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러시> 시리즈와 스팀펑크 드워프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드워프들은 스팀펑크 설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종족 같습니다.]

비디오 게임 <킹덤 러시> 시리즈는 타워 디펜스 장르입니다. 적들은 어마어마하게 몰려오고, 게임 플레이어는 여러 영웅들과 방어탑들과 병사들을 이용해 적들을 막아야 합니다. <킹덤 러시> 시리즈는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처럼 보입니다. 엘프, 드워프, 오크, 전사, 마법사, 해골 병사, 드래곤, 기타 등등. 하지만 일반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들과 달리, <킹덤 러시> 시리즈는 스팀펑크를 살짝 가미했습니다. 이 게임 시리즈에서 스팀펑크는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나, 어느 정도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드워프 광역 병기가 꽤나 유용하기 때문에 <킹덤 러시> 시리즈는 스팀펑크와 쉽게 떨어지지 못해요. 드워프들은 전기 대포를 쏘고, 보행 병기를 조종하고, 미사일들을 날립니다. 이는 중세 유럽 판타지보다 사이언스 픽션에 가까운 묘사죠. 이런 광역 공격은 여러 적들을 동시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를 원활하게 도와줍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전기 대포나 보행 병기 없이 게임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방법이고, 그래서 <킹덤 러시>와 <킹덤 러시: 프론티어>는 나름대로 스팀펑크와 떨어지지 못하죠.

엘프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킹덤 러시: 오리진>에서 스팀펑크 색깔은 희미합니다. 하지만 <킹덤 러시>와 <킹덤 러시: 프론티어>에서 스팀펑크는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중세 판타지 창작가들은 드워프가 스팀펑크에 가장 어울리는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반지 전쟁>에서 드워프들은 기계를 잘 다루는 종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광부 종족에 가까웠죠. 석공술은 드워프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반지 전쟁>에서 엘프들이나 인간들 역시 뛰어난 석공술을 자랑하죠. 실마릴 보석은 엘프 장인이 만들었고, 유명한 마법 반지들(힘의 반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엘프와 드워프 장인은 함께 단단한 석문 등을 만들었죠. 하지만 <반지 전쟁>에서 <던전스 앤 드래곤스>와 <워해머>와 여타 판타지들로 퍼지는 동안, 드워프들은 단순한 광부 종족이 아니라 기계 공학 종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엘프들이 신비롭고 마법을 잘 부리기 때문에 판타지 창작가들은 기계 공학 기술을 드워프에게 물려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칙칙한 매연과 투박한 기계들은 땅딸막하고 추레한 드워프와 제일 잘 어울리겠죠. 신비로운 엘프들이나 목가적인 호비트들은 투박한 기계와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인간들과 기계 공학은 잘 어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킹덤 러시> 같은 중세 판타지에서 기계 공학은 인간보다 드워프에게 더욱 친숙합니다. 아마 인간들이 중장 기사 같은 측면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판타지 창작가들은 인간에게 기계 공학을 부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들이 증기 전차를 몰고 다닌다면, 무슨 종족이 기마 돌격을 보여주겠어요. 중세 판타지에서 누군가는 기마 돌격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기마 돌격은 중세 판타지가 자랑하는 로망들 중 하나에요. 하지만 인간들이 증기 전차를 주력 병력으로 내세운다면, 아무도 중장 기사를 운영하지 않을 테고, 중세 판타지는 로망들 중 하나를 잃겠죠.

오크 같은 종족이 중장 기사를 운영한다고 해도, 오크 기사는 너무 야만적으로 보일 겁니다. 다이어 울프를 타고 다니는 오크 기사는 군마를 타고 다니는 인간 기사와 너무 다르죠. 그래서 인간은 중장 기사를 운영하고, 엘프는 마법을 부리고, 드워프는 기계 공학을 연구하는 것 같아요. 중세 판타지 세상에서 이런 설정은 드물지 않고, 심지어 <다섯 군대 전투> 같은 영화조차 드워프가 기계 공학에 능숙하다고 설정했죠. (이는 원작 소설과 많이 다릅니다.) 결국 <킹덤 러시> 시리즈 역시 드워프가 기계 공학을 연구한다는 설정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저는 왜 판타지 창작가들이 드워프에게 기계 공학을 전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왜 이런 설정이 나타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드워프가 땅딸막한 광부이기 때문에 판타지 창작가들이 드워프에게 기계 공학을 전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주장은 틀릴지 모르죠. 제 주장이 틀리다고 해도, 분명히 드워프는 스팀펑크를 구현하는 종족이고, 덕분에 사람들은 중세 판타지에서 전차나 헬기나 잠수함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세 판타지에서 드워프들이 과학 만능주의나 산업 혁명을 비판할 수 있을까요. 드워프들은 이성과 논리가 걸어가는 계몽주의를 비판할 수 있을까요. 여러 SF 소설들 속에서 스팀펑크 설정은 그런 역할을 맡았습니다. 스팀펑크는 미래적인 기술을 과거에 투영하고, 과학 기술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해요. 하지만 중세 판타지에서 드워프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킹덤 러시> 같은 중세 판타지에서 스팀펑크는 그저 재미있는 설정에 불과하고, 과학 만능주의나 계몽주의를 비판하지 않아요. 그저 마법과 과학은 피상적으로 대립할 뿐이죠.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팀펑크를 이용하는 모든 창작물에게 과학 만능주의를 비판할 의무는 없습니다. 게다가 저 역시 중세 판타지와 스팀펑크의 결합을 좋아합니다. 전투 비행선들이 그리폰 기수들과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은 꽤나 웅장하고 독특합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중세 판타지 종족이 거대 비행선과 증기 기관을 만들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풍경이 멋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죠. 저는 그저 <킹덤 러시> 같은 게임을 플레이할 때, 게임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넘어 다른 것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스팀펑크 소설들을 읽는다면, 훨씬 좋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