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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의 힘>, 비유적인 외계인들과 외계 문명의 가능성 본문

SF & 판타지/외계인과 이방인

<SF의 힘>, 비유적인 외계인들과 외계 문명의 가능성

OneTiger 2018. 2. 25. 23:05

[게임 <스텔라리스>의 식물 외계인은 풍요로운 번성을 비유할 수 있습니다.]

 

 

SF 비평서 <SF의 힘>은 사이언스 픽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열합니다. 당연히 이 책에서 외계인은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입니다. <SF의 힘>은 외계인에 관한 생물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적인 관점들을 폭넓게 둘러보고, SF 창작물들에서 외계인들이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설명해요. 재미있는 점은 <SF의 힘>이 그저 통상적인 SF 소설이나 영화만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SF의 힘>은 본격적인 SF 작가들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여러 철학자들이나 성직자들이 외계인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은 지구 밖에 사는 생명체들을 토론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달에 외계인들이 살지 모른다고 추측했어요.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구 밖에 지적인 생명체들이 산다고 주장했고, 화형대에 서야 했습니다. 외계인 논쟁은 사회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척도가 될 수 있었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시대의 작가들 역시 우주 여행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건 천문학적인 상상력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상상력이었습니다. 16세기 유럽 소설 역시 인간이 금성이나 화성을 방문하고, 금성이나 화성의 사회를 서로 비교하거나 대조해요.

 

 

본격적인 SF 소설이 등장한 이후에도 외계인들은 꾸준히 비슷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SF의 힘>은 쿠르트 라스비츠가 쓴 <두 세계에 관하여>와 허버트 웰즈가 쓴 <우주 전쟁>을 비교합니다. 쿠르트 라스비츠는 화성인이 지구인을 계몽하는 천사라고 묘사했으나, 허버트 웰즈는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할 거라고 묘사했어요. 똑같이 화성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외계인을 긍정적으로 그릴 수 있고, 누군가는 외계인을 부정적으로 그릴 수 있죠. 여기에서 외계인의 진짜 실체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라스비츠와 웰즈는 서로 다른 사회적인 표상을 그리기 원했고, 그래서 각자 외계인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외계인이 다른 문명에 속했기 때문에 외계인은 인류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어요. SF 작가들은 외계인을 이용해 수많은 사회적인 거울들을 만듭니다. 안타깝게도 SF 작가들은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을 열심히 외계인들에게 투사했습니다. 서구 문명이 아닌 존재들은 야만적이고 흉포하고 미개한 외계인이 되었죠. 그래서 숱한 SF 소설들은 인종 차별적이라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SF 소설들은 그런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외계인은 미개한 원주민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외계인은 관능적이고 성적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SF 소설들은 남성적인 환상을 부추겼고, 관능적인 외계인은 드문 소재가 아닙니다. 아니면 외계인이 벌거벗은 여자를 납치할 수 있어요. 그건 SF 역사의 부끄러운 일면이죠. 많은 SF 작가들은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나, 여전히 숱한 SF 창작물들은 미개한 외계인이나 관능적인 외계인을 주저하지 않고 이용합니다. SF 독자들은 그것들을 이용해 정신적으로 자위하고요.

 

심지어 SF 소설들은 외계인을 이용해 자본주의가 옳다고 독자들을 세뇌할 수 있습니다. 은밀하고 잔혹한 외계인들은 사회주의를 상징할 수 있고, 작가들은 그런 외계인들을 이용해 사회주의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 자유(미국과 서부 유럽)와 독재(동구권과 중국)가 이분법적으로 갈라진 것처럼 지구는 자유를 상징하고 외계인은 독재를 상징할 수 있겠죠. 아마 많은 독자들은 그런 소설을 읽고, 자유와 독재라는 왜곡된 이분법 속에 빠졌을지 모릅니다. 어슐라 르 귄은 SF 소설이 과학을 응용한 은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건 얼마든지 부정적인 은유가 될 수 있겠죠.

 

 

물론 훨씬 엄중하고 과학적인 외계인들 역시 많으나, 그런 외계인들조차 인간적인 면모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하드 SF 소설들조차 외계인에게 인간적인 면모가 있음을 감추지 않았죠. <SF의 힘>은 이런 소설들과 달리 스타니스와프 렘이 미국 창작물들을 비판하고 새로운 도식을 제시했다고 평가합니다. 전통적인 SF 소설들은 외계인과 인간이 싸우거나 교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외계인과 인간이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는 뜻이죠. 스타니스와프 렘은 그런 도식을 거부하고, 외계인과 인간에게 어떤 접점도 없을 거라고 단언해요.

 

아무리 인간이 외계인을 이해하고 싶어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인간과 외계인은 너무 다른 환경에서 탄생했고, 서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어떤 SF 작가들은 아예 인류가 외계인을 만나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왜냐하면 지구와 외계 문명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의견이 옳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SF 소설이 외계인을 그리는 방식에 좀 회의적입니다. 우리가 외계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외계 문명은 존재할지 모르나, 우리가 그들과 만날 가능성은…. 아주 낮을지 몰라요.

 

 

어쩌면 앤서블이나 위대한 원 같은 소통조차 불가능할지 모르죠.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고 해도, 그건 미생물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SF 소설이 현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비인간적인 존재는 외계인이 아니라 로봇이나 개조 동물일지 모르죠.

 

 

※ 게임 <스텔라리스> 스크린샷 출처: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98870/Stellaris_Plantoids_Species_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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