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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 세상 속의 겨울 풍경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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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세상 속의 겨울 풍경들

OneTiger 2018. 12. 14. 20:23

[게임 <윈터 임팩트>의 한 장면. 비현실적인 폭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쉽게 이어집니다.]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노틸러스는 만능 잠수함입니다. 네모 선장은 자신이 노틸러스를 몰고 어디에나 갈 수 있다고 장담하죠. 네모 선장이 자랑스럽게 장담한 것처럼, 노틸러스는 남극으로 향했고, 네모 선장은 남극점에 자신의 깃발을 꼽았습니다. 문제는 귀환이었습니다. 노틸러스는 얼음들에 갇혔고,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만능 잠수함은 함부로 빙판을 뚫고 나오지 못했어요. 그 덕분에 잠수함 승무원들은 전멸할지 몰랐고, 이 사태는 노틸러스의 최대 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이보다 더 극적인 위기 상황은 없을 것 같습니다. 노틸러스가 다른 군함과 싸우거나 커다란 오징어들과 싸웠다고 해도, 남극 상황보다 그것들은 위험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말 남극에서 모두 죽을 위기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만능 잠수함에게 적대적인 군함이나 커다란 오징어 무리보다 혹독한 기후는 치명적인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혹독한 기후가 치명적이라고 이야기하는 SF 소설은 비단 <해저 2만리>만이 아닐 겁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이고 기이한 극지나 서릿발 같은 기후 변화, 차가운 겨울 행성을 묘사합니다.



여러 시인들이 말한 것처럼, 차갑고 하얀 겨울은 고난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문명 세계라고 부르는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겨울을 고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겨울은 죽음의 계절입니다. 러시아나 동아시아 사람들은 동장군이라는 표현을 만들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동장군은 태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눈이 내리는 겨울이 즐거운 연말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우리가 안락한 현대 문명을 누리지 못했다면, 우리는 겨울을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두껍고 차가운 눈을 헤치고, 먹거리를 구하고, 땔감들을 찾고, 얼어붙은 신체 부위를 자르고, 굶주린 육식동물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면, 우리가 겨울을 좋게 바라볼 이유는 없겠죠.


잭 런던이 쓴 여러 소설들은 얼마나 겨울이 가혹한지 이야기합니다. 물론 <야성의 부름>이나 <버닝 데이라이트>나 <불을 피우다> 같은 소설들은 겨울이라는 시간적인 배경보다 극지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강조합니다. 노틸러스가 고생한 남극 역시 겨울보다 극지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극지와 겨울은 동일한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하얗고 추운 상황을 제시할 수 있죠. 극지는 훨씬 가혹하고 영구적인 겨울입니다. 이런 극지 상황이 일상적으로 덮친다면, 그건 절대 반갑지 않겠죠. 그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소설 <로드>는 극지를 묘사하지 않으나, 주연 남자와 소년은 언제나 눈밭을 떠돕니다. 하얗고 굵은 눈송이들은 영원히 지상을 뒤덮고, 봄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빼앗긴 들에 봄이 올 거라고 노래하나, <로드>에서 그런 노래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독자들은 이 소설이 핵겨울 아포칼립스라고 추측합니다. 작가는 아무 단서도 제시하지 않았으나, 여러 상황들은 핵겨울을 가리킵니다. 전략 병기가 터졌기 때문에 핵겨울은 세상을 덮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 많은 눈은 정상적인 눈이 아닐지 모릅니다.


어쩌면 핵전쟁은 핵겨울을 유발했고, 그래서 세상 천지는 두꺼운 눈 세상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인류 문명이 멸망했기 때문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남자와 소년은 힘들게 살아갔을 겁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남자와 소년이 좀 더 쉽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남자와 소년은 그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별로 커다란 변화는 없었을 겁니다. 인류 문명은 잿더미가 되었고, 사방팔방에서 약탈자들은 날뛰고, 먹거리를 구하기는 어렵고, 다른 생필품들 역시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락한 정감을 누리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두꺼운 눈은 고난을 더욱 강조하고,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어요.



SF 독자들이 <고양이 요람> 같은 소설을 세상이 얼어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SF 세상에서 아이스 나인은 꽤나 유명한 소품입니다. 커트 보네거트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아이스 나인은 그저 SF 소품에 불과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 요람>에서 특별히 겨울을 묘사하기 위해 커트 보네거트는 아이스 나인을 고르지 않았겠죠. 보네거트는 극단적인 겨울이라는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기보다 전략 병기를 풍자할 수 있는 도구를 원했을 겁니다. 아이스 나인은 그런 도구입니다. 커트 보네거트는 얼어붙은 세상이라는 설정에 특별한 애착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양이 요람>은 유명한 소설이고, 그 덕분에 얼어붙은 지구라는 설정 역시 널리 퍼졌습니다. 비단 소설만 아니라 각종 만화나 영화, 게임 같은 창작물들 속에서 얼어붙은 지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건 그런 설정이 모두 <고양이 요람>에게서 비롯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게임 <크라이시스>에서 열대 밀림이 하얗고 차가운 밀림이 되었을 때, 그건 <고양이 요람>과 커다란 관계가 없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고양이 요람>은 분명히 후대 창작물들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얼어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볼 때, 많은 SF 독자들은 <고양이 요람>을 머릿속에 떠올릴 겁니다.



[얼어붙은 남극은 인류의 접근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으시시한 외계 유적을 숨기기에 좋습니다.]



첫째 문단에서 언급한 <해저 2만리>처럼 많은 SF 소설들은 남극을 주목합니다. 남극에 접근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유럽 사람들이 아직 남극에 접근하지 못했을 때, 다들 어마어마한 남쪽 대륙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은 남쪽에 엄청난 대륙이 있다고 상상했죠. 대항해 시대 이후, 유럽 사람들은 수많은 지역들을 침략했으나, 아무리 튼튼한 원양 선박조차 함부로 남극에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인류가 극지에 들락거린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 남극은 인간이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극 탐험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


<광기의 산맥>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남극 탐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동시에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우주적 공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는 두 가지를 조합했고 <광기의 산맥>을 썼습니다. 극지는 가혹하고 영구적인 겨울이고, 인류는 함부로 남극에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올드원 유적을 파악하지 못했죠. 남극은 외계 도시를 숨기기에 이상적인 장소였습니다. 밀림이나 사막 역시 그러하나, 남극은 밀림이나 사막보다 훨씬 혹독한 공간이죠.



어떤 단편 소설에서 어슐라 르 귄 역시 극지 탐사대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탐사대는 극지를 정복하지 않았고 그저 기나긴 여정을 마쳤을 뿐입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극지는 고난을 상징하나, 얼어붙은 지옥에서 탐사대는 방황하지 않았습니다. 소설 주제가 개척과 탐험을 빙자한 침략과 수탈이 아니라 탐사대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겠죠. 게다가 이 소설은 SF 장르가 아닙니다. SF 독자들이 어슐라 르 귄과 겨울과 SF 장르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둠의 왼손>은 훨씬 적합한 소설이겠죠. 무엇보다 <어둠의 왼손>은 겨울 행성을 이야기할 때 SF 독자들이 빼놓지 못할 소설입니다.


페미니즘 SF 소설을 이야기할 때, 많은 평론가들은 <어둠의 왼손>을 언급하나, 동시에 이 소설은 겨울 행성을 대표하는 소설이 되었어요. SF 세상에서 겨울을 대표하는 대표 행성으로서 게센은 영원히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센의 눈보라는 두 주연 등장인물을 붙잡는 역할이죠. 죽음의 위기 속에서 두 주연은 뭔가 야릇하고 애틋한 감성에 휘말립니다. 만약 게센이 겨울 행성이 아니었다면, 게센이 밀림 행성이나 사막 행성이었다면, 분위기는 많이 달랐겠죠. 어슐라 르 귄은 겨울이 풍기는 위협을 아련한 감성과 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우주에는 정말 지옥 같은 겨울 행성이나 겨울 위성이 있을 겁니다. <영원한 전쟁>의 초반부에 등장한 카론은 지옥 같은 겨울 위성입니다. 카론은 전형적인 겨울 풍경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하죠. 이 행성은 태양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졌고, 사방은 얼어붙고 치명적인 함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맨몸으로 카론에서 살지 못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우주복이나 강화복을 입어야 합니다. 게다가 인긴이 우주복이나 강화복을 입는다고 해도, 잠시 실수한다면, 얼어붙은 지옥은 쉽게 인간의 목숨을 앗아갈 겁니다.


숱한 스페이스 오페라들은 겨울 행성을 그저 지구와 비슷한 겨울로 묘사하곤 합니다. 지구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겨울이 행성 전체에 퍼졌을 때, 그건 겨울 행성이 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들 속의 겨울 행성들은 그저 지구적인 겨울에 불과하죠. <제국의 역습>에서 호스 행성이 그런 것처럼. 하지만 이 우주에는 그런 낭만적인 겨울 행성들보다 카론 같은 차가운 지옥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글쎄요, 상대적으로 '평범한' 겨울 행성들 역시 많을지 모르나, 얼어붙은 지옥들 역시 만만하지 않겠죠. 하지만 이런 차가운 지옥은 (너무 제약이 많고) 우주 활극에 어울리지 않겠죠. 그래서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들은 이런 차가운 지옥을 싫어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겨울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무조건 눈이 쌓이는 겨울 풍경을 묘사해야 할까요. <라마와의 랑데부>는 인류 탐사대가 외계 우주선을 탐사하는 소설입니다. 라마는 우리가 하나의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아주 거대한 우주선이죠. 라마는 우주를 떠돌고, 그러는 동안 내부 세계는 겨울이 됩니다. 길다란 원형 띠 모양의 바다는 얼어붙어요. 하지만 라마가 항성에 가까이 다가갈 때, 길다란 원형 바다는 녹아내리고, 생명체들(?) 역시 다시 활동하죠. 라마는 아주 거대한 인공 세계이고, 이 세계에는 계절이 있습니다. 적어도 여기에는 겨울과 겨울이 아닌 시기가 있어요.


라마 우주선이 드넓은 우주를 떠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라마 내부 세계는 대부분 겨울이고, 아주 가끔 봄(?)은 찾아올 겁니다. 라마 우주선 안에서 인류 탐사대는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찾아오는 광경을 목격했죠. 이는 일반적인 겨울 풍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라마 안에는 겨울과 봄이 존재합니다. 오직 외계 유적을 숨기는 극지나 핵겨울 아포칼립스, 하얀 겨울 행성만이 SF 장르의 겨울 풍경은 아닐 겁니다. 라마 우주선은 하드 SF 소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겨울을 보여줍니다. 비단 <라마와의 랑데부>만 아니라 <중력의 임무> 같은 하드 SF 소설 역시 겨울을 독특하게 묘사할 수 있어요.



[영하 40도를 넘는 하얀 지옥. 절망과 고난과 빈곤과 인내의 밑바닥. 폭설 스팀펑크의 극단적인 생존.] 



게임 <데드 스페이스 3>는 타우 볼란티스라는 겨울 행성을 보여줍니다. 1편 및 2편과 달리, <데드 스페이스 3>는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전히 공돌이 전사 아이작은 미궁 같은 미래 기지를 떠돌아야 하나, 종종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타우 볼란티스는 혹독한 겨울 행성이고, 차가운 설원 위에서 아이작은 네크로모프들과 싸워야 합니다. 만약 배경 무대가 열대나 사막이나 초원이었다면, 게임 분위기는 아주 많이 바뀌었을 겁니다. 사실 네크로모프들은 걸어다디는 시체들입니다. 이것들은 죽은 것들이죠. 하워드 러브크래프트가 <냉기>를 쓴 것처럼, 죽은 것은 차갑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극지가 얼어붙은 사막이고 생명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데스가 여신을 납치했을 때, 봄이 사라지고 겨울이 온 것처럼, 생명력이 꽃을 피우는 활기와 겨울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울 행성은 네크로모프와 잘 어울립니다. 밀림 행성이나 사막 행성이나 초원 행성 역시 네크로모프와 어울릴 수 있으나, 이런 행성들은 냉기와 죽음을 조합하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밀림 행성에는 생명체들이 우글거릴 테고 아주 활기가 넘칠 겁니다. 이런 생명력과 죽음은 서로 어울리지 않겠죠.



제목처럼 게임 <프로스트펑크>는 혹독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스팀펑크를 결합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도시 시장이 되고 시민들과 함께 혹독한 추위를 버텨야 합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덮치기 전에 시민들은 발전소들을 짓고 차가운 지옥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엄동설한은 도시를 덮쳤고, 월동 준비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얼어붙고, 지치고, 분노하고, 좌절합니다. 외부 도움은 없습니다. 혹독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도시를 고립시켰고, 시민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종종 탐험대들은 주변을 돌아다니고 유용한 인력들이나 물자들을 발견하나, 아무것도 도시를 얼어붙은 지옥에서 완전히 구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시장으로서 게임 플레이어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굶주리고 지친 사람들에게 차가운 겨울 지옥은 섬찟한 고난입니다. 만약 이 게임이 겨울이 아니라 밀림이나 사막을 보여줬다면, 게임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겠죠.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프로스트펑크>는 노골적으로 겨울이 고난이라고 주장합니다. 차가운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없다고 해도, 죽 한 그릇을 먹기 위한 구걸은 비참할 겁니다. 하지만 겨울이 있기 때문에 그건 훨씬 비참해지겠죠.



우리에게 겨울은 크리스마스 연말이라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휴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얀 크리스마스를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연말은 따뜻하고 즐겁고 축복이 어리는 시기입니다. 스크루지가 뉘우친 것처럼, 크리스마스 연말에 우리는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겠죠. (커플들은 훨씬 열심히 서로 사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둠스데이 북>에서 코니 윌리스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말을 망칩니다. 아니, 시기가 크리스마스 연말이었기 때문에, 전염병 아포칼립스는 아수라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둠스데이 북>에서 겨울이라는 차갑고 하얀 시기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 연말이죠. 행복하고 즐거운 휴일이 전염병 아포칼립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둠스데이 북>은 <로드>나 <광기의 산맥>이나 <데드 스페이스 3>이나 <프로스트펑크>와 다릅니다. 특히, 미래 도시 상황은 훨씬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세 유럽 상황은 어느 정도 혹독한 겨울과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중세에는 특별한 사회 인프라가 없고, 그래서 전염병이 덮치는 겨울은 냉기와 죽음을 조합할 수 있죠. 이런 겨울은 쓸쓸하고 무섭고 끔찍합니다. 이런 중세 겨울이 미래 크리스마스와 겹칠 때, 축복이 어리는 크리스마스 연말은 끔찍한 죽음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여러 사례들은 겨울이 가혹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겨울은 아주 쉽게 시련을 내릴 수 있죠. 하지만 SF 세상에서 겨울은 언제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스팀펑크 어드벤처 게임 <사이베리아 2>에서 겨울은 환상적인 동화와 전설로 사람들을 안내합니다. 매머드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선사 시대 동물입니다. 그래서 겨울은 매머드를 위한 환상적인 무대가 됩니다. 하얀 설원을 걸어다니는 매머드는 웅장하고 신비롭습니다. 케이트가 설원을 돌아다니고 매머드를 소환하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들은 겨울 풍경을 만족스럽게 감상할 겁니다. (비록 진짜 시베리아와 달리, '사이베리아'가 설원이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솔직히 다른 계절들과 달리, 겨울은 하얀 무채색으로 세상을 덮을 수 있습니다. 봄이 선사하는 파릇파릇한 풀잎들과 여름이 펼치는 무성한 녹음들과 가을이 흩날리는 울긋불긋한 낙엽들은 모두 신비롭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풍경들과 달리, 겨울은 유일하게 '하얀 무채색'을 덮을 수 있죠. 사이언스 픽션들이 이런 신비로움을 너무 죽음과 연결한다면, 겨울은 그게 섭섭하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사이베리아 2>를 플레이하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들은 죽음보다 환상과 신비를 바라보겠죠. 만약 겨울이 신비롭지 않다면, <사이베리아 2>가 겨울과 스팀펑크와 환상적인 야생을 결합하지 않았다면, 이 게임을 향하는 호평들은 줄어들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눈송이들이 내리는 겨울에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이베리아 2>는 정말 탁월한 스팀펑크 게임일지 모릅니다. <사이베리아 2>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겨울은 무조건 고난이 아니겠죠. 이런 무채색 하얀 풍경은 몽환적이고 신비롭습니다.]



이런 사례들 이외에 SF 세상에는 숱한 겨울 풍경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 짧은 게시글에서 SF 장르가 묘사하는 온갖 환상적이거나 가혹한 겨울 풍경들을 길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겠죠. 해외 SF 소설 목록을 살펴본다면, 독자들은 겨울 풍경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소설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예 제목에 겨울과 얼음과 혹한을 집어넣은 소설들 역시 많습니다. 그런 소설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해도, SF 독자들은 다양한 소설들, 만화들, 영화들, 게임들을 둘러볼 수 있겠죠. 심지어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겨울이 아닌 겨울을 특별하게 이야기하는 사례들 역시 있을 겁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겨울을 부정적인 죽음이 아니라 인간적인 승천이라고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른 계절들보다 겨울은 특별합니다. 겨울은 다른 계절들보다 훨씬 가혹하고 동시에 하얀 눈은 겨울을 더욱 신비롭게 꾸밉니다. SF 작가들 역시 이런 특징을 놓치지 않았어요. 극지와 기후 변화와 겨울 행성과 기타 다른 겨울 풍경들은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주류 문학 역시 겨울을 가혹하거나 신비스럽게 묘사할 수 있으나, 비일상적인 환경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SF 세상에서 겨울 풍경들은 독자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죠. 그게 비경 탐험이든, 기후 변화 아포칼립스든, 겨울 행성을 찾는 스페이스 오페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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