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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폴른 킹덤>의 모사사우루스가 의미하는 것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폴른 킹덤>의 모사사우루스가 의미하는 것

OneTiger 2018. 6. 5. 19:16

[영화 <쥬라기 월드>의 모사사우루스. 바다 괴수는 진정한 거대 괴수일지 모르겠습니다.]



2018년 여름에는 두 괴수물이 개봉하겠군요. 하나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고, 다른 하나는 <메그>입니다. <폴른 킹덤>은 6월에 개봉하고, <메그>는 8월에 개봉하죠. 두 영화의 분위기나 주제, 하위 장르는 서로 다릅니다. <폴른 킹덤>은 유전자 조작과 개조 공룡을 이야기하죠. <메그>는 해저 탐사와 자연적인 상어를 이야기하고요. 원작 소설이 그런 것처럼 <폴른 킹덤>은 상업화된 과학 기술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원작 소설이 그런 것처럼 <메그>는 문명 비판보다 괴수와의 싸움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양쪽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폴른 킹덤>과 <메그>는 고대 야수(공룡과 메갈로돈)가 현대에 다시 나타나고, 사람들을 습격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폴른 킹덤>에는 모사사우루스가 등장하고, 바다에서 사람들을 습격하는 듯합니다. 모사사우루스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거대한 메갈로돈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장면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겠죠. 아마 동물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을 함께 이야기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 중 누가 더 강한지 떠들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괴수의 로망이 바다 괴수라고 생각합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바다는 어마어마한 공간이고,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만듭니다. 소설 <해저 2만리>가 말하는 것처럼 바다는 엄청난 괴수를 품을 수 있습니다. 바다는 하얀 향유 고래와 크라켄과 레비아탄과 바다뱀과 크툴루와 고지라와 각종 바다 괴수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지라가 거대해도, 바다가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인류는 고지라를 쉽게 찾지 못할 겁니다. 거대한 고지라는 비좁은 육지보다 광대한 바다에 어울립니다. 모사사우루스나 메갈로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쥬라기 월드> 예고편을 봤을 때, 저는 인도미누스 렉스 같은 공룡보다 모사사우루스 같은 해양 파충류가 더 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쥬라기 공원 III>가 개봉했을 때, 저는 스피노사우루스가 수중전을 펼칠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런 장면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그래서 <쥬라기 월드>에서 모사사우루스가 인상적이었고, <폴른 킹덤>에서 계속 인상적으로 활약하기 바랍니다. 만약 모사사우루스가 인상적으로 활약한다면, 많은 관객들은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을 대조할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거대한 해양 포식자이기 때문에.



<쥬라기 월드>와 <메그>는 해양 포식자를 과장하는 것 같습니다. <쥬라기 월드>에서 모사사우루스는 너무 크게 등장합니다. 아마 진짜 모사사우루스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진짜 모사사우루스는 훨씬 유연하게 생겼겠죠.) <메그>에서 메갈로돈 역시 진짜 메갈로돈보다 훨씬 커진 것 같습니다. 아마 영화 제작진들 역시 바다 괴수가 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일부러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을 훨씬 뻥튀기했겠죠. 고증? 고증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쥬라기 월드>와 <메그>는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아무리 고증을 무시해도, 막대한 인기를 끌 수 있다면, 두 영화는 얼마든지 고증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뻥튀기된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을 좋아하겠죠. 관객들이 정말 살아있는 자연 생태계를 보고 싶어할까요. 관객들이 경이적인 자연 생태계를 둘러보기 원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두 영화 속의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은 그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일 뿐이고, 자연 생태계를 대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생태 철학 따위는 이런 영화에 들어가지 못하겠죠. 아무리 <폴른 킹덤>이 상업화된 과학을 비판해도, 그건 시시껄렁한 설교에 불과하겠죠.



<폴른 킹덤>이나 <메그>가 막대한 흥행을 터뜨린다고 해도, 관객들이 자연 생태계를 진지하게 바라볼까요.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자연 생태계를 들여다보기 원할까요. <메그>를 관람한 이후, 관객들이 진지하게 생태 철학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음, 글쎄요. 저는 그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폴른 킹덤>을 관람하는 이유는 생태 철학 때문이 아니라 신나는 폭력과 살육 때문입니다. 만약 개조 공룡들이 아무도 죽이거나 덮치지 않는다면, <폴른 킹덤>은 흥행하지 못할 겁니다. 만약 과학자들이 그저 메갈로돈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면, <메그>는 흥행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는 결투장이 아닙니다. 숱한 생태학자들은 에너지가 흐르는 그물망이 자연 생태계라고 말합니다.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그런 과정에 속하고, 총체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생태 철학은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이나 동물과 어울릴 수 있는지 논의합니다. 생태 철학은 자본주의를 깨뜨리고 더욱 평등하고 조화로운 삶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폴른 킹덤>이나 <메그>와 관계가 없겠죠. 누군가가 <메그>를 관람하고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자본주의를 비판한다면, 그건 아주 바람직한 현상일 겁니다. 하지만 그런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겠죠. <폴른 킹덤>과 <인간 종말 리포트>는 똑같이 개조 동물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신나는 폭력과 살육을 좋아하는 관객이 <인간 종말 리포트>를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이는 <폴른 킹덤>과 <메그>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모사사우루스와 메갈로돈을 지지고 삶고 볶는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건 창작과 표현의 자유겠죠.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본 이후 관객들이 진짜 자연 생태계와 생태 철학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관객들이 정말 자본주의를 깨뜨리기 원한다면…. 비록 그런 가능성이 아주아주 낮다고 해도, 그런 관객은 볼거리로서의 자연 생태계가 아니라 진짜 자연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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