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와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 본문
[부족 킨포크를 구하는 웬디고 늑대인간. 이런 늑대인간들은 부족 사회를 반영할 수 있으나….]
제목처럼 스토리텔링 게임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늑대인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늑대인간이 사람을 물어죽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내용들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나, 핵심적인 주제는 환경 오염입니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에서 늑대인간들은 어머니 가이아와 자연 생태계를 지키는 전사들입니다. 그들은 대기업들을 공격하고, 악마들과 맞붙고, 괴수들을 족치고, 살상 기계들을 파괴합니다. 그런 것들이 자연 환경을 오염시킬 때, 어머니 자연이 고통스러워할 때, 분노로서 늑대인간들은 일어서고 열혈적으로 적들을 찢어발깁니다.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일반적으로 도시 판타지(어반 판타지)에 속할 겁니다. 늑대인간들이 현대 도심지를 누빈다는 설정은 도시 판타지에 속하겠죠. 중세 판타지에서 모험가 일행은 머나먼 던전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이런 도시 판타지에서 늑대인간 무리(울프 팩)는 도시나 특정한 지점을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악마들을 사냥하기 위해 종종 그들은 다른 차원들로 멀리 떠나나, 그렇다고 해도 도시 판타지라는 특성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와 함께 <월드 오크 다크니스>라는 커다란 세계를 이루는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나 <메이지 디 어센션>을 고려한다면, 도시 판타지는 훨씬 두드러지겠죠.
하지만 대부분 이런 부류의 거대 설정들이 그런 것처럼,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순수하게 판타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늑대인간들에게 가장 커다란 적은 대기업들입니다. 종종 악마나 괴수보다 대기업들은 훨씬 위험할지 모릅니다. 대기업들은 기술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퍼붓고, 온갖 인공 지능들과 살상 로봇들과 개조 생명체들을 만듭니다. 심지어 대기업들은 유전 공학으로 인공적인 늑대인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늑대인간은 어머니 자연의 손길을 받지 못하나, 늑대인간으로서 이런 '모방'은 막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때때로 이런 첨단 병기들은 흡혈귀나 유령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훨씬 강력하고, 과학 기술은 마법과 초능력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메이지 디 어센션>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집니다. <메이지 디 어센션>에서 전통적인 마법사들과 기술적인 마법사들은 서로 대결하고, 그래서 게임 플레이어들은 마법과 상상 과학의 대결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메이지 디 어센션>은 커다란 인기를 끌어요. <메이지 디 어센션>과 달리,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노골적으로 마법과 상상 과학이 싸운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늑대인간들에게 가장 커다란 적이고, 동시에 대기업은 과학 기술을 연구합니다. 그래서 늑대인간들은 각종 첨단 병기들과 싸워야 합니다. 이런 설정 덕분에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역시 일종의 사이언스 판타지가 될 수 있겠죠. 핵심 설정은 도시 판타지이나, 주변 설정은 사이언스 판타지가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대기업은 전통적인 판타지보다 사이언스 픽션에 가까운 소재입니다. 영리 기업은 19세기 근대적인 진보의 산물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영리 기업이 없었죠. 프랑스 대혁명 이후, 부르주아 계급은 권력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사이버펑크 소설들은 대기업들을 꾸준히 풍자하고 비판해요. 대기업은 판타지보다 사이언스 픽션에 가까운 소재입니다. 따라서 첨단 장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어느 정도 사이언스 판타지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대기업과 맞서는 늑대인간들은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와 많이 닮았습니다.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가 자연 친화적이었기 때문에 게임 제작진은 늑대인간들에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를 투영했는지 모르죠.
하지만 늑대인간들이 정말 심층적으로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를 반영할까요? 부족민들은 그저 자연 친화적인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절대 권력에 저항했고, 토지 공유를 실시했고, 숙의 민주주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에는 이런 토지 공유나 숙의 민주주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늑대인간들은 그저 표면적으로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을 모방할 뿐입니다. 사이언스 픽션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창작물들 속에서 이런 모습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다들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을 뭔가 신비로운 문명으로 포장하느라 바쁘고, 알맹이를 파악하지 않아요.
아니, 비단 사이언스 픽션이나 판타지만 아니라 시대극 역시 마찬가지겠군요.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영화는 북아메리카 부족 학살을 왜곡합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일본 문화를 신비롭게 포장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주인공은 잘생긴 미국 상류층 백인 남자(톰 크루즈)입니다. 이 백인은 미군이고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을 학살했습니다. 영화 주인공은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나, 일본 전통 마을에서 지내는 동안 그런 죄책감을 털어냅니다. 영화 주인공은 북아메리카 부족 사회와 일본 전통 마을을 서로 연결합니다. 이는 꽤나 웃긴 짓거리입니다. 일본 전통 마을이 꽤나 억압적인 계급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전통 마을에는 귀족과 하층민이 있고, 하층민은 귀족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이게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인가요? 겉모습이 목가적이라면, 절대 권력과 귀족이 있다고 해도, 그 공동체가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요? 그건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겠죠. 절대 권력에 저항하는 사회와 억압적인 계급 구조는 절대 똑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주인공은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그저 일본 전통이 신비스럽다고 이야기할 뿐입니다. 귀족에게 굴복하는 사회가 신비스럽나요? 신분 차별은 착취로 이어집니다. 착취가 신비롭나요? 사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북아메리카 부족민 학살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는 젓가락으로 쌀밥을 먹고, 일본어를 말하고, 청주를 마시고, 벚꽃들이 만개한 거리를 걷습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저 백인이 신비롭고 상서로운 동양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을 미화할 뿐입니다.
저는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가 <라스트 사무라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 특정한 문화를 신비스럽게 포장하고 알맹이를 파악하지 않죠. 이는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가 <라스트 사무라이>처럼 멍청하고 무식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인종 차별에 가까울 만큼 문제가 심각한 영화이나,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요. <라스트 사무라이>보다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훨씬 똑똑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는 얄팍한 사상을 드러냅니다. 누군가가 이 스토리텔링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개인적인 취향일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게임의 설정이 대단하다고 호평하고 싶다면, 그 사람은 환경 보호와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를 훨씬 깊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