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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와 롤플레잉 장르 특징 본문

SF & 판타지/장르 정의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와 롤플레잉 장르 특징

OneTiger 2019. 9. 19. 20:17

[이런 장면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 가깝습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롤플레잉 장르에 속할 수 있나요?]

 

 

비디오 게임 <던전스 앤 드래곤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문자 그대로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 기반합니다. 모험가 일행은 여섯(전사, 성직자, 도적, 마법사, 엘프, 드워프)입니다. 모험가 일행이 보여주는 것처럼,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던전스 앤 드래곤스> 1편에 속합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가 롤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롤플레잉 게임…이 되나요? 이건 다소 의문입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가장 대표적인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가장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일지 모릅니다.

 

먹자 골목에서 여러 맛집들이 원조 맛집을 주장하는 것처럼,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나는 원조 롤플레잉 게임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에는 온갖 롤플레잉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쏟아지기 오래 전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은 <던전스 앤 드래곤스>를 플레이했고, 숱한 미궁들 속에서 숱한 모험가 일행들은 방황했습니다. 비록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으나, 원조 롤플레잉 게임으로서 여전히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유명세를 자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복잡하고 비좁고 위험한 성채와 동굴과 지하실에서 여러 모험가들은 해골 병사들과 싸우고, 지도를 그리고, 함정을 분해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던전스 앤 드래곤스>는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롤플레잉 게임이 될 수 있나요? 대답은 다소 애매합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보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 가깝습니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골든 액스>, <더 킹 오브 드래곤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드래곤스 크라운> 같은 게임들을 가리킵니다. 사실 <더 킹 오브 드래곤스>는 <타워 오브 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타워 오브 둠>은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 영향을 미쳤고,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다시 <던전 앤 파이터>와 <드래곤스 크라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 사조에는 이런 계보가 있습니다. 이런 계보 속에서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롤플레잉 장르보다 횡스크롤 액션 장르에 가깝습니다. 흔히 게임 플레이어들이 롤플레잉 게임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울티마>와 <주시자의 눈>과 <엘더 스크롤>과 <폴아웃>과 <매스 이펙트>와 <스토커>는 롤플레잉 게임을 대표합니다. 이런 게임들 사이에는 여러 차이들이 있으나, 모두 롤플레잉 장르에 들어갑니다.

 

 

이런 게임들에게 여러 차이들이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게임들이 똑같이 롤플레잉 장르에 들어가나요? 이런 게임들에게 근본적인 유사성이 있나요? <울티마>와 <주시자의 눈>과 <엘더 스크롤>과 <폴아웃>과 <매스 이펙트>와 <스토커> 사이에 근본적인 유사성이 있나요? 이런 게임들과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나요? 어떻게 <주시자의 눈>과 <폴아웃>이 똑같은 장르에 들어가나요? <주시자의 눈>은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전사, 성직자, 도적, 마법사는 모험가 일행이 되고 던전에 들어갑니다. 던전 속에서 모험가 일행은 1인칭 시점을 보여줍니다.

 

모험가 일행이 1인칭 시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네 모험가들은 함께 바라보고 함께 움직입니다. 반면, <폴아웃>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강대국들이 전략 병기들을 퍼붓었기 때문에, 인류 문명은 망했습니다. 황무지에서 게임 주인공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폴아웃>은 던전보다 황무지를 보여줍니다. 게임 주인공은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게임 주인공은 본격적인 모험가 일행을 꾸리지 않습니다. 게임 주인공이 동료를 영입한다고 해도, <폴아웃>은 파티 기반 전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파티 기반 전술을 좋아한다면, <폴아웃>은 실망스러울 겁니다.

 

 

반면, <폴아웃>은 어떻게 황무지 문명에서 세력 구도가 바뀌는지 보여줍니다. 게임 주인공은 수많은 선택들과 조우합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뭔가 굵직한 사건을 선택할 때, 게임 내용은 바뀝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자유 분방하게 다양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은 너무 극단적이고 무모하고 우스꽝스러우나, 이런 선택 역시 세력 구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게임 속의 세상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게임 속의 세상은 유동적입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폴아웃>을 좋아합니다. <스토커> 역시 비슷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스토커>에서 여러 세력들은 기이한 구역에 다가갑니다.

 

여러 세력들, 기이한 구역, 무시무시한 괴물들, 게임 주인공은 복잡한 관계들을 맺습니다. <폴아웃>과 달리, <스토커>는 음산한 자연 환경을 묘사합니다. <폴아웃>은 메마르고 황량하나, <스토커>에는 음산한 환경들이 가득합니다. 게임 주인공은 VSS 빈토레즈와 드라구노프 SVD를 챙기고 음산한 환경들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주시자의 눈>과 너무 다릅니다. 심지어 <솔라스타 Solasta> 같은 롤플레잉 게임은 던전 공간을 최대한 강조하기 원합니다. <솔라스타>는 세력 구도보다 던전 공간을 중시합니다. <폴아웃>과 <스토커>는 사이언스 픽션, 포스트 아포칼립스이나, <솔라스타>는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이런 장면은 <주시자의 눈> 같은 판타지 던전 탐험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1인칭 사격 게임 같습니다.]

 

 

SF 독자들은 <스토커>가 소설 <노변의 피크닉>을 오마쥬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커들이 볼트들을 던질 때, 이 장면은 정말 소설 <노변의 피크닉>과 비슷합니다. <솔라스타>는 <노변의 피크닉>과 비슷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전사와 성직자와 도적과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던전을 탐험하고 함정을 파악한다고 해도, 이런 과정은 <노변의 피크닉>과 비슷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설정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토커>와 <노변의 피크닉>이 비슷하고, <솔라스타>가 <노변의 피크닉>과 다르다면, 어떻게 <스토커>와 <솔라스타>가 함께 롤플레잉 장르가 될 수 있나요?

 

어떻게 <주시자의 눈>과 <폴아웃>과 <스토커>와 <솔라스타>가 함께 롤플레잉 장르가 되나요? 여기에서 근본적인 유사성은 캐릭터 성장입니다. 게임 주인공은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고, 기술 점수들을 높이고, 여러 재주들을 배웁니다. <주시자의 눈>과 <폴아웃>과 <스토커>와 <솔라스타>에는 이런 근본적인 유사성이 있습니다. 경험치, 레벨, 기술 점수, 재주는 근본적인 유사성이 됩니다. 아무리 <주시자의 눈>이 파티 기반 전술이라고 해도, <폴아웃>이 세력 구도를 제시한다고 해도, <스토커>가 음산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해도, <솔라스타>가 던전 공간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런 게임들에는 캐릭터 성장이 있습니다.

 

 

물론 <주시자의 눈>과 <폴아웃>과 <스토커>와 <솔라스타>가 똑같이 롤플레잉 장르라고 해도, 롤플레잉 장르는 상위 장르입니다. 롤플레잉 장르에는 여러 하위 장르들이 있습니다. <솔라스타>는 전술 롤플레잉이고, <스토커>는 모험(어드벤처) 롤플레잉, 액션 롤플레잉이고, <주시자의 눈>은 파티 기반 롤플레잉입니다. <토치라이트>는 전형적인 액션 롤플레잉이나,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토치라이트>가 롤플레잉보다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디아블로>가 처음 나타났을 때,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디아블로>가 롤플레잉 게임보다 액션 게임이라고 간주했습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가 파티 기반 전술을 제시하는 것처럼, 롤플레잉 게임은 파티 기반 전술입니다. 게임 주인공이 혼자 던전 100층으로 내려가고 온갖 악마들을 때려잡는다면, 이건 그저 액션 게임에 불과합니다. <디아블로>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디아블로>는 액션 롤플레잉 공식을 세울 수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디아블로>보다 <주시자의 눈>이 훨씬 '전통적인'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게임 플레이어가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게임 플레이어는 <디아블로>와 <스토커>를 싫어하거나 <주시자의 눈>과 <솔라스타>를 좋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토치라이트>가 화끈한 액션에 치중한다고 해도, <토치라이트>에서 경험치, 레벨, 기술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토치라이트>와 <스토커>와 <주시자의 눈>과 <솔라스타>는 똑같이 롤플레잉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토치라이트>가 중세 판타지에 스팀펑크를 덧붙이고, <스토커>가 음산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고, <주시자의 눈>과 <솔라스타>가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라고 해도, 이런 배경 설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던전스 앤 드래곤스>가 가장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롤플레잉 게임 = 중세 유럽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롤플레잉 게임을 검색한다면, 포털 사이트는 전형적인 전사, 마법사, 드래곤, 언데드를 제시할 겁니다. 하지만 <폴아웃>과 <스토커>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스윈드 데일>과 <매스 이펙트>처럼, 배경 설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스윈드 데일>이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이고, <매스 이펙트>가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아이스윈드 데일>과 <매스 이펙트>가 비슷한 부류라고 간주합니다. <스타크롤러즈>처럼, 사이언스 픽션 게임은 <주시자의 눈>과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캐릭터 성장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캐릭터 성장보다 캐릭터 조종은 훨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게임에서 캐릭터 성장은 단순하고 평면적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어떻게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고, 기술들과 재주들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합니다. <토치라이트>는 롤플레잉 게임보다 액션 게임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토치라이트>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어떻게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리고, 기술들과 재주들을 선택하고, 무기들과 방어구들을 착용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엑스컴>과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같은 전략 게임들에서조차 캐릭터 성장 규칙들이 있습니다. 반면,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캐릭터 성장 규칙은 얄팍합니다. 캐릭터 성장 규칙은 오솔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갈림길들이 없습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는 이른바 '주차 풍경'이 없습니다. <토치라이트>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마을에 게임 캐릭터를 '주차'하고, 여러 장비들을 대조하고, 기술 경로를 계산하고, 퀘스트 목록을 살핍니다. <폴아웃>과 <스토커>와 <아이스윈드 데일>에도 이런 풍경이 있습니다. 롤플레잉 게임들에는 '주차 풍경'이 있습니다. 이런 주차 풍경은 중요한 특징입니다.

 

 

[드루이드와 다이어 울프 동료 및 파티 동료, 캐릭터 시트. 롤플레잉 장르에는 캐릭터 성장 규칙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스윈드 데일>과 <디아블로>와 <스토커>가 다르다고 해도, 세 게임들에는 비슷한 주차 풍경이 있습니다. 게임 캐릭터가 경험치를 쌓고, 장비들을 얻고, 퀘스트를 해결한다면, 게임 캐릭터는 마을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을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 캐릭터를 '주차'하고, 좋은 장비를 얻었다고 기뻐하거나, 무슨 기술을 찍을지 고민하거나, 퀘스트 의뢰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펼치거나, 상점 주인에게 잡다한 물품들을 넘깁니다. 게임 캐릭터가 주차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스윈드 데일>과 <디아블로>와 <스토커>에는 핵심 마을(허브 마을)들이 있습니다. 상당수 롤플레잉 게임들에는 허브 마을들이 있습니다.

 

롤플레잉 게임 허브 마을로서 <스카이림>에서 화이트런은 좋은 사례입니다. 반면,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는 주차 풍경이 없습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마을에 게임 캐릭터를 '주차'하지 않고, 여러 장비들을 대조하지 않고, 기술 경로를 계산하지 않고, 퀘스트 목록을 살피지 않고, 지도를 펼치지 않습니다. 캐릭터 성장 요소가 평면적이기 때문입니다. <골든 액스>에는 레벨 업 규칙이 없습니다. <골든 액스>처럼,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레벨 업 규칙은 평면적입니다. 퀘스트들은 형식적이고, 게임 플레이어는 다양한 장비들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이 게임에는 주차 풍경이 없습니다.

 

 

물론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분명히 여섯 모험가들은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립니다. 그래서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분류할 겁니다. <골든 액스>에 레벨 업 규칙이 없기 때문에,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여섯 모험가들이 경험치를 쌓기 때문에, <골든 액스>와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다릅니다. 비록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롤플레잉 게임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골든 액스>와 달리,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캐릭터 이름을 쓰고, 물품들을 줍거나 판매하고, 경험치를 쌓습니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골든 액스> 같은 일반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보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를 좋아할지 모릅니다. 아무리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캐릭터 성장 규칙이 밋밋하다고 해도, 이 게임에는 롤플레잉 요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어느 정도 롤플레잉 요소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던전 앤 파이터> 같은 게임은 완전한 롤플레잉 게임이 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골든 액스>와 <던전 앤 파이터> 사이에서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과도기 역할을 맡았는지 모릅니다. 장르 경계선이 모호하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는 롤플레잉 게임이 되거나 되지 않습니다.

 

 

장르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게임 플레이어들은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를 다른 롤플레잉 게임들과 비교하고 대조할 수 있습니다. 장르가 고정적이지 않다고 해도, 이런 과정(비교와 대조)은 장르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런 사례는 '어떻게 사람들이 장르를 분류하는지' 보여줍니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가 롤플레잉 장르에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비교와 대조)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 <SF 생태주의>에게 이런 과정은 중요합니다. 비단 이 블로그만 아니라 숱한 생태학 SF 덕후들에게 이런 과정은 중요합니다.

 

이 블로그는 생태학 SF 장르를 이야기합니다. 롤플레잉 게임들이 '장르'가 되는 것처럼, 생태학 SF 소설들, 만화들, 영화들, 게임들은 '장르'가 됩니다. 생태학 SF '장르'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블로그는 비교하고 대조해야 합니다. 윌리엄 모리스는 <에코토피아 뉴스>를 썼습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은 <Moving the Mountain>을 썼습니다. <에코토피아 뉴스>와 <Moving the Mountain>은 사이언티픽 로망스이고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서구 유토피아 문학입니다. 동시에 두 소설에는 생태적인 상상력이 있습니다. (페미니즘 유토피아에는 동물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두 소설이 생태학 SF 장르에 들어갈 수 있나요? 패트리스 머피는 <식물 아내>를 썼고, 옥타비아 버틀러는 <야생종>을 썼고, 마가렛 앳우드는 <인간 종말 리포트>를 썼고, 파올로 바치갈루피는 <십브레이커>를 썼고, 배미주 작가는 <싱커>를 썼고, 김보영 작가는 <진화 신화>를 썼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생태학 SF 장르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에코토피아 뉴스>와 <싱커>가 똑같이 생태학 SF 장르가 되나요? 진화 생물학 게임 <인텔리젠트 디자인>에도 생태적인 상상력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새로운 생명체들을 진화시키고 새로운 자연 생태계를 조성합니다.

 

소설 <진화 신화>처럼, <인텔리젠트 디자인>이 생태학 SF 장르에 속하나요? 며칠 전에 9월 15일 게시글이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 <오로라>는 바이오스피어 우주선과 인공 자연 생태계 조성을 보여줍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 역시 자연 생태계 조성을 보여줍니다. 비디오 게임 <심파크> 역시 자연 생태계 조성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로라>와 <인텔리젠트 디자인>과 <심파크>가 똑같이 생태학 SF 장르에 들어가나요? 이건 너무 억지입니다. <인텔리젠트 디자인>은 생태학 SF 장르가 될 수 있으나, <심파크>는 절대 SF 장르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화성 테라포밍은 생태학 SF 장르입니다. 하지만 생태학 SF 장르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것을 분류하나요?]

 

 

하지만 '하드 SF' 소설 <쿼런틴>과 달리, '하드 SF' 소설 <오로라>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 <심파크>는 훤칠한 세콰이어와 날렵한 줄무늬 다람쥐와 예쁜 독버섯을 똑같이 찬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게임 플레이어가 "소설 <오로라>와 <심파크>는 똑같이 생태계 조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면, 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런 주장이 억지라고 지적할 겁니다. 이 블로그 역시 억지를 부리는지 모릅니다. 소설 <오로라>는 보수 우파적인 테라포밍 계획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보수 우파 과학자들이 이른바 'B 행성'을 외치고 자유 시장 경제가 외계 행성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떠든다면, 소설 <오로라>는 헛소리를 닥치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행성급 환경 오염을 저질렀습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가기는 어디를 갑니까? 지구에서 인류 문명은 자유 시장 경제를 청산하고 기후 변화를 비롯해 환경 오염들을 정화해야 합니다. 인류 문명이 평등한 공유 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외계 행성 테라포밍이 옳은지 결정하지 못할 겁니다. 자유 시장 경제에게 외계 행성 테라포밍은 그저 또 다른 기후 변화에 불과합니다. 소설 <오로라>는 보수 우파적인 테라포밍 계획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심파크>가 보수 우파적인 테라포밍을 비판할 수… 있나요? 대답은 너무 부정적이거나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오로라>에서 아주 중요한 특징(자연 생태계 조성)은 <쿼런틴>보다 <심파크>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생태학 SF 장르에 여러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는 '어떻게 사람들이 장르를 분류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블로그는 어떻게 사람들이 생태학 SF '장르'를 분류하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장르는 선험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분류하고 정리하기 전에 장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장르가 선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품을 볼 때, 우리가 상품 생산 과정보다 상품 가격을 중시하는 것처럼, 우리가 장르를 볼 때, 우리는 어떻게 장르가 나타나는지 파악하기보다 장르가 고정된 울타리라고 간주합니다. 저는 이게 고질적인 물신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상품만 아니라 장르에도 물신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글이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를 다른 롤플레잉 게임들과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어떻게 장르가 나타나는지 파악해야 할 겁니다. 생태학 SF 장르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어쩌면 이건 이 블로그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지 모릅니다. 이게 너무 거창한 목표이기 때문에, 고작 이런 덕질 블로그 따위는 생태학 SF 장르가 무엇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이 블로그가 장르 분류 방법들을 계속 참조한다면, 이런 과정은 목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겁니다.

 

 

목표가 거창하다고 해도, 진정한 생태학 SF 덕질은 이런 방향입니다. 비평가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비평가가 문학 줄거리를 요약해야 하나요? 비평가가 어려운 철학 용어들과 로만 야콥슨을 읊조려야 하나요? 비평가가 왜 문학이 재미있는지 알려줘야 하나요? 이런 것들 역시 중요하나, 진정한 비평가는 문학이 무엇인지 분류해야 합니다. 생태학 SF 덕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생태학 SF 덕질은 생태학 SF '장르'가 무엇인지 분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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