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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블록후드>, 도시와 삼림의 결합 본문

생태/상호 작용으로서 사회와 환경

<블록후드>, 도시와 삼림의 결합

OneTiger 2019. 1. 3. 23:53

[흔히 우리는 도시와 야생이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나, 이 게임은 어떻게 두 요소가 결합하는지 보여줍니다.]

 

 

사전적으로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입니다.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그건 사이보그가 됩니다. 이건 꽤나 간단한 개념이나, 결합 방법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결합 방법들은 다양한 가지들을 뻗고 수많은 사이보그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 가령, SF 세상에서 터미네이터(T-800)와 로보캅은 모두 사이보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이네이터와 로보캅은 서로 다른 결합 방법을 보여줍니다. 터미네이터는 금속 골격과 생체 외피의 결합입니다. 주체는 금속 골격 로봇이고, 생체 외피는 그저 금속 로봇을 위장하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죠.

 

유기체가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유기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터미네이터가 사이보그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반면, 분명히 로보캅은 사이보그가 될 수 있겠죠. 비록 유기체(인간 신체와 무엇보다 두뇌)는 그저 한 줌에 불과하나, 그 한 줌의 유기체는 다른 기계들을 조종합니다. 한 줌의 유기체가 있기 때문에 기계 부품들은 로보캅이 될 수 있죠. 특히, 영화 <로보캅 2>는 로보캅 실험들이 연이어 실패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기계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 줌의 유기체(인간 두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로보캅 실험은 실패할 겁니다. 이런 사례에서 인간 신체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터미네이터와 로보캅은 인간형 사이보그입니다. 사이보그를 언급할 때, 흔히 사람들은 인간형 사이보그를 언급하죠. 하지만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한다면, 다른 것들 역시 사이보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식물 사이보그, 미생물 사이보그, 동물 사이보그 역시 나타날 수 있겠죠.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 <먹이>에서 나노 머신들을 생산하기 위해 기술자들은 미생물들을 이용합니다. 만약 이런 설정이 좀 더 멀리 나가고 나노 머신들이 미생물들과 결합한다면, 나노 머신-미생물은 사이보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미생물은 영양분 섭취와 동력 발생을 담당하고, 나노 머신은 다른 기능들을 담당할 수 있겠죠. 비디오 게임 <커맨드 앤 컨커: 적색 경보 2>에서 소비에트 연방 해군은 대왕 오징어를 조종합니다.

 

이 대왕 오징어는 통상적인 대왕 오징어보다 훨씬 크고 머리에 기계를 장착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 해군은 대왕 오징어를 조종하고 연합 해군 함선들을 휘감을 수 있어요. 머리에 기계를 장착했기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 크라켄은 동물 사이보그, 거대 괴수 사이보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비디오 게임 <엔들리스 스페이스 2>에서 언폴른 외계인들은 스스로 거대한 나무가 되고, 기계 장치들과 결합하고, 생체 우주선으로 변신합니다. 언폴른 우주선은 나무 생체 우주선이죠. 거대한 나무와 기계 장치들이 결합했기 때문에 언폴른 우주선은 식물 사이보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언폴른 그 자체가 일반적인 식물이 아니고, 언폴른이 키우는 나무 역시 일반적인 식물이 아니라고 해도, 언폴른 생체 우주선은 식물 사이보그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SF 설정들은 다양한 사이보그들을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SF 설정들은 인간, 미생물, 식물, 동물, 거대 괴수 사이보그들을 상상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SF 설정이 훨씬 시야를 확장할 수 있을까요? SF 설정이 이런 개념을 완전히 다른 개념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로보캅, 소비에트 연방 크라켄, 언폴른 우주선. 이런 것들은 신체적인 개념입니다. 유기적인 신체에 기계를 덧붙일 때, 로보캅과 소비에트 연방 크라켄과 언폴른 우주선은 사이보그가 됩니다. 로보캅과 소비에트 연방 크라켄과 언폴른 우주선에게는 신체가 있습니다.

 

언폴른 우주선은 식물(나무)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나무에게도 신체가 있어요. 나무의 신체는 인간의 그것이나 크라켄의 그것과 다르나, 우리는 인간, 나무, 크라켄에게 모두 신체가 있다고 간주할 수 있죠. 무엇보다 신체는 시각적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신체인지 구분할 수 있죠. 로보캅의 한 줌짜리 살덩이와 크라켄의 거대한 몸뚱이와 두 지느러미와 촉수들, 코야실 나무의 나무 껍질들과 가지들과 잎사귀들. 우리는 이런 것들이 신체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존재와 외부 환경을 구분합니다. 이런 신체가 있기 때문에 로보캅과 소비에트 연방 크라켄과 언폴른 우주선은 존재가 되고 자신과 외부 환경을 구분할 수 있죠. 이런 신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 존재가 아닌 어떤 대상에 SF 설정이 사이보그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비디오 게임 <블록후드>는 미래적인 삼림 건물들을 보여줍니다. 삼림 건물들은 아직 상상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블록후드>는 그런 상상력이 무슨 광경을 연출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블록후드>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고, 다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처럼, 게임 플레이어는 뚝딱뚝딱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달리, <블록후드>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건물이 생명체들을 위한 생활 공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건물은 인간들이 자재들을 조립한 결과가 아닙니다. <블록후드>는 그게 건축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건물이 유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건물을 지을 때, 게임 플레이어는 자연 환경과 식생과 야생 동물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블록후드>에서 환경 오염은 종말과 붕괴를 부르는 재앙입니다. 물론 숱한 건설 게임들 역시 환경 오염들을 구현합니다. 숱한 건설 게임들은 전염병들과 환경 오염들을 빼먹지 않죠. 하지만 <블록후드>에서 환경 오염들과 자연 생태계는 그저 장애물이나 배경 요소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자연 생태계는 인류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합니다. 인류 사회와 자연 생태계는 서로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블록후드>는 도시가 생태계가 될 수 있는지 묻고 그게 가능하다고 스스로 대답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게임 플레이어는 여러 기계 장치들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 기계 장치들은 여러 기능들을 제공할 겁니다. 하지만 기계 장치들은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고 온실 가스를 뿜을지 모릅니다. 그것들은 건물을 부식시킬 테고 사람들을 오염시키겠죠. 산업 폐기물들과 온실 가스를 처리하기 위해 게임 플레이어는 식생을 조성해야 합니다. 심지어 게임 플레이어는 삼림 건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건물은 숲을 품을 수 있고, 건물과 숲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건물이 숲을 품을 때, 숲은 야생 동물들을 부를 겁니다. 인공적인 건물에서 인간들과 숲과 야생 동물들은 함께 살아갈 수 있겠죠.

 

이건 다소 미래적인 상상력입니다. 삼림 건물이 정말 이런 생태계가 될 수 있을까요? 아무도 그걸 장담하지 못하겠죠.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인공 생태계는 놀라운 '결합'입니다. 네, 이건 결합입니다. 기계 장치들과 식생, 건축과 삼림 조성, 사회와 자연, 문명과 야생은 서로 결합합니다. <블록후드>는 그런 결합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물론 문명과 야생을 단순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이분법은 오류일 겁니다. 자연 생태계 안에는 인류 문명이 있고, 인류 문명 안에는 또 다른 자연 생태계가 있습니다. 양쪽은 서로 영향들을 미치고, 경계선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문명과 야생을 구분합니다. <블록후드>는 삼림 건물을 이용해 문명과 야생이 공존할 수 있고 결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계 장치들과 코야실 행성 나무가 결합하고 언폴른 우주선이 되는 것처럼, 기계 장치들과 식생은 결합하고 삼림 건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기계와 유기체는 서로 대조적이나, 대조적인 양쪽은 결합할 수 있습니다. 사이보그는 그런 개념입니다. 문명과 야생은 서로 대조적이나, 대조적인 양쪽은 결합할 수 있습니다. 삼림 건물은 그런 개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삼림 건물은 사이보그와 비슷합니다.

 

사이보그와 삼림 건물 모두 대조적인 기계와 유기체, 대조적인 문명과 야생의 결합입니다. 한쪽에는 기계와 문명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유기체와 야생이 있습니다.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사이보그가 되는 것처럼, 문명과 야생이 결합할 때 그건 삼림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삼림 도시가 사이보그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삼림 건물은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건물이 존재가 아니라 공간이라고 간주합니다. 도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시는 존재가 아니라 공간이 됩니다. 따라서 삼림 건물이나 삼림 도시는 사이보그가 아닙니다. 하지만 서로 대조적인 두 요소가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삼림 도시는 사이보그와 비슷한 감성을 풍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흔히 우리는 기계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할 때, 사이보그는 살아있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로보캅이 죽은 것이라고 간주하지 않을 겁니다. 흔히 우리는 도시가 야생과 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시와 야생이 결합할 때, 삼림 도시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야생을 품은 공간이 됩니다. 우리는 삼림 도시가 어느 정도 야생을 품을 수 있다고 간주할 겁니다. <블록후드>에서 늑대나 사슴이나 멧돼지나 표범은 삼림 도시로 들어가고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다소 이질적인 장면이나, 그런 이질감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는 삼림 도시에 감탄하고 삼림 도시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겠죠.

 

아무도 미래에 정말 이런 삼림 도시가 나타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겁니다. 어쩌면 <블록후드>가 상상하는 삼림 도시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어떻게 건물 하나에서 멧돼지와 참나무 숲과 사무실과 주거지와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겠어요? 이건 그저 게임적인 표현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블록후드>가 보여주는 삼림 도시는 이질적이고 동시에 감탄스럽습니다. 이렇게 도시와 야생을 결합하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많을까요? 글쎄요, 저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나,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블록후드>는 <심파크> 같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에 어느 정도 근접합니다. 어쩌면 <블록후드>는 유일하게 삼림 건물을 강조하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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