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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이윤 극대화 비판

사회 민주주의는 얼마나 좌파적인가

OneTiger 2017. 8. 28. 20:00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아마 사회 민주주의는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전략일 겁니다. 20세기 초반에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로 크게 갈렸고, 공산주의는 숱한 압력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나름대로 희망을 제시했으나, 거대 자본들의 침략을 버티지 못했고 결국 국가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이런 와중에 사회 민주주의는 유럽에 계속 퍼졌고,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제일 성공적인 유형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북유럽 모델을 부러워하고, 북유럽 모델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죠.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좌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과연 사회 민주주의가 '좌파'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박노자나 강신주 같은 학자들은 사회 민주주의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은 사회 민주주의가 여전히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하죠. 많은 사람들이 사회 민주주의가 훌륭한 좌파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이게 '훌륭한' '좌파'일까요.



우선 좌파는 현재 체계를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우파는 현재 체계를 지키기 바라지만, 좌파는 그걸 무너뜨리고 싶어합니다. 그러니까 좌파는 반체제적인 사상입니다. 만약 좌파가 현재 체계를 무너뜨린다면, 당연히 좌파는 그 다음 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고대가 중세로 넘어가고 근대가 현대로 넘어간 것처럼 좌파는 현재 체계를 넘어가고 다음 체계에 도달해야 합니다. 좌파는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하고, 그래서 좌파는 진보적이라고 불립니다. 반면, 우파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원하기 때문에 보수적이라고 불리죠.


우파가 현재 상황에 안주하는 반면, 좌파는 상당히 멀리 봅니다. 가령, 자본주의 체계가 당장 무너질 수 있을까요. 아무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30년 이후에 무너질지 모릅니다. 아니면 600년 이후에 무너질지 모릅니다. 600년…. 아득하군요. 하지만 만약 600년 이후에 정말 자본주의 체계가 무너진다면, 좌파는 600년 이후의 후손들을 위해 다양한 발판을 깔아놔야 할 겁니다. 후손들은 그 발판을 딛고 진정한 혁명을 이룩할 수 있겠죠. 좌파는 미래를 바라보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바꿔야 합니다.



이렇듯 좌파는 현재를 깨뜨리고 미래로 나가기 원합니다. 사회 민주주의는 좌파의 이런 전망을 따라갈까요. 글쎄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원래 사회주의자들은 모두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기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투쟁을 포기하고 노선을 바꾸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절대(혹은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자본주의를 통제하기 원했습니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통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전통적인 사회주의자들은 생산 문제를 강조했으나, 이 사회 민주주의자들은 생산이 아니라 분배에 집중합니다. 자본주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생산 문제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 민주주의가 분배를 하고 싶다면, 먼저 생산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는 (그들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생산량에 기댑니다. 그러니까 사회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짝짜꿍한다는 뜻입니다. 사회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의 복지를 끌어올렸고 빈곤을 많이 줄였고 보다 평등한 구조를 이뤘습니다. 사회 민주주의의 이런 성과는 정말 주목을 받을 만합니다.



문제는 사회 민주주의가 분배를 위해 자본주의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본가들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지만, 자본가들만 통제할 뿐이고, 자본주의 체계 자체를 건드리지 못하죠. 중요한 건 자본가 개개인이 아니라 체계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사례처럼 자본가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자본주의 구조가 남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결국 사회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게 굴복했고, 제3의 길 같은 실책이 등장했죠. 껍데기는 반짝거리지만 내용물은 공허합니다.


영국 노동당의 정치인들이 시인하거나 앤소니 기든스가 떠든 것처럼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를 그럴 듯하게 꾸민 것에 불과하죠. 북유럽 모델은 사회 민주주의 중에서 제일 급진적이지만, 북유럽 모델 역시 (자본주의가 그토록 좋아하는) 경제 성장의 논리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사회 민주주의를 좌파라고 부르기에 애매합니다. 자본주의를 전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자들은 식민지 지배에 찬성했죠.



사회 민주주의는 분명히 커다란 성과들을 이룩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북유럽만큼 급진적인 사회 민주주의를 실행한다면, 저는 그걸 환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사회 민주주의를 사회주의의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생각하라고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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