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사회주의는 제국주의를 타파할 수 있나 본문
고전적인 <해전 2만리>부터 <듄>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거쳐 <사소한 정의> 같은 소설까지, SF 소설은 끊임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와 사이언스 픽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일 겁니다. SF 소설 자체가 제국주의 시절에 본격적으로 부흥했기 때문입니다. SF 소설은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태동했는데, 이 시기에 유럽은 한창 식민지를 거느리는 중이었죠. 특히, 영국은 전세계로 손길을 뻗는 중이었고, 수많은 작가들이 영국의 확장 정책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영국의 (상류층 백인 남자) 탐험대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를 탐험하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 왕의 동굴>이나 <잃어버린 세계>가 아주 대표적이죠. SF 소설은 아니지만, <암흑의 핵심> 같은 소설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당시 국제 상황을 고려하면, <잃어버린 세계>나 <암흑의 핵심> 같은 소설이 동시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소설 유형은 21세기 지금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콩: 해골섬> 같은 영화는 21세기 블록버스터지만,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SF 소설을 좋아하거나 비경 탐험 소설이나 스페이스 오페라를 자주 읽는다면, 제국주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뭐, 제국주의는 나쁘죠.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가 나쁘다는 거야 아주 상식입니다. 말은 쉽죠. 문제는 제국주의가 태동하는 원인입니다. 어떻게 제국주의를 근절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 제국주의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없을 겁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서 착취나 수탈을 완전히 뿌리 뽑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원주민들의 고통만큼은 최대한 줄여야 할 겁니다. 이런 물음을 열심히 연구한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사회주의자들이 주목할만한 결과들을 내놨죠. 그래서 블라디미르 레닌처럼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연장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처럼 제국주의를 타파하는 혁명은 반드시 사회주의 혁명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요. 안토니오 네그리처럼 제국과 마르크스 이론을 골똘히 탐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연 일반적인 사회주의 체계가 식민지 지배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곤 합니다. 국경이 나뉘고, 강대국과 약소국이 존재하는 이상, 가혹하고 참혹한 식민지 지배는 물러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거 노동 운동이 꽤나 활발했을 때도 강대국 노동자들은 식민지 노동자들을 착취했습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착취한 셈이죠. 국경이 갈라졌기 때문에 서로 똑같은 노동자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식민지 수탈을 막고 싶다면, 일반적인 노동 운동이나 사회주의 개혁보다 더 급진적인, 더 미래적인 뭔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명확히 말하기 어렵군요. 아마 마르크스가 말했던 자유의 왕국이나 코뮌 공동체 운동이나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더 나가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착취하는 것만 아니라 인류가 야생 동물을 착취하는 것도 막아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