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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지구 특공대>, 뭔가 미묘한 환경 보호 영웅 본문

생태/환경 보호

<출동! 지구 특공대>, 뭔가 미묘한 환경 보호 영웅

OneTiger 2018. 4. 16. 19:32

애니메이션 <출동! 지구 특공대>는 꽤나…. 독특합니다. 기본적으로 <지구 특공대>는 환경 보호를 주장하나, 형식과 장르는 초인 영웅 장르에 속하죠. 악당들이 자연 환경을 파괴할 때, 초인 영웅은 그들을 물리치고 자연 환경이 소중하다고 설교합니다. 여타 초인 영웅 만화들처럼 초인 영웅이라는 존재는 애니메이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사실 대부분 초인 영웅 만화들에서 초인 영웅과 악당들은 분위기와 연출과 주제를 판가름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초인 영웅 만화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사건 설정이나 배경 무대가 아닐 겁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초인 영웅과 악당들을 띄워주는 소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초인 영웅과 악당들이 기묘한 매력을 펑펑 풍길 수 있다면, 사건 전개나 배경 설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초인 영웅 장르는 캐릭터 상품으로 쉽게 발전할 수 있죠. 문제는 <지구 특공대>가 매력적인 초인 영웅과 악당들을 내놓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연 환경을 지키는 캡틴 플래닛은 애니메이션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나, 잘난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외모, 성격, 활약, 능력, 기타 등등. 이런 캐릭터를 초인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캡틴 플래닛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초인 영웅이 되었어야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은 시대를 풍미하는 캐릭터이고,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초인 영웅은 어느 정도 강렬함을 풍겨야 할 겁니다. 하지만 캡틴 플래닛은 별로 멋진 디자인이나 능력을 자랑하지 못해요. 캡틴 플래닛이 강렬함을 풍긴다고 해도, 그건 부정적인 강렬함이나 우스꽝스러운 강렬함이겠죠. 저는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캡틴 플래닛을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캡틴 플래닛을 아예 빼고, 마법 반지들을 소유한 다섯 아이들이 나섰다면, 훨씬 분위기가 나아졌을지 모르겠어요.


캡틴 플래닛은 분명히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나, 다섯 아이들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반지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고, 불의 반지는 아스팔트를 쉽게 녹일 수 있고, 땅의 반지는 지진을 일으키거나 바위를 날릴 수 있고, 물의 반지는 거대한 파도를 몰 수 있어요. 마음의 반지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고요. 구태여 캡틴 플래닛이 나서지 않아도, 다섯 아이들은 충분히 악당들을 물리치고 자연 환경을 복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뭔가 상징적인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몰라요. 초인 영웅은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었겠고요.



<출동! 지구 특공대>는 생태주의를 내세우나, 그렇게 깊은 고찰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구 특공대> 시리즈를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하기가 어렵군요. 하지만 현대 문명이 저지르는 오염이나 폭력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당들이 되고, 다시 (우스꽝스러운) 캡틴 플래닛이 출동하고…. <지구 특공대>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마 누군가는 이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봤을 겁니다. 취향은 각자 다를 테고, <지구 특공대> 역시 누군가에게 소중한 애니메이션일지 모르죠.


게다가 (여타 옛날 미국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지구 특공대>는 오직 북아메리카 백인 소년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지구 특공대>는 소비에트 연방,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반영하려고 애썼고, 캡틴 플래닛이라는 영웅은 국제적인 측면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 특공대>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설정이 사건 전개나 극적 갈등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으나,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죠. 어쩌면 어떤 사람은 이런 애니메이션이 피상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고 비판할지 모릅니다. 그건 틀리지 않은 주장이나, 저는 이런 정치적 올바름이 어느 정도 진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해도, 초인 영웅이라는 형식 속에 갇혔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애니메이션이 정치적 올바름이나 생태주의를 깊게 파고들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수준이나 깊이가 떨어져야 할까요? 저는 10대들이 읽는 성장 소설들이 얼마든지 정치적 올바름이나 생태주의를 깊게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성장 소설이 성인 소설보다 깊은 사상이나 주제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작가와 주제에 따라 성장 소설은 성인 소설보다 더 진보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창작가들에게 달린 문제겠죠. <출동! 지구 특공대>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정말 정치적 올바름이나 생태주의를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면, <지구 특공대>는 그런 측면들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지구 특공대> 시리즈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겠군요. 어쩌면 투자자들이나 제작 비용이나 다른 여건들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좀 더 깊은 사상을 집어넣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소설이나 만화 같은 출판 매체에 비해 이런 TV 시리즈는 더 많은 비용을 잡아먹을 테고, TV 시리즈는 투자자에게 더욱 매달려야 할 겁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그만큼 창작의 자유를 표현하지 못했겠죠. <지구 특공대> 역시 그런 어려움에 부딪혔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환경 오염이 심각한 이런 상황에서 <지구 특공대> 같은 애니메이션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더욱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겁니다. 아이들이 환경 오염을 좀 더 고민하거나 자연 환경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더 많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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