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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콩: 해골섬>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 본문

사회주의/서구 중심주의 비판

<콩: 해골섬>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

OneTiger 2018. 6. 25. 19:14

베트남 침략은 수많은 사건들과 얽매였습니다. 당연히 SF 작가들 역시 베트남 침략과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을 침략했을 때, 어떤 작가들은 반전 성명을 내걸었고, 어떤 작가들은 그걸 찬성했습니다. <영원한 전쟁> 같은 소설은 베트남 전쟁에서 비롯했죠. <에일리언 2> 같은 SF 밀리터리 영화 역시 베트남 전쟁과 멀지 않을 겁니다. <워해머 40K>에 등장하는 카타찬 행성은 베트남 밀림을 비유하는 설정입니다. 카타찬 행성의 카타찬 병사들은 람보를 오마쥬하는 설정이고요.

 

<콩: 해골섬>은 아예 노골적으로 베트남 침략을 이용하죠. 이렇게 베트남 침략은 SF 소설과 영화와 게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콩: 해골섬>이 그저 옛날 사건을 이야기할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사실 영화 감독은 베트남 침략이 옛날 사건이기 때문에 쉽게 베트남 이야기를 <콩: 해골섬>에 넣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베트남 침략이 옛날 사건이기 때문에 미국 관객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콩: 해골섬>을 볼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관객들은 킹콩이 멋지게 활약하기 바랐을 테고, 베트남 침략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겠죠.

 

 

하지만 베트남 침략이 정말 옛날 사건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미국 관객들이 <콩: 해골섬>을 부담스럽지 않게 관람한 이유는 자본주의 체계가 베트남 침략 같은 사건을 계속 묻어버리기 원하기 때문일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사람들은 오직 자본주의가 떠먹여주는 것들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먹습니다. 사람들은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하고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선별하고, 그걸 사람들에게 주입합니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레닌은 악마가 되나, 유럽과 미국 침략자들은 악마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조지 워싱턴은 블라디미르 레닌이 감히 까불지 못하는 학살자일 겁니다.

 

적어도 블라디미르 레닌은 대륙 하나를 통째로 학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아메리카 대륙을 통째로 학살했고, 조지 워싱턴은 그런 미국의 초대 대통령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그렇게 끔찍한 학살자임에도, 우리는 조지 워싱턴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잘못하지 않은 블라디미르 레닌은 더 많이 욕을 먹습니다. 미국이 자본주의 강대국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선별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묻어버립니다. 그래서 아무도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를 복권시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조지 워싱턴은 위인이 됩니다.

 

 

남한 사람들은 한국 전쟁을 끔찍하게 기억하고, 블라디미르 레닌이 악마라고 욕합니다. 북한이 소비에트 연방의 끄나풀이었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은 소비에트 연방과 현실 사회주의와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완전히 틀리지 않습니다. 한국 전쟁은 분명히 비참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전쟁이 비참하다면, 다른 침략 전쟁들 역시 비참할 겁니다. 남한 군대 역시 다른 사람들을 침략했습니다. 베트남 침략에서 남한은 절대 발을 빼지 못합니다.

 

하지만 남한이 정말 베트남 침략을 반성하나요? 남한 군대가 베트남 침략을 반성하나요? 남한 사람들의 목숨이 소중하다면, 베트남 양민들의 목숨 역시 소중할 겁니다. 하지만 왜 남한은 오직 한국 전쟁에만 게거품을 물고, 베트남 침략을 반성하지 않죠? 남한 사람들은 고귀한 문명인이고, 베트남 양민들은 죽어도 되는 야만인들입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은 오직 한국 전쟁에만 게거품을 뭅니다. 그런 모습은 거의 발광에 가깝습니다. 그런 모습은 광신도의 발광 같습니다. 맞아요. 남한 사회는 자본주의를 숭배하는 광신적인 사회죠.

 

 

한국 전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침략 전쟁이 아닙니다. 한국 전쟁은 냉전 시대가 일으킨 비극입니다. 냉전은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은 19세기 식민지 침략으로 이어지는 문제이고요. 우리가 오직 한국 전쟁에만 게거품을 문다면, 그건 꽤나 단기적인 시각일 겁니다. 우리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서구적인 근대화와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현실을 제대로 분석할 때, 우리는 한국 전쟁을 비롯한 각종 비극들을 방지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자본주의 체계는 그런 분석을 가로막고 현실을 왜곡합니다. 학교는 세뇌 기관이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죠. 학교는 아무렇지 않게 기득권의 논리가 진리라고 이야기하죠. 거기에 저항하는 아이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요. 그렇게 삐뚤어진 세뇌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나고, 삐뚤어진 세계관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자본주의의 광신도가 됩니다. 남한과 미국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침략은 흘러간 과거가 되고, 미국 관객들(과 남한 관객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콩: 해골섬>을 봤겠죠.

 

 

수많은 사람들은 식민지 침략이나 원주민 학살이나 흑인 노예들이 옛날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현대 문명이 옛날 사건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현실 속에서 깜둥이들이 욕을 먹는 이유가 그런 과거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과거가 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콩: 해골섬>은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가 됩니다. 그렇게 남한 사람들은 한국 전쟁에 게거품을 물고, 일말의 가책도 없이 <콩: 해골섬>을 관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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