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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쥬라기 월드>가 정말 공룡 영화일까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쥬라기 월드>가 정말 공룡 영화일까

OneTiger 2018. 7. 7. 15:13

[이런 파충류 괴수가 나오는 영화가 정말 공룡 영화일까요? 이런 유전 공학 괴수가 공룡일까요?]



영화 <쥬라기 월드>는 엄청나게 흥행한 공룡 영화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벨로시랩터와 티-렉스와 모사사우루스와 인도미누스 렉스에게 열광했습니다. 모사사우루스는 공룡이 아니나, 그건 중요하지 않겠죠. 중요한 것은 뭔가 거대한 육식 괴수가 야성적으로 날뛰었다는 사실일 겁니다. 덕분에 공룡을 이야기할 때, <쥬라기 월드>는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공룡을 이야기할 때, 숱한 사람들은 <쥬라기 월드>를 운운합니다.


하지만 이는 좀 이상한 현상입니다. 좀 더 자세히 따진다면, <쥬라기 월드>는 공룡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벨로시랩터 같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부류를 고증할 때, 고생물학자들은 깃털을 답니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르게 고증하나, 수많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부류는 깃털들을 달았습니다. 어떤 고증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룡이 아니라 커다란 육식 조류에 가깝습니다. 이런 고증들은 공룡이 아직 멸종하지 않았고 조류가 공룡이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고생물 과학자들과 화가들은 티-렉스 같은 거대한 공룡이 깃털을 달았다고 상상합니다. 티-렉스가 정말 깃털을 달았을까요? 그건 무슨 모습이었을까요?



어쩌면 티-렉스는 무성한 깃털들로 감싸였을지 모릅니다. 티-렉스는 부분적으로 등이나 이마나 꼬리 주변에 깃털을 달았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티-렉스는 어렸을 때 깃털을 갖췄고, 컸을 때 깃털을 벗었을지 모릅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막연하게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여러 공룡 다큐멘터리들은 깃털 달린 티-렉스를 상상합니다. 심지어 공룡 게임들조차 이런 고증을 반영합니다. 요즘 공룡 게임들 속에서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부류는 깃털을 달았습니다. 일부 거대 수각류 역시 깃털을 달았고요. 


하지만 영화 <쥬라기 월드>는 이런 고증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벨로시랩터는 여전히 파충류 괴수처럼 보이고, 게다가 (진짜 벨로시랩터와 달리) 크기가 꽤나 큽니다. 원작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 역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벨로시랩터를 너무 크게 고증했어요. 하지만 그때 크라이튼은 나름대로 최신 학설을 반영하느라 애썼습니다. 반면, <쥬라기 월드>는 의도적으로 학설을 무시했죠. 왜? 흥행 때문입니다. <쥬라기 월드>는 파충류 괴수를 선보이는 영화입니다. 만약 깃털 달린 커다란 드로마에오사우루스들이 돌아다녔다면, 그건 영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을지 모르고, 흥행에 차질이 생겼을지 몰라요.



저는 깃털 달린 유타랩터 역시 무시무시한 포식자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 공룡 팬들은 깃털 달린 유타랩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이 커다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부류에게 깃털을 달았을 때, 그런 공룡 팬들은 심하게 절망했죠. 그들은 무시무시한 파충류 괴수가 병아리로 바뀌었다고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고정 관념에 불과합니다. 왜 사냥꾼이 깃털을 달면 우스꽝스럽다고 보인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현생 수리들을 보세요. 검수리는 아주 늠름한 포식자입니다. 검수리가 우스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검수리처럼 깃털 달린 유타랩터 역시 늠름하고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무섭거나 늠름하다는 표현 역시 꽤나 인간 중심적인 표현이죠. 하지만 인간 중심적인 표현을 고수한다고 해도, 깃털 달린 유타랩터는 늠름하고 멋지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숱한 공룡 팬들은 '육식공룡 = 파충류 괴수'라는 고정 관념을 깨지 못했어요. <쥬라기 월드>는 그런 고정 관념을 계속 우리는 중이고요. 저는 고증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이런 블록버스터가 앞장을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쥬라기 월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쥬라기 월드>를 변호할지 모릅니다.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공룡들은 개조 동물이고, 진짜 공룡이 아닙니다. 따라서 <쥬라기 월드>가 파충류 괴수들을 내보낸다고 해도, 그건 고증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겁니다. 저는 이런 변호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쥬라기 월드>가 자신을 공룡 영화로서 계속 포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쥬라기 월드>는 공룡을 부인하지 않아요. 이 영화는 합성 동물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나, 계속 자신이 공룡 장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공룡 팬들은 실망하고 영화는 흥행하지 못하겠죠.


저는 공룡 팬들이 이런 영화를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쥬라기 월드>가 공룡 장르일까요? 이 영화가 공룡 팬을 위한 영화일까요? 설사 <쥬라기 월드>가 고증을 지켰다고 해도, 이 영화는 그저 공룡을 살육 기계로 포장하는 폭력적인 블록버스터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고증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공룡 장르가 아니고, 공룡 팬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공룡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이는 <쥬라기 월드>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취향은 그저 취향일 뿐입니다. 저는 <고지라 2000>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지라 2000>이 희대의 망작이라고 비판하나, 취향은 그저 취향일 뿐입니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가 자신을 공룡 영화라고 포장한다면, 그건 다소 문제가 됩니다. 저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자신을 진짜 공룡 팬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비판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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