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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어떻게 생태학자와 모콜레와 드루이드가 좀비를 비롯해 언데드를 적대하는가 본문

SF & 판타지/대지 모신

어떻게 생태학자와 모콜레와 드루이드가 좀비를 비롯해 언데드를 적대하는가

OneTiger 2019. 5. 8. 19:07

[SF 세상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커다란 인기를 끕니다. 문자 그대로 이건 인산인해…, 아니, 좀산좀해입니다.]



소설 <세계 대전 Z>, 영화 <새벽의 저주>, 비디오 게임 <레프트 포 데드>, 그리고 다른 숱한 좀비 아포칼립스들. SF 울타리에서 좀비들은 흔한 소재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커다란 인기를 끕니다. 기이한 전염병은 전세계를 덮치고, 사방에서 사람들은 어기적거리고, 몇몇 생존자는 좀비 무리를 빠져나가고, 폐쇄된 건물이나 쇼핑몰은 좋은 안전 가옥이 되고, 일상이 무너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일상적인 상황 속에 빠지고, 어떤 생존자는 좀비에게 물리고, 다른 생존자들은 그 생존자를 처치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이런 상황에서 좀비들은 엄청난 물량으로 압박하고….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좀비 아포칼립스가 인기를 끄나요? 이유들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어쩌면 좀비가 원래 인간이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인기를 끄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는 인간들이 넘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쓰는 작가는 인간이고, 좀비 아포칼립스를 편집하는 편집자는 인간이고, 좀비 아포칼립스를 읽는 독자 역시 인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부정한 것이 된다면? 사실 좀비는 초라합니다. 첨단 외계인 침략자나 돌연변이 초인이나 거대 괴수와 달리, 좀비는 별로 대단한 개체가 아닙니다.



한때 좀비는 인간이었습니다. 침략 외계인과 돌연변이 초인과 거대 괴수와 달리, 누구나 좀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비가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좀비들이 그저 물량만 자랑하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를 쓰기 위해 특별한 상상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좀비는 그저 부정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런 초라함은 반전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커다란 인기를 누리는지 모릅니다. 외계인 침략 영화나 돌연변이 초인 영화나 거대 괴수 영화와 달리, 좀비 영화는 별로 제작비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배우들이 대충 어기적거린다면, 이건 좀비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시각 효과는 필요하지 않아요. 배우들이 어설프게 연기한다고 해도, 이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원래 좀비는 어설픕니다. 누구나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커다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좀비가 원래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건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지 모릅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이 좀비가 된다면, 우리가 좀비를 쉽게 처치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마에 쉽게 총알을 쏠 수 있나요? 인간이 좀비가 된다면, 좀비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좀비의 외모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그래서 좀비를 처치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치료약이 좀비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좀비를 처치하기는 훨씬 쉽지 않을 거에요. "저 사람은 좀비가 아니야. 저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어." 좀비가 공격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런 사고 방식을 떨치지 못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좀비와 인간의 경계선은 흐릿합니다. 다른 괴물들과 재해들에는 이런 측면이 없습니다. 좀비가 인간이고 인간이 좀비이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훨씬 매력적일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좋아할 겁니다.


이것 이외에 다른 이유들이 있다고 해도, 이런 이유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겁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열풍이 한시적인 거품이라고 해도, SF 울타리에서 앞으로 계속 좀비 아포칼립스는 인기를 잃지 않을 겁니다. 반면, 사이언스 픽션과 달리, 판타지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열풍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SF 세상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특별한 인기를 끌 수 있으나, 판타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중세 유럽 판타지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건 중세 유럽 판타지가 언데드를 소홀하게 취급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뱀파이어와 악령과 리치와 죽음의 기사는 대표적인 난동이었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가 유럽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미라는 단골 손님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강력한 것처럼, 미라 역시 상당히 강력한 언데드입니다. 적어도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미라가 아주 강력하다고 설정합니다. 뱀파이어와 악령과 죽음의 기사와 리치(와 미라)는 온갖 언데드들을 부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뱀파이어는 좀비들을 부릴 수 있습니다. 대륙 곳곳에서 뱀파이어 군주가 좀비들을 일으킨다면, 좀비들은 엄청난 대군이 되고, 이걸 막기는 어려울 겁니다. 좀비 개체 하나는 별로 특별하지 않습니다. 텃밭을 가꾸는 힘없는 할머니 역시 호미로 좀비의 이마를 두드려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좀비가 개별적으로 나타난다면, 이건 국지적인 소동을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뱀파이어 군주가 수 천~수 만 좀비들을 일으키고 대군을 만든다면?


중장 기병들이 돌진한다고 해도, 하이 엘프 마법사들이 강력한 공격 주문을 외운다고 해도, 드워프 기술자들이 증기 기관 폭격 헬리콥터들을 띄운다고 해도, 숲 속에서 우드 엘프들과 나무 거인들이 습격한다고 해도, 그들은 엄청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뱀파이어 군주는 문자 그대로 물량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들과 하이 엘프들과 드워프들과 우드 엘프들은 좀비 그 자체보다 뱀파이어 군주에게 주목할 겁니다. 자유민들은 좀비보다 뱀파이어 군주를 파악하기 원할 겁니다. 뱀파이어 군주가 좀비들을 부리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좀비는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좀비보다 뱀파이어입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전염병이 아닙니다. 이건 뱀파이어의 사악한 마술에 가깝습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언데드 난동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저 죽음의 기사들을 보세요.]



SF 세상에서 좀비는 전염병에 가깝습니다. 판타지(중세 유럽 판타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는 사악한 리치가 좀비들을 일으키고 대륙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이야기합니다. SF 세상에는 못된 뱀파이어 군주나 사악한 리치나 저주를 받은 악령이 없습니다. 미치광이 과학자가 좀비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이걸 사방에 뿌린다면, 미치광이 과학자는 좀비 군대를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뱀파이어 군주와 미치광이 과학자는 다릅니다. 뱀파이어 군주는 상급 언데드입니다. 미치광이 과학자는 인간입니다. 아무리 게임 <바이오하자드>가 좀비들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SF 세상에는 상급 언데드 같은 개념이 없습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중세 유럽 판타지가 언데드를 다르게 취급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좀비는 똑같은 위상이 되지 못합니다. SF 세상에서 좀비는 기이한 전염병이나, 중세 판타지 세상에서 좀비들의 배후에는 뱀파이어 군주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이언스 픽션과 중세 판타지에서 언데드가 다른 위상이기 때문에, 언데드를 적대하는 시선 역시 다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뱀파이어 군주를 때려잡기 위해 인간 성기사와 하이 엘프 마법사와 드워프 공병과 우드 엘프 드루이드는 모험가 일행을 꾸리고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 쎠쎠쎠… 가 아니라 모험가 일행은 뱀파이어 성채로 들어가고 뱀파이어 군주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야 합니다. 이건 아주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모험입니다.



상급 언데드들 이외에 마법사들 역시 좀비들을 부릴 수 있습니다. 네크로맨시 학파 마법사는 온갖 언데드들을 일으키기 원할 겁니다. 사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최초 캠페인'은 언데드 던전이었습니다. 게임 주인공 전사와 어떤 여자 성직자는 언데드들을 무찌르고 사악한 마법사를 처치해야 했습니다. (결국 여자 성직자는 쓰러지고, 주인공 전사는 사악한 마법사를 무찌르지 못합니다.) 이미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영광스러운(?) 최초 캠페인은 언데드 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 실패로서 영광스러운 최초 캠페인은 끝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게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언데드 던전이 흔했기 때문에, 중세 유럽 판타지는 좀비들을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을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에게 언데드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중세 유럽 판타지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지겹게 써먹었습니다. 게다가 SF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중세 판타지가 어설프게 어기적거리는 인간들을 풀어놓는다면, 사람들은 이게 실망스럽다고 느낄 겁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뱀파이어 군주나 죽음의 기사나 리치를 동반해야 합니다. 그 자체로서 좀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좀비는 그저 뱀파이어의 맹목적인 졸병에 불과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에는 뱀파이어와 리치와 죽음의 기사가 없고, 그 자체로서 좀비는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에서 좀비는 '비일상'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좀비들은 튀어나오고, 사람들은 좀비들에 대처하지 못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에서 좀비는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영화 <새벽의 저주>에서 사람들이 좀비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처럼, 좀비들은 날벼락입니다. 반면,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좀비는 일상입니다. 심지어 뱀파이어와 악령과 리치와 죽음의 기사 역시 일상입니다. 이미 중세 판타지 등장인물들은 뱀파이어가 일상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좀비 무리가 어떤 마을을 습격한다면, 모험가 일행은 아무렇지 않게 성수와 말뚝과 성표와 마늘을 준비할 겁니다.


인간 성기사는 언데드 퇴치 주문을 준비할 테고, 하이 엘프 마법사는 화염 주문을 준비할 테고, 드워프 공병은 섬광탄들을 만들 테고, 우드 엘프 드루이드는 치유 주문을 외울 겁니다. 뱀파이어가 그러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언데드는 불과 빛을 싫어합니다. 게다가 언데드가 부정(unholy)이기 때문에 신성한 치유 주문은 언데드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루이드 역시 뱀파이어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성직자와 성기사가 언데드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성직자와 성기사는 언데드 퇴치(터닝 언데드) 전용 주문을 사용합니다.



성직자 및 성기사와 달리, 드루이드에게는 언데드 퇴치 기술이 없습니다. 드루이드가 커다란 호랑이로 변신하거나 마법 덩굴을 소환하거나 약초 물약을 만든다고 해도, 이건 언데드 퇴치 기술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루이드가 언데드를 구태여 미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드루이드에게 언데드는 용납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드루이드는 자연의 섭리를 중시합니다. 드루이드는 나~주 평야 발발이 치와와…가 아니라 서클 오브 라이프를 숭배합니다. 그래서 드루이드 모임은 드루이드 '서클'일 겁니다. 이게 드루이드 서클이라는 어원이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드루이드는 서클, 자연의 섭리를 숭배합니다.


하지만 언데드는 이걸 오염시킵니다. 뱀파이어, 악령, 죽음의 기사, 구울, 와이트, 좀비, 리치, 미라, 기타 언데드들은 자연의 섭리를 어지럽힙니다. 드루이드는 생명 현상을 존중합니다. 뱀파이어는 반드시 생명 현상을 증오해야 합니다. 소설 <트와일라잇>에서 컬렌 일가처럼, 어떤 뱀파이어들은 나름대로 도덕과 윤리를 지킬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언데드는 걸어다니는 시체이고 생명 현상과 적대적인 거머리입니다. 자연 친화적인 존재는 언데드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 자체로서 언데드는 자연의 섭리를 어지럽히고 생명 현상을 부정합니다.



[이런 그림이 그저 드루이드와 네크로맨서를 대조할 뿐이라고 해도, 분명히 자연과 언데드는 대립적이에요.]



당연히 드루이드는 언데드를 용납하지 못할 겁니다. 뱀파이어가 가장 대표적인 상급 언데드이기 때문에, 자연의 여신이라는 가호 아래 드루이드는 뱀파이어의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기 원할 겁니다. 비단 드루이드 이외에 다른 자연 친화적인 존재들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스토리텔링 게임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는 늑대 인간들이 있습니다. 늑대 인간(이른바 가루우)들은 자연 생태계를 숭배합니다. 가우루들은 자연 친화적이기보다 야생 친화적입니다. 드루이드와 달리, 가루우들은 야생의 거칠고 위험하고 폭력적인 측면을 추구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드루이드처럼, 가우루들은 자연의 여신(가이아)을 숭배합니다.


비단 가루우들만 아니라 호랑이 인간(칸), 상어 인간(로키아), 용 인간(모콜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는 심지어 용 인간조차 있습니다. 모콜레들은 거대한 공룡으로 변신하고 사악한 악마들을 무찌를 수 있습니다. 만약 뒷동네 말자 할머니가 열렬한 고지라 덕후라면, <월드 오브 다크니스>를 플레이하는 동안, 말자 할머니는 모콜레 여자를 플레이하고, 거대한 직립 도마뱀으로 변신하고, 악마에게 불을 뿜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변신 종족들은 뱀파이어들을 싫어합니다. 가루우들, 로키아들, 모콜레들은 자연의 여신 가이아를 숭배하고 생명 현상을 존중합니다.



뱀파이어들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 때문에, 가루우들, 로키아들, 모콜레들은 뱀파이어들을 처치하기 원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뱀파이어들을 열심히 족칩니다. 소설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 컬렌처럼, 뱀파이어가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고 해도,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뱀파이어는 부정입니다. 아무리 뱀파이어가 착하다고 해도, 변신 종족들은 뱀파이어가 부정하다고 느낍니다. 이건 개인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뱀파이어 해적이 인간성을 간직했다고 해도, 로키아는 뱀파이어 해적에게 거센 파도를 날릴 겁니다. 특히, 공룡 시대부터 모콜레는 존재했습니다. 지구 자연 생태계가 장대한 진화 역사를 자랑하는 것처럼, 모콜레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모콜레들에게 뱀파이어는 그저 어린 아이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뱀파이어가 대단하다고 해도, 한때 뱀파이어는 인간이었습니다. 뱀파이어의 원본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공룡의 원본은 모콜레입니다. 공룡보다 모콜레는 유구합니다. 공룡 시대에 인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콜레에게 뱀파이어는 하찮습니다. 문제는 뱀파이어들이 이런 역사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흔한 오해와 달리,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뱀파이어들은 꽤나 현실적입니다. 모콜레들이 자연의 여신을 숭배하기 때문에, 모콜레들은 자연 정령과 접촉하고 정령 세계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사실 모콜레들의 절반은 정령과 가깝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자연 정령과 접촉하지 못하고 정령 세계로 건너가지 못합니다.



뱀파이어가 자연 정령과 접촉하고 싶다고 해도, 자연 정령은 거부합니다. 솔직히 자연 정령이 걸어다니는 시체를 좋아할 수 있나요? 그래서 뱀파이어들은 자연 정령 세계를 알지 못합니다. 모콜레가 현실에서 정령 세계(하이 움브라)로 움직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고 해도, 뱀파이어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뱀파이어는 모콜레가 전설이라고 여길지 모릅니다. "뭐? 자연 정령? 수 만 년을 살아가는 악어 인간? 인간이 용으로 변신해? 아놔, 큭큭큭, 이게 무슨 헛소리야. 피를 못 마셔서 헛소리가 나오나?" 이렇게 뱀파이어들은 생각합니다.


적어도 가루우들은 어느 정도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뱀파이어들은 늑대 인간들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뱀파이어들은 늑대 인간들이 자연 정령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일반적으로 뱀파이어 디시플린(피를 이용한 초능력)은 마법사 주문(불덩어리 같은 전통적인 주문부터 동력 강화복 같은 첨단 과학까지)에 까불지 못하고, 마법사 주문과 늑대 인간 기프트(정령의 선물)는 비슷한 우열입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마법사 주문은 꽤나 강력하나, 고위 기프트들은 마법사 주문을 상대할 수 있어요. 이런 가루우들보다 모콜레들은 훨씬 유구합니다. 가우루들보다 모콜레들이 움브라에 쉽게 드나들지 못한다고 해도, 모콜레는 용이고, 늑대보다 용은 위대합니다.


그래서 뱀파이어들은 모콜레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뱀파이어가 무시무시한 죽음이고 재앙이라고 해도, (짬밥이 되는) 모콜레는 뱀파이어에게 태양 광선을 쏘고 불태울 수 있습니다. 드루이드는 이런 장면이 정당하다고 간주할 겁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모콜레가 뱀파이어를 싫어하는 것처럼,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드루이드 역시 뱀파이어를 싫어할 겁니다. 드루이드가 뱀파이어 성채에 들어간다면, 드루이드는 자연의 여신("엘로나여, 제게 힘을 주소서!")을 외치고 뱀파이어에게 치유 주문을 날릴 겁니다.



이건 모콜레와 드루이드가 똑같은 사상을 공유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와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다릅니다. 모콜레와 드루이드 역시 다릅니다. 드루이드가 야생의 변신 능력으로 다이어 스테고사우루스로 변신하고, 좀비들을 사방으로 날려버리고, 플레임 스트라이크로 뱀파이어 백작을 지질 수 있다고 해도, 모콜레와 드루이드는 똑같은 사상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자연 친화적이고 신성한 자연을 숭배하나, 이 자연은 그 자연이 아닙니다. 모콜레는 서구 제국주의가 아프리카 흑인들을 학살했다고 분노하거나 다국적 기업 펜텍스가 열대 밀림을 수탈한다고 분노합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가 20세기~21세기 고딕 호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중세 판타지입니다. 모콜레는 서구 제국주의에게 분노하나, 드루이드는 서구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알지 못할 겁니다. 중세 판타지에는 로자 룩셈부르크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 없습니다. 드루이드가 서구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말하고 싶다면,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혁명적인 사회주의 사상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중세 유럽 판타지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 드루이드는 서구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모콜레와 드루이드가 똑같이 자연 친화적이라고 해도, 양쪽은 다른 자연을 바라봅니다.



[드루이드와 모콜레가 똑같이 자연 보호를 외친다고 해도, 양쪽은 서로 다른 자연을 바라봅니다.]



물론 모콜레 역시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마리아 미스와 베로니카 벤홀트-톰젠은 로자 룩셈부르크와 <자본의 축적>을 분석하고 어떻게 자본주의 경제가 자연 환경을 수탈하는지 이야기합니다. 반면, 모콜레는 <자본의 축적>을 분석하지 않을 겁니다. 모콜레와 마리아 미스가 똑같이 '자연 보호'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모콜레는 자본주의 경제가 자연 환경을 수탈한다고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콜레는 그저 얄팍하게 다국적 기업 펜텍스에게 분노할 뿐입니다. 사실 <월드 오브 다크니스> 제작 회사 화이트 울프 역시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할지 모릅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과학 마법사 집단 테크노크라시는 커다란 인기를 끕니다. 테크노크라시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동력 강화복 같은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각종 비인간 존재들을 때려잡습니다. 세계화 자본주의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테크노크라시가 서구 과학과 자본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테크노크라시를 좋아합니다. 이른바 역사의 종언은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으나, 여전히 역사의 종언은 자본주의가 유일한 정도라고 말합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고 테크노크라시(서구 실용주의 과학)를 미화합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역사의 종언 같은 헛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중립적이고 상대적인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게 사실입니까? 정말 현실이 상대적입니까?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이 상대적입니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적어도 세계화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장악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관해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18세기 이후, 자본주의 보수 우파는 계속 일방적으로 좌파를 짓밟았습니다. 좌파는 먼저 식민지들을 수탈하지 않았습니다. 좌파는 먼저 근대 국가 정부를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좌파는 먼저 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좌파는 먼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냉전 동안 좌파는 한 번이라도 미국 군사력을 뛰어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소비에트 연방 해군조차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를 뛰어넘지 못했고 빈약한 기술로 잠수함을 건조해야 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계속 군사력에 투자해야 했고 삭막하게 메말랐습니다. 오늘날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것처럼, 여전히 보수 우파는 강대국이고 사회주의 좌파는 약소국입니다. 식민지 수탈과 쇼비니즘과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과 냉전과 신자유주의는 연이어 일방적으로 좌파를 압박했어요. 강자가 일방적으로 약자를 두들겨팬다면, 이런 상황에서 중립과 다원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이건 웃기지 않는 헛소리입니다. 역사의 종언, 우파와 좌파의 공정한 싸움, 중립, 다원성은 웃기지 않는 헛소리입니다.



프로 레슬러 같은 건장한 남자와 일반적인 성인 여자가 싸운다면, 이게 공정한 싸움인가요? 건장한 남자는 일방적으로 여자를 두들겨팰 수 있습니다. 여자가 저항한다고 해도, 여자는 그저 따귀를 때리거나 꼬집거나 손톱으로 할퀼 뿐입니다. 여자는 우연히 주먹을 날리거나 사타구니를 걷어찰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여자는 건장한 남자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자는 우세를 굳히지 못할 겁니다. 여자 운동 선수들보다 남자 운동 선수들이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것처럼, 건장한 남자는 일반적인 성인 여자를 신나게 두들겨팰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절대 공정한 싸움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과 다원성은 존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건장한 남자를 제압하고 여자를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중립이 존재한다고 착각합니다. 여자가 남자의 따귀를 때릴 때, 이게 그저 공허한 저항에 불과함에도, 사람들은 여자가 극단적인 폭력을 휘둘렀다고 분개합니다. 남자가 여자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 묵사발로 만들든, 여자가 남자를 꼬집고 남자의 따귀를 때리든,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폭력적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남자가 여자를 '먼저' 강간한다고 해도, 여자가 '뒤늦게' 남자의 따귀를 때린다고 해도,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폭력적이라고 말합니다. 얄팍한 지식인들은, 심지어 진보 지식인들조차 이런 중립을 떠듭니다. 와, 이게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진보 지식인들은 천재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개X랄 같은 헛소리를 천재적으로 떠들 수 있습니까?



세계화 자본주의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얄팍한 진보 지식인들은 천재적으로 개X랄을 떱니다. 그래서 민중들은 저도 모르게 망상을 따릅니다. 만약 모콜레 역시 이런 망상을 따른다면, 아무리 모콜레가 자연 보호를 외친다고 해도, 모콜레는 왜 자연 환경이 파괴되는지 분석하지 못할 겁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가 자본주의 경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미스 같은 에코 페미니즘 학자가 테크노크라시 설정을 본다면, 마리아 미스는 테크노크라시가 엉터리 설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릴지 모릅니다. 드루이드와 모콜레와 마리아 미스가 모두 똑같이 '자연 보호'를 외친다고 해도, 드루이드와 모콜레와 마리아 미스는 서로 다른 자연들을 바라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와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 언데드들과 악마들(과 웜)이 있기 때문에, 드루이드와 모콜레가 얄팍하게 환경 오염을 인식한다고 해도, 이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게임 플레이어들이 드루이드와 모콜레를 이용해 현실 속의 기후 변화를 이야기한다면, 이건 엄청난 착각 속에 빠질 겁니다. 문제는 게임 플레이어들이 오해한다는 사실입니다. 드루이드가 주구장창 자연을 떠들기 때문에, <월드 오브 다크니스>가 뭔가 심각하고 복잡한 (것 같은) 이야기를 떠들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 자연이 그 자연이고 그 자연이 저 자연이라고 헛갈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자연과 저 자연과 그 자연은 다릅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가 뭔가 심각하고 복잡한 (것 같은) 이야기를 떠든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걸 순진하게 믿지 말아야 할 겁니다.



[현실 속의 생태 철학에게 '어둠의 세력'은 뱀파이어 군주와 좀비 군단보다 영리 기업들과 자본주의입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좀비는 다른 위상입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중세 유럽 판타지는 좀비와 뱀파이어를 비롯해 언데드를 다르게 취급합니다. 언데드가 다른 것처럼, 자연 역시 다릅니다. 드루이드는 좀비를 싫어합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드루이드는 생태학자와 비슷합니다. 얼마 전에 5월 1일 게시글이 설명한 것처럼, 중세 판타지 속의 드루이드는 사이언스 픽션 속의 생태학자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드루이드가 언데드들을 없애기 원하는 것처럼,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생태학자가 좀비들을 싫어하나요? 사실 좀비 아포칼립스들은 생태학자를 별로 조명하지 않습니다.


드루이드와 언데드, 모콜레와 뱀파이어 사이에는 특별한 적대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학자와 좀비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없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들은 생태학자를 조명하지 않습니다. 숱한 SF 소설들, 만화들, 게임들이 좀비 무리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여기에서 생태학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생태학자를 조명한다고 해도, 사이언스 픽션은 생태적인 상상력으로 생태학자를 조명합니다. 그리고 반다나 시바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는 것처럼, 생태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태학자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환경 아포칼립스를 일으킨다고 지적해야 할 겁니다.



드루이드와 모콜레와 생태학자는 똑같이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원합니다. 하지만 드루이드 및 모콜레와 달리, 생태학자에게 언데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드루이드와 모콜레와 생태학자가 똑같이 자연 환경 보호를 외친다고 해도, 드루이드와 모콜레와 생태학자는 서로 다르게 자연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이 서로 다르게 자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은 언데드와 서로 다른 관계들을 맺습니다. 생태학자에게 언데드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해도, 이건 비유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비평 서적 <문학 이벤트>에서 테리 이글턴은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차이를 찬양하고 타자성을 영접하거나 언데드를 분석하기 위해 바쁜 사람들의 입을 거의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헛소리를 열심히 떠들고, 차이를 찬양하고, 타자성을 영접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모더니즘은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못합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그저 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뿐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 그러는 것처럼, <월드 오브 다크니스> 게임 플레이어들이 뱀파이어를 신나게 떠드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들은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어들이 정말 근대적인 환경 오염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게임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의 인도 가비알 악어 여자와 현실 속의 인도 여자 환경 운동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게임 플레이어들은 현실 속에서 뱀파이어처럼 착취적인 뭔가가 존재한다고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본주의가 언데드(뱀파이어)와 네크로맨시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래서 생태학자는 네크로맨시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 네크로맨서는 두 송곳니로 피를 쪽쪽 빨아먹는 음침하고 창백한 군주보다 노동과 생산 수단을 둘러싼 착취적인 경제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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