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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호랑이라는 야생의 암살자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호랑이라는 야생의 암살자

OneTiger 2018. 3. 11. 11:16

[호랑이는 최고 포식자이고 동시에 암살자죠. SF 세상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소설 <안드로다 성운>은 유토피아 세상을 그리는 동시에 많은 문제점들을 품었습니다. 문제점들 중 하나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너무 인간 중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소설에서 강력한 육식 야수들은 그저 인간을 해치는 못된 괴수입니다. 그런 괴수들 중 가장 두드러지는 야수는 호랑이일 겁니다. 어느 고립된 지역에서 사람들은 호랑이를 만나고, 목숨을 잃을 뻔합니다. 호랑이가 워낙 유명한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수많은 문학들은 호랑이를 다룹니다. 왜 윌리엄 블레이크가 호랑이를 언급했겠어요. 공자는 호랑이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호랑이는 가장 위험한 야수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윌리엄 블레이크는 유럽 사람이고, 구태여 호랑이를 운운할 이유가 없습니다. 블레이크는 호랑이가 아니라 늑대나 불곰을 말할 수 있었을 겁니다. 블레이크가 호랑이를 들먹이는 이유는 늑대나 불곰과 달리 호랑이가 좀 더 치명적인 육식동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늑대나 불곰과 달리 호랑이는 암살자입니다. 호랑이는 사냥감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고, 갑자기 덮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랑이가 훨씬 무서운 야수라고 생각해요.



사실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사람들을 해치는 야수가 불곰이었다면, 상황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호랑이와 달리 불곰은 은밀한 암살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라자 호랑이는 그런 대중적인 자연관을 보여주는 발상일 겁니다. 소설 <듄의 아이들>에는 라자 호랑이라는 야수가 등장합니다. 라자 호랑이는 진짜 호랑이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들을 들이부었고, 라자 호랑이는 원본에서 멀리 떨어졌습니다. (라자 호랑이에는 호랑이를 상징하는 야성적이고 멋진 줄무늬가 없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라자 호랑이에게 서보크를 심었고, 정신 조작기로 야수를 조종할 수 있어요. <듄의 아이들>에 라자 호랑이가 등장한 이유는 암살 임무 때문일 겁니다. 프랭크 허버트는 늑대나 불곰을 내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늑대나 불곰은 암살자에 어울리지 않는 야수입니다. 늑대나 불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겠으나, 커다란 육식 포유류들 중 진짜 암살자는 표범이나 재규어, 호랑이 같은 동물이죠. 그래서 프랭크 허버트는 라자 호랑이라는 가상의 야수를 내놨을 겁니다. 라자 늑대나 라자 불곰이 아니라.



여러 SF 작가들은 원시 시대부터 표범이나 호랑이가 인류를 위협했다고 이야기해요. <2001 우주 대장정>나 <비포 아담>이나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표범이 원시인들을 습격한다고 묘사하죠. <2001 우주 대장정>에서 인류가 표범을 몰아내는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인류가 표범이라는 위협적인 자연을 이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은 흐르고, 마침내 인류는 우주로 나가죠. 왜 아서 클라크는 수많은 육식 야수들 중 표범을 골랐을까요. 표범 같은 동물이 뛰어난 암살자이고, 정말 인류를 위협했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 진화 생물학 서적들은 원시인을 습격하는 표범(을 비롯한 고양이과 야수들)을 그립니다. <2001 우주 대장정>이나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표범은 진짜 표범이 아니라 다른 고양이과 야수일지 모르죠. 음, 고증이 맞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표범, 호랑이, 다른 고양이과 야수들 모두 암살자라는 사실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스페이스 비글>이 쿠알이라는 외계 살쾡이를 내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쿠알이 늑대나 불곰이었다면, 느낌이 좀 더 달랐을지 모릅니다. 고양이과 야수가 치명적인 야수이기 때문에 쿠알이 좀 더 위협적인 기운을 풍길 수 있었겠죠. 쿠알을 창작했을 때, 작가가 그런 점을 고려했을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표범은 늑대나 불곰과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그건 쿠알에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표범이나 재규어, 호랑이라는 야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특별하고, SF 작가들 역시 그런 영향력을 이용합니다.



<아바타> 같은 영화에서 타나토어는 호랑이 같습니다. 지구의 육상 포식자들과 타나토어를 비교한다면, 호랑이가 제일 타나토어와 닮았죠. 제임스 카메론을 비롯해 영화 제작진들은 호랑이를 염두에 두고 타나토어를 창작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말한 것처럼 타나토어가 영화 주인공 제이크를 습격하는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에서 표범 사보가 타잔을 습격하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표범, 호랑이, 타나토어는 밀림의 암살자이고, 저는 <타잔>과 <아바타>가 똑같이 그런 대중적인 자연관을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타잔>과 달리 <아바타>는 외계 행성을 보여줬고, 그래서 훨씬 무서운 밀림의 암살자를 묘사할 수 있었죠. SF 세상에서 호랑이가 뭔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야수라는 뜻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호랑이라는 동물이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호랑이가 매력적이라는 감성은 인간 중심적인 시선일 겁니다. 호랑이 역시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SF 창작물들이 호랑이를 이야기하는 장면에 관심이 쏠리는군요. 아마 앞으로도 SF 작가들은 호랑이가 암살자라는 속성을 재미있게 뻥튀기하겠죠.



문제는 그런 밀림의 암살자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호랑이가 멸종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나, 거기에서 좀 더 깊거나 좀 더 멀리 나가지 않아요. 저는 사람들이 <아바타>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왜 호랑이가 멸종 위기에 처했는지 좀 더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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