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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혁명은 정말 글러먹은 혁명인가 본문

사회주의/우익 이데올로기 비판

10월 혁명은 정말 글러먹은 혁명인가

OneTiger 2017. 10. 19. 20:00

"정의 자체가 글러먹은 그 혁명을 옹호한다는 거야?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그 이론을?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야?"



소설 <붉은 화성>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붉은 화성>은 여러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새로운 문명을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담론들을 내놓습니다. 그 중에서 아르카디 보그다노프라는 인물은 사회주의적인 제안들을 열거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많은 오해들을 받고, 당연히 어떤 과학자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하죠. 필리스라는 과학자는 아르카디가 러시아 10월 혁명을 옹호한다고 생각하고, 저렇게 외칩니다.


<붉은 화성>을 쓴 작가 킴 로빈슨이 러시아 10월 혁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인터뷰 등에서 그에 관해 언급했을 것 같으나, 저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킴 로빈슨이 뭐라고 생각하든, 저 대사는 많은 것들을 암시합니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은 러시아 10월 혁명이 독재적인 무장 봉기이고, 스탈린 체재를 낳은 비극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볼셰비키 정당이 혁명을 주도하지 않았다면 이오시프 스탈린이 블라디미르 레닌을 잇지 않았을 테고, 억압적인 소비에트 연방 역시 등장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다들 러시아 혁명을 비판하고, 레닌이 밑바탕으로 삼은 카를 마르크스 역시 비판을 받죠.



물론 블라디미르 레닌은 많은 잘못들을 저질렀습니다. 레닌과 함께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레온 트로츠키 역시 많은 잘못들을 저질렀어요. 심지어 트로츠키는 군대를 지휘할 때 연대 책임을 물었고, 가혹하게 군대 규율을 잡았습니다. 레닌은 사회주의 정책들을 실행하겠다고 장담했으나, 정작 혁명 이후에 자본주의 요소들을 도입하기 바빴습니다. 레닌이나 트로츠키가 스탈린을 낳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비약일 겁니다. 하지만 레닌이나 트로츠키 역시 엄청난 잘못들을 저질렀고, 그 부분들은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볼셰비키 정당은 분명히 사회주의를 약속했고 카를 마르스크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밑바탕으로 삼았으나, 약속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그건 분명히 잘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눈을 더 크게 뜨지 않고, 더 멀리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전체적인 판도는 그게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저 레닌과 트로츠키만 비판합니다.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리 레닌과 트로츠키가 잘못했다고 해도 전체적인 판도는 그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레닌과 트로츠키를 비판하기 전에 거대 자본들을 강력하게 비판해야 할 겁니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사회주의 정책들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들이 그랬는지 묻지 않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엄청난 전쟁에 휘말렸습니다. 사실 러시아 병사들이 죽어나간 덕분에 볼셰비키는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죠. 러시아 인민들은 제발 전쟁이 끝나기 바랐고, 그래서 볼셰비키는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전쟁을 멈출 마음이 없었습니다. 계속 러시아를 뜯어먹기 원했죠. 레닌은 어떻게든 전쟁을 멈추고 싶었으나, 자본주의 국가들은 평화 협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볼셰비키를 열심히 욕하나, 저런 거대 자본주의 국가들을 별로 욕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가 더 나쁠까요. 전쟁을 멈추자고 말하는 쪽이 나쁠까요, 계속 빈민들을 뜯어먹기 원하는 쪽이 나쁠까요. 볼셰비키는 잔혹한 짜르를 몰아내고 전쟁을 끝내자고 말했으나, 아무도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레닌은 굴욕적인 종전 협정을 맺어야 했고, 이런 열악한 상황은 계속 소비에트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이유는 없겠죠. 뭔가가 제대로 굴러간다면, 그게 더 신기할 겁니다.



게다가 외부적인 전쟁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부적인 갈등 또한 문제였어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소비에트 정부가 오손도손 살기 원하지 않았고, 계속 반란을 지원합니다. 그런 지원은 적백 내전으로 이어졌고, 적백 내전 이후 소비에트 정부는 거의 파탄 상태에 이릅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모든 것이 온전하고 평화로운 상황에서 사회주의를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전쟁과 반란과 낙후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버둥거렸죠.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런 전쟁과 반란과 낙후된 상황을 초래했고요.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혼자 고고하게 떠있는 섬이 아니었습니다. 무수한 압박들을 받았죠. 아무리 사회주의 정책이 훌륭해도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아무리 뛰어난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두 눈을 가리면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나요? 그 화가가 엉터리 그림을 그린다면, 그게 그 화가의 잘못인가요? 오직 그 화가만 잘못했나요? 아니죠, 애초에 그 화가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화가가 앞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엉터리 그림만 욕할 뿐입니다.



레닌과 트로츠키와 볼셰비키는 분명히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그 점을 부인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볼셰비키를 비판하고 싶다면, 그 전에 먼저 거대 자본들을 강력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러시아 혁명을 제외해도 자본주의는 이미 끔찍한 비극들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볼셰비키만 욕할 뿐이고, 거대 자본들에게 충성스럽게 복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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