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F 생태주의

<테메레르>와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SF 드래곤들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테메레르>와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SF 드래곤들

OneTiger 2018. 3. 13. 20:15

[게임 <스텔라리스>의 에테르 드레이크. 이것 역시 우주 드래곤이겠죠. 아, 장대합니다.]



소설 <테메레르>에서 드래곤은 매우 강력한 위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드래곤들은 해군 함선을 침몰시킬 수 있죠. 불을 뿜는 화룡들은 화약고에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는 포병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이죠. 아마 포병들은 화약고에 불이 붙는 상황보다 함선이 포탄들에게 두들겨 맞는 상황을 선호할 것 같군요. 포탄들에게 두들겨 맞은 함선은 생존할 수 있으나, 화약고에 불이 붙은 함선에는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룡은 막강한 전력이 됩니다. 독을 뿜는 드래곤은 화룡보다 위력이 다소 떨어지나, 맹독 역시 무시하지 못할 요소입니다.


독룡은 돛에 독을 뿜고 녹일 수 있습니다. 돛들이 없는 함선은 이동하지 못할 테고, 상대 함선들에게 꼼짝없이 두들겨 맞겠죠. 화룡만큼 독룡은 중요한 전력이 될 겁니다. 어떤 드래곤들은 물이나 바람을 강하게 뿜을 수 있고, 그런 능력 역시 함선에 커다란 피해를 미칠 겁니다. 엄청난 음파 때문에 여러 함선들이 침몰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해도, 드래곤은 거대한 몸집으로 함선을 압박할 수 있어요. 하늘을 나는 드래곤 이외에 해룡 역시 해군 함선을 휘감거나 공격할 수 있고요.



드래곤은 중세 판타지에 등장하는 단골 손님입니다. 하지만 <테메레르>는 중세 판타지가 아니라 근대 대체 역사입니다.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전쟁을 다루고, 그래서 근대적인 함선들과 드래곤들이 서로 힘을 합치거나 싸웁니다. 나오미 노빅이 드래곤을 대체 역사에 집어넣은 이유는 드래곤이 SF 독자와 판타지 독자 양쪽에게 인기를 끌기 때문입니다. 판타지 소설과 SF 소설은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걸쳤고, 전설과 상상 과학은 경계선을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드래곤은 으뜸 가는 괴수이고, 사이언스 픽션은 온갖 방법들로 드래곤을 묘사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대적인 해군 함선들을 공격하는 고지라 역시 드래곤을 변주한 결과일 겁니다. 드래곤과 고지라는 똑같이 거대 파충류이고, 입에서 불을 뿜고, 포탄 따위에 상관하지 않아요. 비록 드래곤은 하늘을 날고 고지라는 심해를 헤엄치나, 그건 사소한 차이일 겁니다. 고지라는 SF 드래곤이 될 수 있고, 그런 SF 드래곤들은 많고 많습니다. 여기저기 SF 드래곤들이 있죠.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나 <스텔라리스> 같은 비디오 게임 역시 우주 드래곤(!)을 보여줍니다. 드래곤은 우주에 진출할 수 있어요.



<테메레르>에서 화룡이 근대적인 함선들과 싸우는 것처럼, <고지라>에서 고지라가 심해 잠수함과 싸우는 것처럼,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서 우주 드래곤은 우주 함선들과 싸웁니다. 우주 드래곤은 너무 지나친 상상력 같으나, 스페이스 오페라에는 온갖 초거대 건축물들이 등장합니다. 무지막지한 링월드에 비해 우주 드래곤은 별로 지나친 상상력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 등장하는 우주 드래곤은 전형적인 드래곤과 다릅니다. 이건 드래곤보다… 괴상한 생선과 비슷합니다.


몸집은 길고 거대합니다. 날개 대신 여러 지느러미들이 달렸고, 파충류보다 어류에 가깝습니다. 우주 드래곤이 전형적인 드래곤처럼 생겨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중세 판타지 역시 별별 희한한 드래곤들을 보여주죠. 이미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는 드래곤 터틀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드래곤 터틀은 진짜 드래곤이 아니나, 게임은 드래곤 터틀을 진짜 드래곤과 비슷한 위상으로 대접합니다. 중세 판타지에 드래곤 터틀이 있다면, 스페이스 오페라에 생선 같은 우주 드래곤이 존재할 수 있겠죠. 스페이스 오페라들은 수많은 종족들을 자랑해요. 생선 같은 드래곤은 이상하지 않겠죠.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는 우주 장어나 우주 오징어 역시 나옵니다. 음, 우주 장어…. 우주 오징어는 우주 크라켄으로 불릴 수 있겠죠. 우주 드래곤이 등장할 수 있다면, 우주 크라켄 역시 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주 드래곤이 통상적인 드래곤과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스텔라리스>에 등장하는 우주 드래곤(에테르 드레이크) 역시 통상적인 드래곤과 다르죠. 이건 파충류나 어류가 아니라….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겼든 에테르 드레이크는 전통적인 드래곤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독특하게 생겼고 우주 함선들과 싸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주라는 배경과 우주 함선들이라는 상대와 독특한 생김새는 전통적인 드래곤과 우주 드래곤을 중요하게 가르는 요소일 겁니다. 그런 요소는 색다른 느낌을 풍길 수 있겠죠. 저는 그런 느낌이 좋습니다. 어쩌면 그건 겉모습이나 허울이나 껍데기에 불과할지 몰라요. 시각적인 부분에 매달린다면, 그건 고정 관념으로 이어질지 모르죠. 하지만 저는 괴상한 생선 같은 드래곤이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