이 흡혈귀와 폭력은 연결됩니다. 브람 스토커는 를 썼습니다. 이 소설에서 폭력은 커다란 비중입니다. 아니, ..
만약 남한 표준어가 언데드를 번역한다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요? 뱀파이어, 흡혈귀는 언데드입니다. 드라큐라는 언데드입니다. (아브라함 반 헬싱이 노스페라투를 언급하는 것처럼, 브람 스토커는 '언데드'라는 소설 제목을 붙이기 원했었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드라큐라를 논의할 때, 남한 사람들은 언데드를 불사귀(不死鬼)라고 부릅니다. 언데드는 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정한 시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이건 언데드입니다. 불사귀 역시 부정한 것이 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언데드와 불사귀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자어보다 순우리말은 나을지 모릅니다. 순우리말들 중에서 '산송장'은 언데드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언데드는 시체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산송장 역시 시체(송장)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시체(송장)가 살아있기..
"시간이 가도 죽지 않는, 한갓 모더니티가 죽일 수 없는, 그 세기만의 힘." 이는 그레이엄 무어가 쓴 소설 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동시에 이는 브람 스토커가 쓴 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왜 브람 스토커가 이런 문구를 소설에 집어넣었을까요? 왜 그레이엄 무어가 에 이런 문구를 집어넣었을까요? 그 이유는 셜록 홈즈와 드라큐라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기 때문일 겁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은 여기에서 파생했습니다. 서구적인 근대화, 자본주의, 산업 혁명, 첨단 과학 이론, 노동 운동, 1차 및 2차 세계 대전, 성 평등, 치명적인 환경 오염은 '모더니티'에서 비롯했죠. 이런 것들은 여전히 21세기 초반..
[게임 이 보여주는 19세기 투박한 플로지스톤 강화복.] 비디오 게임 은 소설 를 과장한 액션 롤플레잉입니다. 게임 주인공은 반 헬싱이나, 이 게임은 와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은 온갖 고딕 호러들과 스팀펑크들을 조합했고, 악마들과 괴물들과 개조 생명체들과 흑마법들과 증기 기관 로봇들을 선보입니다. 이 게임을 본다면, 19세기 환상 소설가들이 뭐라고 생각할까요. 아마 그들은 이 정말 괴악한 짬뽕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습니다. 늑대인간은 전기 장치를 달았고, 부유 로봇은 연기를 칙칙 뿜고, 구닥다리 무인기는 악마에게 총을 쏘고, 어설픈 강화복은 철컥거리며 유령을 때려 잡습니다. 사람들은 위어드 사이언스를 두려워하고, 반 헬싱은 증기 기관을 조작하는 동시에 유령 아가씨를 사귑니다. 누군가는 이 산만한 잡..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셜록 홈즈와 함께 드라큐라는 세상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소설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드라큐라의 라이벌 아브라함 반 헬싱도 인기가 많죠. 반 헬싱이 드라큐라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드라큐라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 헬싱이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 헬싱은 이성과 과학으로 음습한 악의 무리를 뒤쫓는 사냥꾼이고, 이런 사냥꾼의 이미지는 후대 창작물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가령, 휴 잭맨이 주연한 도 그런 종류입니다. 드라큐라 이야기지만, 흡혈귀보다 반 헬싱에 더 초점을 맞췄죠. 이름도 가브리엘 반 헬싱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도 그런 창작물입니다.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으로 부를 수 있으려나요. 은 일종의 핵 앤 슬래..
어떤 창작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작가의 성향을 중시할 테고, 누군가는 작품 자체의 주제를 중시할 테고, 누군가는 지리적인 영향을 중시할 겁니다. 또 누군가는 시대상을 중시할 겁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특정 시기의 소설들을 한데 묶고, 이런 작품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검토합니다. 가령, 일제 시대의 소설들은 여러 모로 비교할 점들이 많습니다. 어떤 작가는 저항을 부르짖고, 어떤 작가는 풍자와 해학으로 맞섭니다. 어떤 작가는 그저 아름다운 감수성만 노래합니다. 똑같은 저항 작가라도 성향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육사 선생과 윤동주 시인의 면모가 서로 다른 것처럼요. 21세기 독자는 채만식의 같은 소설에서 당시 시대의 암울한 분위기와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탐구할 수 있고, 이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