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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은 자연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가

OneTiger 2017. 6. 2. 20:00

[게임 <아노 2070>의 에코 세력. 오직 첨단 기술만으로 우리가 자연 환경을 보존할 수 있을까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만 굴뚝이 없는 발전소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굴뚝 없는 발전소'는 화석 연료를 사용함에도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요. 이 발전소를 구상한 개발자들은 온실 가스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발전 시스템을 원했다고 합니다. 아마 탄소 채집 기술을 응용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탄소 채집 기술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지만, 이 신종 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터빈을 돌립니다. 그래서 온실 가스를 적게 배출할 뿐더러 생산 단가가 아주 저렴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재생 에너지보다 훨씬 낫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발전소가 에너지 혁명이 될 수 있거나 획기적인 탄소 채집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합니다. 아직 시험적인 발전소만 운영 중이지만, 만약 이게 제대로 상용화될 수 있다면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기 시작할 테죠. 저는 관련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신종 발전소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습니다. 굴뚝이 없는 발전소나 탄소 채집 이야기는 예전부터 떠돌았기 때문에 이 신종 발전소가 그런 것들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없고요. 이 신종 발전소가 정말 상용화가 될지, 현재의 석탄이나 천연 가스 발전소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만약 저 신종 발전소가 정말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그래서 기존의 석탄이나 천연 가스 발전소들을 대체할 수 있다면, 저것이 온실 가스 배출량을 엄청나게 감축할 수 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기후 변화는 정말 심각한, 어쩌면 전면 핵 전쟁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기후 변화는 인류가 마주친 가장 커다란 문제일지 모릅니다. 따라서 저런 발전소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소식도 없겠죠. 그래서 저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과연 상용화가 될지, 도대체 얼마나 기존의 발전소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정말 획기적으로 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지, 언제 그럴 수 있을지….


종종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계가 절대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없고 첨단 기술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저런 사회주의자들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주장과 달리 저 신종 발전소가 해결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첨단 기술이 기후 변화를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뭐가 어쨌든 사회주의 체계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후 변화는 당장 사라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저런 사회주의자들은 옳을지 모릅니다. 만약 저 신종 발전소가 지금부터 온실 가스를 대량으로 줄인다고 해도 이미 자본주의 체계는 엄청난 가스를 뿜었습니다. 그것들은 꾸준히 축적되었고, 뭔가 재해를 일으킬지 모릅니다. 비단 사회주의자들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인류가 이미 변곡점(티핑 포인트)를 지났을지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예전에 기후 협약이 열렸을 때 강대국들은 가스 배출 감소에 모두 합의해야 했으나, 그저 배출권이나 거래하고 말았죠. 온실 가스 배출량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당장 가스 배출을 멈춰야 했으나, 기후 협약은 그냥 말잔치에 불과했어요.


만약 인류가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면, 이제 와서 신종 발전소를 늘려봤자 재해를 막지 못하죠. 그저 재해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재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겁니다. 저는 어떤 과학자들의 말이 사실일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변곡점을 지나지 않았을지 몰라요. 어쩌면 기후 변화의 피해는 그리 막대하지 않을지 몰라요. 하지만 인류가 변곡점을 지났고 그 피해가 막대하다면, 그 파장을 생각하기가 아찔합니다. 자본주의 체계가 피해를 입는 빈민들을 도울까요. 아니겠죠. 이른바 기후 난민들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요.



게다가 이런 신종 발전소가 나온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이 안 나죠. 기후 변화가 워낙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전부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온실 가스를 제외해도 환경 오염 문제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얼마든지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새만금 문제가 온실 가스 때문인가요. 아니죠. 금강 하굿둑이 망가진 이유가 온실 가스 때문인가요. 아니죠. 4대강 생태계가 파괴된 이유가 온실 가스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케이블카 산업이 설악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온실 가스와 관련이 없습니다.


핵 발전소가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 재해 노동자들도 그렇습니다. 동물원에서 죽어가는 야생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은 반도 국가에도 저런 문제들이 널렸습니다. 다른 커다란 나라들은 어떨까요. 온실 가스와 기후 변화를 제외해도 환경 오염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국 동력원 하나 바꾼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비욘드 어스>를 이야기했을 때처럼 동력원은 부차적입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체계가 생태적 사회주의 체계로 변해야 합니다. <에코토피아 비긴스>가 태양열 발전기에만 만족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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