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저 머나먼 외계의 사회주의 문명 본문
거리. 종종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는 '거리'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우주는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우주가 넓다는 사실을 압니다. 누구나 우주가 넓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은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할 겁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그걸 자세히 실감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중에게 우주의 광대함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듭니다. 어떤 학자는 지구가 모래알이고, 우주는 백사장이라고 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이 커다란 배와 같다면 지구는 볼펜 끄트머리의 구슬보다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계와 제일 가깝다고 하는)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기까지 무지막지한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세티 프로그램을 맡은 이명현 박사는 태양계가 콩알이라면 우주는 상암 운동장이라고 말합니다. 멋진 비유로군요. 콩알과 상암 운동장, 태양계와 우주…. 이런 비유는 천문학 책에서 자주 튀어나옵니다. 농담하자면, 천문학자들은 창의적인 비유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는 듯합니다.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바라는 사람을 좌절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과연 외계 생명체는 존재할까요?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사람들은 단숨에 상상 과학 속으로 빠져들고, 온갖 SF 소설들을 떠올릴 겁니다. 그런 SF 소설에 상관없이 여러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고 말합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확신하지 못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매우매우매우~ 높다고 말합니다.
우선 미생물들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미생물들은 깊고 깊은 지하와 어둡고 압도적인 심해와 차갑고 썰렁한 빙하 밑과 방사능이 가득한 장소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정식 이론은 아니지만, 어떤 학자들은 미생물이 다른 행성에서 날아왔고 지구에 정착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생명은 지구에서 발생하지 않았고, 우주를 건너왔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미생물들은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가혹한 행성에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 우주에 외계 미생물들이 가득할지 모릅니다.
물론 사람들은 미생물에 그리 관심이 없을 겁니다. 지구의 미생물들도 주목을 받지 못하죠. 하물며 외계 미생물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만약 우주 탐사선이 외계 행성에서 미생물을 발견해도 사람들이 그리 흥분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음, 장담하기 힘들군요. 어쨌든 미생물이라고 해도 외계 생명체임은 분명하고, 이는 놀랄 만한 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 더 고등한 생명체를 바라겠죠. 특히, 사람들은 식물이나 곤충이나 본능적인 척추 동물이 아니라 '문명을 이루는 지적 존재'를 원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그런 문명을 이루는 지적 존재가 있는가? 학자들마다 대답이 다르지만, 어떤 학자는 그런 가능성이 100%에 수렴한다고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너무 넓기 때문에 어딘가에 외계 문명이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그들을 만나지 못할 겁니다. 똑같은 이유입니다. 우주는 너무 넓기 때문에. 외계 문명들은 서로 교류하기 힘들 겁니다. 이건 참 쓸쓸하고 외로운 가능성이군요.
어쨌든 저 넓은 우주 속에는 여러 지적 존재들이 문명을 꾸렸을지 모릅니다. 그런 생물들은 인류와 전혀 다를 테고, 그들의 문명은 인류 문명과 다르겠죠. 만에 하나 인류와 비슷한 생물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문명은 인류 문명과 다를지 모릅니다. 어쩌면 문명 초기부터 사회주의 체계를 이루는 생명체가 있을지 모릅니다. 인류와 똑같은 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인류와 똑같은 과정을 지나갈 거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종종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계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본주의 체계는 일시적이고 인위적인 생산 방식에 불과합니다.
만약 인류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자본주의 체계를 없앨 수 있고, 사회주의 체계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체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이걸 시행하는 외계 문명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문명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인류가 그런 문명을 구성하지 않는다면, 저는 사회주의 문명을 보지 못하겠죠. 뭐, 사회주의 SF 소설들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인류가 몇 백 년 이내에 그런 과정에 접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