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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자본주의의 시초적인 수탈 본문

사회주의/이윤 극대화 비판

자본주의의 시초적인 수탈

OneTiger 2017. 10. 25. 20:00

소설 <타임십>은 <타임 머신>을 이어가는 속편입니다. <타임 머신>을 쓴 허버트 웰즈가 이 소설을 뭐라고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스티븐 백스터는 시간 여행자를 다시 시간 장치에 앉혔습니다. <타임 머신>에서 시간 여행자는 황폐한 미래만을 둘러봤을 뿐이나, <타임십>에서 시간 여행자는 다양한 세계들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넘어 과거로 돌아가죠. 어떻게 이 우주가 탄생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를 외면한다면, 어떻게 현재가 탄생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근본과 기원을 밝혀야 합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기나긴 역사를 거스르고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원이나 시초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기원이나 시초를 알지 못한다면, 왜 현재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는지 전혀 대답하지 못합니다. 진화론을 모르는 사람이 자연 생태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떻게 자연 생태계가 지금처럼 구성되었는지 말하지 못할 겁니다. 거기에 대답하고 싶다면, 생명이 탄생한 38억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비단 <타임십>만 아니라 수많은 SF 소설들은 기원과 시초를 묻습니다. 특유의 과학적 상상력 덕분에 사이언스 픽션은 그런 것들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현생 조류를 제외하고 공룡은 멸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공룡이 멸종했을까요? 그걸 알고 싶다면, 고생물학 탐사대가 직접 공룡 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니면 직접 공룡을 되살리고, 그 동물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언제 인류가 탄생했고 어떻게 진화했거나 발달했을까요. 그걸 알고 싶다면, 수많은 화석들과 유물들을 발굴해야 합니다.


SF 작가들은 밑바닥을 뚫기 위해, 기원과 근본에 대답하기 위해, 가상의 화석이나 유물을 제시하곤 하죠. 종종 어떤 SF 소설들은 외계의 지적 존재가 인류를 만들었다고 설정합니다. 인류는 이 지구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외계인들이 만들었죠. 그것 역시 기원과 시초를 묻는 소설이겠죠. 어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현대 문명을 싹 멸망시키고, 그 위에 새로운 문명을 꾸립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문명이 굴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새롭게 문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현대 문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할 수 있죠. 이렇듯 수많은 SF 소설들은 시초와 기원과 본질을 묻습니다. 그것들을 묻지 않는다면, 현재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을 사회 구조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상상 과학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가 구성되었는지 기록했고, 그 기록들을 살펴본다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타임십>을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시초와 기원을 추적하고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시점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겠죠. "자본주의 체계는 어떻게 탄생했나?" 흠, 정말 자본주의 체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우리는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이런 자본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좋다고 합의했나요. 외계인들이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가르쳤나요. 자본주의는 대의 제도나 가부장 제도와 함께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체계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자본주의가 탄생했는지 묻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대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수많은 지식인들은 헛다리를 짚습니다. 그들은 지식만 가득할 뿐이고 지혜가 없죠. 지식인들은 많으나, 현자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자는 기원을 밝히고 시초를 추적하고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사회주의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왜 자본주의가 등장했는지 알기 원했어요. 자본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는 그리 오래된 사회 구조가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근대에 탄생했으나, 그리 강력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성장하기 위해 생산 양식을 바꿔야 했습니다. 생산 양식을 바꾸는 도중 어마어마한 수탈이나 착취, 오염이 발생했죠.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런 수탈과 오염을 계속 이어가는 중입니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왜 자본주의가 나타났는지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연스럽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수탈이나 착취나 오염이 자연스러운가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부족민들을 학살하거나 일본이 아시아 사람들을 학살하는 행위 역시 자연스러운가요? 자본주의는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싶다면, 그 전에 먼저 어떻게 현대 문명이 탄생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현대 문명을 논의해도 헛다리만 짚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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