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와 대체 역사

[이 장면은 SF 장르에 속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잠깐. 이 게임이 SF 장르에 정말 속하지 않나요?]

만약 아라비아 사막에서 슈웨다곤 파고다와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버마 사람들과 아즈텍 사람들이 경주한다면, 이건 대체 역사가 될 겁니다. 왜 이게 대체 역사인가요? 현실에서 이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또 다른 역사 속에서만 아라비아 사막의 슈웨다곤 파고다와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건 또 다른 역사가 됩니다. 만약 어떤 소설이 이 사건을 묘사한다면, 이 소설은 대체 역사 소설이 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대체 역사 설정은 SF 장르에 들어갑니다. 왜 대체 역사 설정이 SF 장르에 속하나요? 이게 또 다른 역사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근대화 이전, (서구) 역사 관점은 또 다른 역사 흐름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역사에게는 특정한 목적이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역사는 줄기차게 전진합니다. 오직 특정한 목적만 위해 역사가 전진하기 때문에, 역사는 선형적입니다. 역사는 비(非)선형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창조신이 역사에게 개입하기 때문에, 역사는 다른 경로로 나가지 못합니다. 만약 대체 역사들이 존재한다면, 선형적인 경로에서 역사는 벗어날지 모르고, 이건 신의 계획을 빗나갈지 모릅니다. 아무리 서구 근대화 이전에 대체 역사 관점이 존재했다고 해도, 이 관점은 선형적인 역사 관점을 전복하지 않았을 겁니다.

서구 근대화 이후, 사회 철학들과 자연 철학들은 세상이 고정적이지 않다고 깨닫습니다.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과 자연 환경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인류 문명과 자연 환경은 다른 경로들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체 역사 관점은 비롯합니다. 현실에서 또 다른 역사 경로들은 존재하지 않으나, 서구 근대화 때문에, 사람들은 또 다른 역사 경로들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또 다른 역사 경로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비(非)현실입니다. 서구 근대화 때문에, 사람들은 비현실(또 다른 역사 경로들)을 상상합니다. 대체 역사는 '서구 근대화+비현실'입니다.

'서구 근대화+비현실'은 SF 장르를 만듭니다. SF 장르에서 비현실은 가장 커다란 특성입니다. 현실에서 뭔가가 존재한다면, 이건 SF 장르에 속하지 않을 겁니다. 현실에서 4륜 구동 차량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4륜 구동 차량들은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만약 차량들이 날아다닌다면, 현실에서 이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거대 도시 그림(링크)이 보여주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차량들은 SF 장르에 속할 겁니다. 이건 모든 비현실 설정이 SF 장르에 속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그리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날아다니는 스포츠 카와 그리핀은 똑같은 비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리핀은 SF 설정보다 판타지 설정입니다.

서구 근대화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인류 문화들은 그리핀을 상상했습니다. 고대 인류는 그리핀을 상상했습니다. 만약 어떤 소설에서 기수가 그리핀을 타고 날아다닌다면,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 될 겁니다. 반면, 서구 근대화가 나타나기 전에, 인류 문명은 유려한 스포츠 카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고대 인류부터 계몽주의 인류까지, 그들은 람보르기니 베네노를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람보르기니 베네노가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이건 SF 설정이 됩니다. 날아다니는 람보르기니와 그리핀은 똑같은 비현실 설정이나, 서구 근대화 때문에, 그리핀은 판타지 설정이고, 날아다니는 람보르기니는 SF 설정입니다.

이렇게 SF 설정과 판타지 설정으로서 날아다니는 람보르기니와 그리핀은 다릅니다. 이건 쉬운 사례입니다. 어떤 사례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스팀펑크 비행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드워프들이 스팀펑크 비행선(링크)을 뚝딱뚝딱 만든다면, 이게 SF 장르에 속하나요? 드워프들은 (중세 유럽) 판타지에 속합니다. 스팀펑크 비행선은 SF 설정입니다. 만약 하이 엘프 성채 위에서 스팀펑크 비행선이 날아다닌다면, 하이 엘프 성채는 판타지 설정이고, 스팀펑크 비행선은 SF 설정일 겁니다. 판타지 설정과 SF 설정이 어울릴 수 있나요? 중세 유럽 판타지 속에서 SF 설정이 혼자 존재할 수 있나요? 이게 가능한가요?

드워프 스팀펑크 비행선이 보여주는 것처럼, 종종 SF 장르는 헛걸립니다. SF 장르는 고정적인 경계선이 아닙니다. 어떤 것은 아주 확실한 SF 설정이나, 어떤 것은 긴가민가합니다. 날아다니는 스포츠 카는 아주 확실한 SF 설정이나, 드워프 스팀펑크 비행선은 긴가민가합니다. 대체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 역사가 서구 근대화+비현실이기 때문에, 대체 역사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아라비아 사막의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대체 역사이고, 이건 SF 장르에 속합니다. 아즈텍은 이른바 신세계에 속하고, 아라비아 사막은 이른바 구세계에 속합니다. 대항해 시대 이전에, 구세계와 신세계는 서로 알지 못했습니다.

대항해 이전에, 아무리 구세계와 신세계가 서로 알았다고 해도, 이건 세계적인 파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구세계와 신세계는 서로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대항해 시대는 서구 근대화로 이어집니다. 서구 문명이 신세계를 끔찍하게 수탈한 이후, 산업 자본주의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서구 문명이 자본주의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만약 서구 문명이 신세계를 식민화하지 않았다면, 산업 자본주의는 그저 초라한 유럽 경제에 불과했을지 모릅니다. 만약 신세계 식민지가 서구 문명을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산업 자본주의는 중국 경제(와 인도 경제)를 뛰어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대항해 시대는 서구 근대화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사람들은 서구 문명이 자본주의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착각하나,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진보 진영들 역시 서구 문명이 자본주의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착각하고, 심지어 종종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조차 식민지 수탈을 간과하나, 이건 너무 심각한 유럽 중심주의입니다. 자본주의는 식민지 수탈에 기반합니다. 자본주의가 식민지 수탈에 기반하는 것처럼, 서구 근대화 이후, 구세계와 신세계는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라비아 사막의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구세계와 신세계를 뒤섞습니다. 아라비아 사막의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비현실이고, 동시에 서구 근대화는 이 비현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대체 역사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여기에서 대체 역사는 거시적인 사건을 가리킵니다.

아무리 역사 소설이 가상의 등장인물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 가상의 등장인물이 거시적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지 않는다면, 이 소설은 대체 역사가 아닙니다. 아무리 역사 소설이 가상의 등장인물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가상의 등장인물 그 자체는 대체 역사가 되지 않습니다. 거시적인 역사 경로가 바뀔 때, 이건 대체 역사가 됩니다. 아라비아 사막의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거시적인 역사 경로입니다. 그래서 이건 대체 역사가 되고, 이 대체 역사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만약 이 분류가 옳다면, 비디오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어떤가요? 이 비디오 게임이 SF 장르에 속할 수 있나요? 실시간 전략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많은 중세 문명들을 제시하고, 중세 문명들은 교차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많은 문명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러 지리들 속에서 많은 문명들은 교차합니다.]

이 게임에서 시간 배경은 비슷하나, 공간 배경들은 크게 다릅니다. 북유럽 바이킹부터 남아메리카 마야까지, 동남 아시아 버마부터 아라비아 사라센까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많은 중세 문명들을 내놓습니다. 비록 중세가 다소 어긋난 개념이라고 해도, 이 게임은 많은 '중세' 문명들을 묘사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아즈텍과 브리튼은 싸우거나, 페르시아와 몽골은 협력하거나, 인도와 바이킹은 불가사의 경주합니다. 이것들은 대체 역사입니다. 재규어 전사와 장궁수의 싸움박질은 대체 역사입니다. 싱글 플레이 시나리오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따라가나, 커스텀 게임들은 대체 역사와 비슷합니다.

만약 온화하고 풍요로운 지중해 주변에서 아즈텍 재규어 전사와 브리튼 장궁수가 투닥투닥 싸운다면, 이건 대체 역사가 될 겁니다. 대체 역사는 SF 장르에 속합니다. 만약 마야 독수리 정찰병이 슈바르츠발트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탐사한다면, 이건 SF 장르에 속할 겁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지중해 주변에서 아즈텍 재규어 전사와 브리튼 장궁수가 투닥투닥 싸운다고 묘사합니다. 그래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SF 게임인가요? 이 게임이 SF 장르에 속하나요? 많은 사람들은 고개들을 저을 겁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SF 게임입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전형적인 대체 역사가 아닙니다. 아무리 마야 독수리 정찰병이 슈바르츠발트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탐사한다고 해도, 이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진짜 대체 역사 게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전략 게임 전형을 위해 게임 제작자들은 그저 여러 문명들을 집어넣었을 뿐입니다. 대체 역사는 인류 문명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고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이 가능성을 위해 대체 역사 장르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SF 장르와 대체 역사는 만날 수 있고, SF 장르는 대체 역사를 포함합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이 가능성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시드 마이어의 문명> 같은 게임조차 새로운 가능성을 전망하지 않습니다. <문명> 시리즈에서 이로쿼이 연맹은 미국 백인들을 물리치고 번영할 수 있습니다. 진화 시뮬레이션 <심라이프>가 대체 진화 역사를 보여주는 것처럼, 현실 역사에서 <문명> 시리즈는 벗어나고 새로운 역사를 씁니다. 하지만 이게 대체 역사인가요? <문명> 시리즈가 대체 역사를 구현하나요?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게 대체 역사보다 전략 게임 형식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심라이프>가 SF 게임이 아닌 것처럼, <문명> 시리즈는 SF 게임이 아닙니다. 아무리 이로쿼이 연맹이 미국 백인들을 물리친다고 해도, 이건 4X 게임 형식입니다.

전략 게임에서 여러 세력들이 협동하고 충돌하기 때문에, <문명> 시리즈는 그저 이것을 따라갈 뿐입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서 여러 외계인들이 어울리는 것처럼, <문명> 시리즈는 그저 여러 문명들이 어울린다고 묘사할 뿐입니다. 이건 대체 역사가 되지 않습니다. <문명> 시리즈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훨씬 얄팍하고, 이 게임은 대체 역사가 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이 대체 역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 게임은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다른 요소들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반적인 실시간 전략 게임들처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일꾼은 가장 기초 유닛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실시간 전략 게임들과 달리,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다양한 식량 생산 노동들을 묘사합니다. 이 게임에서 일꾼은 자원을 모으고, 건물을 짓고, 장비를 수리합니다. 일꾼들은 여러 노동들을 담당합니다. 여러 노동들 중에서 식량 생산 노동은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채집꾼은 열매를 따고, 목동은 칠면조를 도살하고, 사냥꾼은 사슴에게 화살을 날리고, 어부는 그물을 던지고, 농장에서 농민은 씨앗들을 뿌리고, 바다에서 어선은 통발을 설치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아주 유명한 실시간 전략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테란, 저그, 프로토스 일꾼들은 다양한 방법들로 식량들을 모으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미네랄을 모으기 위한 노동 방법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반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식량 생산 노동들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식량 생산 노동들이 다양하다고 해도, 채집과 사냥과 낚시보다 농장은 대부분 비중을 차지합니다. 게임 초반부에서 일꾼들은 다양한 식량 생산 노동들을 담당하나, 초반부 이후, 농장은 대부분 식량 생산을 책임집니다. 넓고 넓은 농경지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의 고유한 풍경입니다. 어쩌면 이건 채집과 사냥과 낚시보다 농업이 잉여 생산물을 축적하고, 계급 사회를 만들고,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뜻인지 모릅니다. 이른바 원시 공산주의 이론은 채집과 사냥과 낚시 사회에서 잉여 생산물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잉여 생산물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 역시 갈등하지 않고, 심각한 계급 갈등/착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전쟁 역시 나타나지 않습니다. 원시 공산주의 사회는 절대 낭만적이지 않고 이상적이지 않으나, 적어도 극심한 계급 갈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극심한 계급 갈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거대 문명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건 게임 속의 초반 암흑 시대가 원시 공산주의라는 뜻이 아닙니다. 게임 설명서가 암흑 시대를 설명할 때, 게임 설명서는 5세기 유럽 상황을 언급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의 암흑 시대는 로마 붕괴 이후 유럽 상황을 가리키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다른 문명들입니다. 이 게임은 비단 유럽만 아니라 다양한 문명들을 포괄합니다.

이른바 암흑 시대는 오직 유럽만 가리킵니다. 다양한 문명들은 다양한 역사 경로들을 거쳤고, 5세기 이후 유럽 암흑 시대는 다양한 문명들에게 들어맞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동남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라비아가 유럽 경로를 똑같이 따라갔나요? 그건 아닙니다.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유럽 암흑 시대를 인도나 아라비아나 아프리카에 적용한다면, 이건 무리한 해석일 겁니다. 그래서 게임 속의 초기 암흑 시대는 오직 유럽 상황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비록 게임 속의 초기 시대가 원시 공산주의가 아니라고 해도, 이건 보편적인 채집과 사냥 사회인지 모릅니다. 잉여 생산물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 속의 초기 암흑 시대는 그저 전략 게임 형식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이건 보편적인 채집과 사냥 사회보다 그저 게임 규칙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문명 발전 단계가 핵심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대략적인 문명 발전 단계들을 반영하는지 모릅니다. 거대 문명에게는 채집과 사냥보다 농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여기에서 농업은 공유지 농업이 아닐 겁니다. 코뮨 마을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공유지 농업은 거대 문명으로 발전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에 가깝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고, 특히, 이 게임은 제국들을 묘사합니다. 코뮨 마을들과 제국 전쟁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다양한 식량 생산 노동들을 보여준다고 해도, 채집과 사냥과 낚시보다 농업은 훨씬 커다란 비중,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릅니다. 물론 (거대 문명을 위한) 농장은 공짜가 아닙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농장들을 유지하기 위해 일꾼들은 목재 자원을 꾸준히 공급합니다. 일꾼들은 계속 숲을 베고 목재 자원을 얻어야 합니다. 만약 농장들이 계속 늘어나고 계속 돌아간다면, 당연히 주변 자연 환경은 바뀔 겁니다. 숲은 사라지고, 평원은 넓어질 겁니다. 농장들은 주변 자연 환경을 바꿉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숲을 없애기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명은 자연 환경을 바꿉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원시 공산주의와 잉여 생산물 사회를 암시합니다. 게임 제작자들이 이것을 의도했나요? 여러 보수 우파들처럼, 어쩌면 게임 제작자들은 원시 공산주의 이론이 엉터리 헛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인류 문명 단계들을 어느 정도 고증하기 때문에, 게임 제작자들은 원시 공산주의와 잉여 생산물 사회를 (저도 모르게) 암시했는지 모릅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제국 농업이 자연 환경을 바꾼다고 묘사합니다. 게임 제작자들이 이것을 의도했나요? 아니, 이건 게임 제작자들 의도가 아닌지 모릅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문명 발전을 어느 정도 고증합니다.

[채집과 사냥 사회에서 거대 제국까지, 이 게임은 문명 단계를 묘사합니다. 이건 SF 설정이 아닙니다.]

게임 제작자들은 제국 농업이 삼림을 없앤다고 (저도 모르게) 묘사했는지 모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원시 공산주의와 사라진 삼림을 암시하지 않고 묘사하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똑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입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원시 공산주의가 계급 갈등에 빠지지 않는다고 묘사하지 않습니다. 일꾼들은 그저 미네랄을 열심히 공급할 뿐입니다. 아무리 일꾼들이 미네랄을 캐고, 캐고, 다시 캐고, 또 다시 캔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자연'이 사라진다고 해석하지 않을 겁니다. 반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이것들을 묘사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채집과 사냥 사회, 문명 발전 단계, 잉여 생산물, 계급 투쟁, 자연 환경 변화를 암시하고 묘사합니다. 비록 게임 제작자들이 이것들을 직접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비록 이 암시들과 묘사들이 얄팍하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는 이것들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임 설명서가 문명 발전 요소들을 설명하고 고증하기 때문에, 이 해석들은 무리가 아닐 겁니다. 만약 로자 룩셈부르크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를 플레이한다면, 로자 룩셈부르크는 초기 채집/낚시와 넓고 넓은 농경지와 사라진 삼림과 거대 문명을 흥미롭게 바라볼지 모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이것들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원시 공산주의와 문명 발전 단계에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로자 룩셈부르크는 <스타크래프트>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인상적이라고 느낄지 모릅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4X 게임에 가깝습니다. 이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4X 게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 게임 플레이어들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4X 게임인지 묻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게 관심을 기울일지 모르는 것처럼, 이 게임이 4X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게임 플레이어는 문명 발전 단계와 자연 환경 변화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원시 공산주의 해석은 그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합니다. 아니면 이 게임은 원시 공산주의 이론을 (저도 모르게) 반영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원시 공산주의 해석이 옳든 그르든, 이건 SF 평론이 아닙니다. 원시 공산주의와 문명 발전 단계와 자연 환경 변화는 SF 평론과 아무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문명 발전 단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나, 날아다니는 람보르기니와 달리, 문명 단계들은 비현실, SF 설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SF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과 <스타크래프트>는 SF 장르에 속하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SF 게임이 정말 아닌가요? 이 게임에서 아즈텍 재규어 전사와 브리튼 장궁수는 지중해 주변을 돌아다니고 투닥투닥 싸웁니다. 남아메리카 열대 밀림에서 불가사의 건물을 짓기 위해 버마 사람들과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경주합니다. 슈웨다곤 파고다 주변에서 남아메리카 재규어들이 어슬렁거리는 동안, 게임 플레이어는 비현실 설정을 인식할지 모릅니다. "이야, 이건 너무 이질적이야. 어떻게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가 함께 존재할 수 있지?" 이렇게 게임 플레이어는 느끼고 문명, 지리, 야생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비현실을 이용하고 현실을 환기합니다.

이건 SF 미덕입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비현실을 제시하고 현실을 환기합니다. 만약 하드 SF 소설에서 장거리 우주선이 바이오 돔을 장착한다면, 독자는 자연과 문명 관계를 고민할 겁니다. 우주선은 폐쇄 사회이고, 바이오 돔은 폐쇄 생태계입니다. 어떻게 폐쇄 사회와 폐쇄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나요? 어떻게 인류 사회와 자연 생태계가 영향을 주고 받나요? 우주선과 바이오 돔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비현실(우주선과 바이오 돔)은 현실(자연과 문명)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주선에서 누군가가 바이오 돔을 독점하고 남용한다면, 이건 전체 생태계에게 영향을 미칠 테고, 우주선 사회는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만약 로자 룩셈부르크가 이 하드 SF 소설을 읽는다면, 로자 룩셈부르크는 우주선 사회가 바이오 돔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인류 사회는 자연 환경을 공유해야 합니다. 공유 사회는 환경 오염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캐롤린 머천트는 여러 공유지 사회들(코뮨 마을들)을 제시하고 이것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세계화 자본주의는 공유화보다 민영화, 사유화를 선호합니다. 임금 노동 제도는 자연 환경(생산 수단)의 사유화에 기반합니다. 여자 무급 노동은 자연 환경(생산 수단)의 민영화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 임금 노동 제도, 중산층 가족, 여자 무급 노동은 사라져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임금 노동 제도, 중산층 가족, 여자 무급 노동이 사라질 때, 인류 사회가 공유지를 설정할 때, 인류 사회는 기후 변화를 비롯해 환경 오염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드 SF 소설과 우주선 바이오 돔은 이 현실을 환기합니다. 하드 SF 소설처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역시 현실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슈웨다곤 파고다 주변에서 재규어들이 어슬렁거리는 동안, 이 비현실은 문명, 지리, 야생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이건 모든 게임 플레이어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를 플레이하고 현실을 환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비현실보다 오직 전투와 승리만 추구할 겁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비현실보다 오직 전투와 승리만 추구합니다. <스타크래프트 2> 중계 방송들을 보세요. 아나운서와 두 해설자가 비현실을 논의하나요? 아니, 그들은 그저 스칼렛 선수가 백동준 선수를 이겼다고 열광할 뿐입니다. 아나운서와 두 해설자에게 스페이스 오페라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SF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는 SF 설정을 반드시 중시하지 않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현실을 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현실은 존재합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문명, 지리, 야생을 새롭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해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비현실은 존재합니다. 비록 이 비현실 설정이 얄팍하다고 해도,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들은 비현실이고, 아라비아 사막의 테노치티틀란 피라미드는 비현실입니다. 만약 얄팍한 비현실이 SF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얄팍한 스페이스 오페라들은 비현실에 속하지 않을 겁니다. 얄팍한 스페이스 오페라들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훨씬 진지합니다. 프로토스 커세어와 디스럽션 웹이 SF 설정이 되는 것처럼,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들은 비현실 설정이 됩니다. 그래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SF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SF입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처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가 SF인가요?]

하지만 많은 SF 팬들은 반대할 겁니다. "아니, 이건 엉터리 분류야! 어떻게 중세 역사 전략 게임이 SF 장르에 속할 수 있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대체 역사가 아니고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야! 아무리 마리아 라흐 수도원 주변에서 코모도 도마뱀들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아무리 남아메리카 열대 밀림에서 베르베르 사람들이 하산 탑을 짓는다고 해도, 이건 그저 전략 게임 형식에 불과해! 전략 게임이 여러 세력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그저 여러 지리들과 문명들과 자연들을 혼합할 뿐이야! 이 게임은 SF 장르에 속하지 않아! <문명> 시리즈 역시 SF 게임이 아니야! 흥, 칫, 뿡!"

이 반박은 타당합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과 달리, 분명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전형적인 SF 게임이 아닙니다. 아무리 이 게임이 여러 지리들과 문명들과 자연들을 혼합하고,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현실을 환기한다고 해도, 이건 그저 게임 형식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주류 문학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이용합니다. 현실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비현실입니다. 그래서 주류 문학이 SF 문학이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아무리 전지적 작가 시점이 비현실이라고 해도, 이 문학 형식은 SF 설정이 되지 않습니다. 문학 형식이 SF 설정이 아닌 것처럼, 커스텀 게임 형식은 SF 설정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왜 커스텀 게임 내용이 SF 설정이 되지 못하나요? 중세 사람들은 여러 지리들과 문명들과 자연들을 혼합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서구 근대화 이후, 새로운 역사 관점이 나타났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 관점은 여러 지리들과 문명들과 자연들을 혼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혼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게 사이언스 픽션이 아닌가요? 이렇게 SF 장르를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주선 바이오 돔은 확실한 SF 설정입니다. 아무도 이것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드워프 스팀펑크 비행선이 혼란스러운 것처럼,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드워프 스팀펑크 비행선을 SF 장르에 집어넣거나 집어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슈웨다곤 파고다와 재규어들을 SF 장르에 집어넣거나 집어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SF 장르는 고정적인 경계선이 아닙니다. 그래서 SF 장르를 논의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SF 장르가 나타났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어떻게 SF 장르가 나타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구 근대화를 파악해야 합니다. 서구 근대화 이후, SF 장르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식민지 수탈이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유럽 중심주의, 백인 우월주의입니다. 유럽 중심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다양한 문명들을 제시하나, 유럽 문명은 가장 중심입니다. 에티오피아와 아즈텍과 사라센과 버마보다 브리튼은 중심 문명입니다. 게임 도입부 동영상은 다른 문명들보다 유럽 문명을 보여줍니다. 문명 발전 단계는 유럽을 따릅니다. 암흑 시대, 봉건 시대, 성주 시대는 다른 문명들보다 유럽 문명을 따릅니다. 게임 시작 메뉴 역시 유럽 도시를 보여줍니다. 끔찍한 식민지 수탈이 자본주의를 뒷받침하고, 자본주의가 유럽 중심주의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에, 유럽 중심주의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다행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그저 비디오 게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어가 에스파냐를 선택하고 아즈텍 여자들을 학살한다고 해도, 이건 그저 게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유럽 중심주의, 세계화 자본주의, 기후 정의, 고통스러운 남반구는 게임이 아닙니다.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여자들이 고통에 빠지는 동안,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비웃습니다. 고통스러운 남반구는 부유한 서구를 뒷받침하나, 부유한 서구 근대화는 고통스러운 남반구를 비웃습니다. 이렇게 유럽 중심주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이 서구 중심주의 속에서 우리가 서구 근대화를 파악할 수 있나요? 이게 가능한가요?

※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스크린샷 출처: SergiuHellDragoonHQ,

https://www.youtube.com/watch?v=LmxvrvjTV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