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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제노 타이탄과 포레스트 드래곤 그리고 고지라 본문

SF & 판타지/대지 모신

제노 타이탄과 포레스트 드래곤 그리고 고지라

OneTiger 2019. 5. 7. 19:54

[제노 타이탄은 자연 생태계를 지킵니다. 하지만 제노 타이탄은 인류 세력과 '교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지라를 드래곤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사실 드래곤과 고지라는 꽤나 많은 공통점들을 보여줍니다. 드래곤과 고지라는 거대 파충류 괴수입니다. 숱한 중세 유럽 판타지들에서 드래곤들은 거대한 도마뱀이나 뱀과 비슷합니다. 고지라는 구식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비슷합니다. 한때 고생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도마뱀과 비슷하다고 묘사했고, 이건 낡은 학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공룡을 다이노사우루스(무서운 도마뱀)라고 부른다고 해도, 오늘날 아무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도마뱀과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지라는 구식 복원을 따릅니다.


2014년 <고지라> 역시 구식 복원을 따르고,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고지라가 두 발로 걷는 거대한 도마뱀이나 악어라고 운운합니다. 거대 파충류 괴수로서 드래곤과 고지라는 도시를 박살냅니다. 드래곤은 성벽과 성문과 첨탑을 날려버리고, 고지라는 고층 건물들을 짓밟습니다. 드래곤과 고지라는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거대 파충류 괴수입니다. 게다가 드래곤과 고지라는 모두 아가리에서 불을 뿜습니다. 드래곤은 붉은 화염을 뿜고, 고지라는 파란 방사 열선을 뿜으나, 양쪽 모두 브레스 웨폰(숨결 무기)입니다. 숨결 무기는 드래곤과 고지라의 대표적인 공격 수단입니다.



사실 고지라는 드래곤을 모방했을 겁니다. 고지라가 드래곤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히 드래곤과 고지라에게는 많은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과거에 드래곤은 악역을 맡았으나, 몇몇 드래곤은 선역을 맡습니다. 비디오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과 미니어쳐 게임 <워해머>에서 그린 드래곤과 포레스트 드래곤은 실반 엘프들 및 우드 엘프들과 함께 숲을 보호합니다. 그린 드래곤과 포레스트 드래곤은 완전한 선역이 아니나, 적어도 악역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적어도 본 드래곤과 뱀파이어 바르굴프보다 그린 드래곤과 포레스트 드래곤은 선역입니다. 점차 고지라 역시 악역에서 선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영화 <신고지라>에서 고지라는 악역입니다.


하지만 2014년 영화에서 고지라는 선역이 아니나, 악역에서 아주 멀어졌어요. 어느 때보다 고지라는 야생 동물, 막대한 자연의 힘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속편 <고지라: 괴수왕> 예고편은 '인류를 보호하는 괴수'로서 고지라와 모스라를 함께 보여줍니다. '자연의 힘'이라는 관점에서 포레스트 드래곤과 고지라(와 모스라)는 비슷한지 모릅니다. 2014년 영화 <고지라>가 개봉했을 때, 몇몇 평론가와 관객은 이 영화가 가이아 이론과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팬 아트(링크) 역시 나타납니다. (댓글들 역시 재미있습니다.) 고지라는 의도적으로 자연 환경을 지키지 않으나, 본능적으로 무토 부부를 처치했고, 결국 고지라는 지구 자연 생태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이나 관객들은 가이아 이론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겁니다. 포레스트 드래곤 역시 적극적으로 숲을 지키고 숲 속 생태계를 유지합니다. <워해머>에서 포레스트 드래곤은 숲이 휘두르는 의지의 연장선입니다. 하지만 포레스트 드래곤과 고지라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은 우드 엘프 진영을 돕습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이 숲의 의지라고 해도, 결국 포레스트 드래곤은 우드 엘프 세력에 속합니다. 반면, 고지라는 아무도 돕지 않습니다. 사실 고지라는 진영이나 세력이나 사상을 따지지 않아요. 아무리 반다나 시바 같은 열정적인 에코 페미니즘 학자가 웅장하게 설교한다고 해도, 고지라는 눈꺼풀을 깜빡하지 않을 겁니다.


고지라는 반다나 시바에게 콧김을 흥~ 뿜고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칠 거에요. 고지라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야생 동물입니다. 야생 동물이 사상을 따지나요? 아나콘다가 사상을 따지나요? 바다 악어가 사상을 따지나요? 바다 악어는 그저 본능적으로 먹이를 사냥하고, 적을 내쫓고, 다른 동물과 싸울 뿐입니다. 아나콘다가 밀렵꾼들을 물어죽인다고 해도, 아나콘다에게는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의지가 없어요. 아나콘다는 그저 우연히 밀렵꾼을 없앨 뿐입니다. 고지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지라는 아주 거대하고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주력 화기를 씹어먹는 바다 악어입니다. 무토가 기생충이기 때문에 고지라는 그저 기생충을 박멸했을 뿐입니다. 반면, 포레스트 드래곤은 의도적으로 숲을 지킵니다.



반다나 시바가 간청한다고 해도, 고지라는 듣지 않습니다. 반면, 우드 엘프가 군마가 되어달라고 간청할 때, 포레스트 드래곤은 그런 부탁을 받아들이고 우드 엘프 장수를 태웁니다. 고지라는 본능을 따르는 존재이나, 포레스트 드래곤은 지성적인 존재입니다. 물론 이건 인간 중심적인 관점이나, 이런 관점에서 고지라는 본능을 따르는 야수이고, 포레스트 드래곤은 지적 종족입니다. 인간들이 고지라에게 뭔가를 부탁한다고 해도, 고지라는 인간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고지라를 비롯해 다른 거대 괴수들이 언어를 이용하는 존재라고 해도, 거대 괴수들은 문자를 기록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이용해 추상적인 문제를 정리하고 사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이론이 있습니다. 거대 괴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거대 괴수보다 인간이 우월하거나 거대 괴수보다 인간이 똑똑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흔히 우리가 지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간 이성과 인간 문화가 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인가요? 왜 우리가 오직 인간 이성만이 지성을 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이건 자연에게 목소리와 언어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말 자연에게 목소리와 언어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이해하거나 듣지 못합니다. 소설 <솔라리스>에서 인간이 솔라리스 바다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자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반다나 시바 역시 자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은 울창한 숲을 지키나, 제노 타이탄과 달리, 포레스트 드래곤은 우드 엘프들과 교류해요.]



이런 관점에서 고지라는 야생 동물입니다. 그래서 고지라와 포레스트 드래곤은 다릅니다. 어쩌면 모스라는 포레스트 드래곤과 좀 더 비슷할지 모릅니다. 소미인들은 모스라와 인류 사이를 연결하고, 모스라는 인류를 도와줍니다. 하지만 소미인들은 판타지 설정입니다. 모스라는 판타지 괴수입니다. 모스라와 달리, 고지라는 SF 괴수입니다. 아무리 고지라가 황당무계하다고 해도, 분명히 고지라는 SF 울타리 안에 들어갑니다. 2014년 고지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지라는 인류와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않고, 이건 고지라의 가장 커다란 특징들 중에서 하나일 겁니다. 포레스트 드래곤과 달리, 고지라는 지적 존재가 아니고 인류와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않습니다.


영화 <고지라: 괴수왕>에서 고지라는 인류와 적극적으로 소통할지 모르나, 적어도 2014년 영화에서 고지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 <워해머>에서 포레스트 드래곤들은 우드 엘프 세력에 속하나, 괴수 SF <고지라>에서 인간은 거대 괴수와 쉽게 교류하지 못해요. 중세 유럽 판타지들은 드래곤을 야생 동물이 아니라 지적 종족으로 취급하나, 사이언스 픽션 <고지라>는 거대 괴수가 야생 동물에 가깝다고 설정합니다. 이건 중세 판타지가 신화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신화와 전설에서 여러 생명체들은 지적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바위나 구름조차 그럴 수 있습니다.



반면, 사이언스 픽션 <고지라>는 자연 과학에게 영향을 받았고 거대 괴수들이 야생 동물과 비슷하다고 바라봅니다. 그래서 우드 엘프와 포레스트 드래곤은 연합할 수 있으나, 인류와 고지라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만약 인간들이 고지라를 '이용'하고 싶다면, 인간들은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겁니다. 만약 인간들이 고지라를 도발하거나 먹이(방사선 에너지)를 뿌리거나 특정한 신호를 퍼뜨린다면, 고지라는 거기에 반응할지 모릅니다. 영화 <고지라: 괴수왕>에서 인간들은 그런 방법을 이용할지 모릅니다. 모스라는 인간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나, 고지라와 라돈은 그렇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인간들이 고지라와 라돈을 '이용'하고 싶다면, 인간들은 번거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워해머>에서 우드 엘프들은 포레스트 드래곤에게 친절하게 부탁할 수 있으나, <고지라: 괴수왕>에서 인간들은 고지라와 라돈에게 부탁하지 못합니다. 인간들은 뭔가 번거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하고, 번거로운 방법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비극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포레스트 드래곤과 고지라 사이에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포레스트 드래곤은 고지라보다 제노 타이탄과 비슷한지 모릅니다. 비디오 게임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제노 타이탄은 자연 친화적인 조화 세력의 결전 괴수 병기입니다.



중세 판타지 <워해머>와 스페이스 오페라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우드 엘프 세력과 조화 세력은 모두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기 원합니다.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우드 엘프 세력과 조화 세력은 모두 거대 괴수를 내보냅니다. 포레스트 드래곤과 제노 타이탄은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거대 괴수입니다. <고지라>에서 인류는 고지라와 소통하지 못하나, 우드 엘프들이 포레스트 드래곤과 소통하는 것처럼,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조화 인류는 제노 타이탄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레스트 드래곤은 제노 타이탄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제노 타이탄이 개조 생명체라는 사실입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은 숲의 의지입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은 위대한 자연에 속합니다. 그레이트 이글이 위대한 자연에 속하는 것처럼, 우드 엘프들은 포레스트 드래곤에게 직접 명령하지 못합니다. 반면,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조화 인류 세력은 제노 타이탄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조화 과학자들은 그들이 그저 진화 과정을 촉진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나, 이건 공허한 변명입니다. 인간이 거대 괴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조화 세력과 제노 타이탄 사이에는 종속-해방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드 엘프들과 포레스트 드래곤 사이에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포레스트 드래곤과 제노 타이탄에게 공통점들이 있다고 해도, 양쪽은 크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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