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외계 행성 테라포밍과 개조 미생물들 본문
[외계 행성 테라포밍 과정에서 개조 미생물들을 비롯해 각종 미생물들은 정말 중요할지 모릅니다.]
폴 앤더슨이 쓴 <폭우 The Big Rain>는 금성 테라포밍을 묘사합니다. 소설 <폭우>에서 인류는 금성을 지구와 비슷한 자연 환경으로 바꿉니다. 당연히 이건 온갖 첨단 기술들을 요구합니다. 대기 조절 장치들(airmaker machines)은 대기 중에서 화학 물질들을 분리하고 따로 보관합니다. 일부는 대기를 바꾸고, 일부는 주거지를 위한 자원이 됩니다. 대기 조절 장치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에, 수많은 대기 조절 장치들은 금성에 퍼져야 합니다. 물론 오직 기계 장치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성 공학 이야기에서 개조 미생물들은 빠지지 못합니다.
특히, 테라포밍 초반에 자연 생태계는 불안정할 테고, 극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개조 생명체는 필수적일 겁니다. 인류는 개조 박테리아들을 뿌리고, 개조 박테리아들은 광합성합니다. 개조 박테리아들은 산소를 뿜고 대기 조성에 이바지합니다. 어느 정도 금성이 지구와 비슷한 기초 생태계를 갖춘다면, 인류는 훨씬 복합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겁니다. 개조 미생물들은 기초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든든한 토대입니다. 비단 소설 <폭우> 이외에 여러 사이언스 픽션들은 테라포밍을 위해 개조 생명체가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보드 게임 <테라포밍 마스> 역시 개조 미생물들(과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언급합니다.
이런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이 구태여 강조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생물들은 놀라운 생존자들입니다. 미생물들은 온갖 극한 환경들에 적응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개체 숫자들을 불릴 수 있습니다. 미생물들이 아주 빠르게 적응하고, 번성하고,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생물들은 정말 생존자라는 멋진 호칭을 달 수 있습니다. 베어 그릴스 같은 어설픈(?) 생존자는 미생물들에게 경배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생태학 사이언스 픽션들은 테라포밍 같은 거창한 과정을 이용해 얼마나 미생물들이 놀라운 생존자들인지 강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전 공학이 미생물들을 훨씬 놀랍게 개조할 수 있다면, 테라포밍 과정에서 개조 미생물들은 훨씬 커다란 몫을 담당할 겁니다. 닐 스티븐슨이 쓴 <세븐이브스>는 전형적인 테라포밍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설 <세븐이브스>에서 달이 뽀개졌기 때문에 인류는 부랴부랴 우주로 도망치고 싶어합니다. 부서진 달 조각들이 지구 지표면으로 떨어진다면, 인류 문명과 자연 환경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인류는 부랴부랴 방주 우주선을 건조하고 우주로 도망칩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이후, 인류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원합니다. 하지만 부서진 달 조각들이 지표면을 두들겼기 때문에, 미래 인류는 자연 생태계를 다시 복원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생물학은 커다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니, 테라포밍 이전에 방주 우주선들 역시 미생물들을 요구했습니다. 방주 우주선 사람들이 조류를 키웠기 때문에 그들은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미래 인류가 금성이나 화성을 바꾸든, 우주선에서 살아가든, 미래 인류가 지구 이외에 다른 주거 공간을 선택할 때, 개조 미생물들은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될지 모릅니다. 지구 자연 생태계에서 미생물들은 기초 공사를 다집니다. 미생물들이 기초 공사를 다지지 않았다면, 지구 자연 생태계는 풍성한 생물 다양성을 퍼뜨리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미생물이 중요하다면, 개조 미생물들은 훨씬 놀랍고 많은 역할들을 맡을 수 있을 겁니다.
비디오 게임 <산소 미포함 Oxygen Not Included>은 가볍고 코믹한 상황들을 연출하나, 적은 전력으로 풍부한 산소를 얻기 위해 조류 배양기가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나중에 조류 배양기의 효율은 떨어지나, 산소를 얻기 위해 게임 플레이어는 가장 간단하게 조류 배양기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영화 <선샤인>에서 녹색 정원이 산소를 공급하는 것처럼, 산소와 식량을 위해 여러 사이언스 픽션들은 광합성 생태계를 이야기합니다. <산소 미포함>은 코믹 SF 게임에 가깝고, <선샤인>은 진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새로운 주거지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광합성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테라포밍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미래 인류가 극지 이끼들을 개조하든, 새로운 박테리아들을 만들든, 개조 생명체들은 필수적일 겁니다.
테라포밍 과정에서 개조 생명체들은 듬직한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개조 생명체들이 토대가 되지 못한다면, 상부 구조는 무너질 겁니다. 개조 생명체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자연 생태계는 무너질 겁니다. 금성이 바뀌든, 화성이 바뀌든, 소행성 내부가 바뀌든, 어디에서나 개조 생명체들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비단 소설 <폭우>와 게임 <테라포밍 마스> 같은 사이언스 픽션들만 아니라 우주 사업 전문가들 역시 개조 미생물들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개조 식물들과 개조 동물들 역시 필수적일지 모릅니다. 아무리 미생물들이 기초 공사를 튼튼하게 다진다고 해도, 복합적인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순환하기 위해 개척자들은 개조 동식물들을 퍼뜨려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할까요? 유전 공학이 정말 개조 생명체들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개조 생명체들이 금성이나 화성이나 소행성 내부에 적응하고 열심히 산소를 뿜을 수 있을까요? SF 소설들은 그게 가능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에서 현실 가능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현실 가능성보다 근대적인 진보를 이용해 격차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근대적인 진보(개조 박테리아들)가 격차(테라포밍이나 우주선 속의 녹색 정원)를 만들 때, 사람들은 이게 짜릿하다고 느낄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이런 짜릿한 느낌을 추구합니다. 하드 SF 소설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다른 SF 하위 장르들보다 하드 SF 소설들은 훨씬 짜릿한 느낌을 추구할지 모릅니다.
관객들이 영화 <스타 워즈>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들은 짜릿한 격차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관객들은 우주에서 서사시가 되풀이되기 원할 겁니다. 반면, 하드 SF 소설들은 짜릿한 격차를 보여줘야 합니다. 장거리 우주선이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도, 상급 인공 지능이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도, 외계 문명이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도, 하드 SF 소설들은 온갖 공학들을 동원하고 짜릿한 격차를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짜릿한 격차입니다. 하드 SF 작가들은 점쟁이가 아니고 미래를 예언하지 못합니다. 물론 사이언스 픽션이 근대적인 진보를 이용해 가능성을 꿈꾸기 때문에, 우리가 가능성을 상상할 때, 사이언스 픽션은 좋은 도구가 됩니다.
독자가 SF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어떻게 미래 사람들이 느끼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청사진은 건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건축가에게 청사진이 있다면, 건축가는 건물을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들이 개조 생명체들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테라포밍 과정에서 개조 생명체들이 중요하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유전 공학이 뚝딱뚝딱 개조 생명체들을 만들 수 있나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개조 생명체들은 빨리 죽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미래 인류가 개조 박테리아들을 뿌린다고 해도, 이것들은 충분히 광합성하지 못하거나, 빨리 죽거나, 심지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어쩌면 소설 <폭우>가 그리는 테라포밍 과정은 현실에 들어맞지 않을지 모릅니다.
영화 <레드 플래닛>은 테라포밍을 이용해 다소 진부한 재난 상황을 보여줍니다. 뭐, 영화 <레드 플래닛>은 극단적인 상상력입니다. 아무리 개조 생명체들이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건 <레드 플래닛>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전 공학과 개조 생명체들이 반드시 긍정적일 거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환경 운동가들이 생명 창조가 신의 영역이라는 진부한 문구를 들먹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기계 공학보다 '생명체들을 주물럭거리는 행위'가 훨씬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실에서 유전 공학은 순수한 유전 공학이 아닙니다. 언제나 이런 첨단 과학 기술은 자본주의 권력과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만약 유전 공학이 아주 놀라운 개조 박테리아들을 만든다고 해도, 이게 권력에서 자유롭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요? 자본주의 권력이 이것을 이용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개조 생명체 제작은 꽤나 민감한 문제입니다. 이건 생태계 교란이 될지 모르고, 가난한 농민들을 말려죽이는 환금 작물이 될지 모르고, 생화학 무기가 될지 모릅니다. 현실에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함에도, 권력자들은 생태계 교란을 별로 해결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대 자본가 계급을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옹호하기 원합니다. 미래에 이런 상황이 사라지지 않고, 심각한 생태계 교란 속에서 테라포밍을 위해 과학자들이 유전 공학을 연구한다면?
이건 너무 우스꽝스러운 모순일 겁니다. 이건 불난 집에서 강력한 라이터를 찾는 장면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이미 지구 생태계를 엉망으로 오염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개조 생명체들을 양산한다면, 이건 생태적인 재난에 또 다른 재난을 덧붙일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테라포밍이 오직 자연 과학적인 영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외계 행성 테라포밍은 찬란한 진보보다 또 다른 오염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