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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현실 속에서 <우주의 개척자>를 읽는다면 본문

생태/상호 작용으로서 사회와 환경

현실 속에서 <우주의 개척자>를 읽는다면

OneTiger 2019. 1. 16. 13:54

[외계 개척 도시와 인공 생태계는 원대한 상상력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것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로버트 하인라인이 쓴 소설 <우주의 개척자>는 인구 폭발을 걱정합니다. <우주의 개척자>에서 등장인물들은 인구가 너무 많이 불어난다고 걱정하고 그게 비극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거라고 걱정합니다. 사실 인구 폭발을 피하기 위해 소설 주인공 역시 외계 위성으로 도피했습니다. 인구 폭발과 자원 고갈 때문에 지구는 위기에 처했고, 소설 주인공은 그런 지구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외계 위성 개척은 만만한 과정이 아니었으나, 소설 주인공에게 인구 폭발 지구보다 척박한 외계 위성은 훨씬 나았습니다.


댄 브라운이 쓴 <인페르노> 역시 인구 폭발을 이야기합니다. 인구 폭발은 자원을 고갈시킬지 모르고, 자원 고갈은 인류 문명 멸망으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난다면, 지구 생태계는 인구 폭발을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누군가는 인구 폭발을 막기 원할지 모릅니다. 그건 아주 극단적인 방법이 될지 모릅니다.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는 정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영화에서 타노스는 우주 인구의 절반을 없애기 원합니다. 인구의 절반이 줄어든다면, 다른 절반은 자원 고갈을 피할 수 있겠죠.



SF 세상에서 인구 폭발은 드문 소재가 아닙니다. 만약 사람들이 엄청나게 불어난다면? 만약 지구 생태계가 100억이 훨씬 넘는 인류를 감당해야 한다면? 예전부터 여러 학자들은 인구 폭발을 주장했고, SF 작가들에게 인구 폭발은 현실적이고 위험한 디스토피아 소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학자들은 인구 폭발이 엄청난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인류 문명은 인구를 줄여야 합니다. 만약 100억 인구가 미국 중산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살아간다면, 이런 인류 문명에게는 몇몇 지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어떤 SF 소설들은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영역을 늘립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소설 <푸른 화성>에서 미래 사람들은 소행성들을 개척하기 원합니다. 그들은 소행성 내부를 굴착하고 거기에 인공 대기를 조성하고 인공 중력을 설정하고 인공 생태계를 퍼뜨리기 원합니다. 만약 소행성 인공 생태계가 원활하게 순환한다면, 소행성 생태계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을 이룩할 수 있겠죠. 태양계 내부에는 소행성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만약 소행성 인공 생태계가 성공한다면, 인류 문명은 생존 영역을 엄청나게 넓힐 수 있을 겁니다. 킴 로빈슨이 쓴 또 다른 소설 <2312>처럼, 소행성 인공 생태계는 야생 보호 구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미래 사람들은 소행성 내부에 해양 생태계를 꾸밀 수 있습니다. 소행성 내부에서 해양 생태계가 원활하게 순환한다면, 미래 사람들은 거기에 향유 고래처럼 아주 거대한 해양 동물들을 퍼뜨릴 수 있겠죠. 여기는 생태 연구자들 이외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는 야생 보호 구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야생 보호 구역은 군사 잠수함 실험이나 선박 소음이나 쓰레기 섬이나 죽음의 바다에서 자유로울 겁니다. 만약 소행성 인공 생태계가 성공한다면, 미래 인류 문명은 이런 야생 보호 구역들을 늘릴 수 있을 겁니다. 미래 인류 문명은 비단 생물 다양성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우주에 생명의 씨앗들을 퍼뜨릴 수 있겠죠.


Erik Wernquist가 만든 짧은 SF 동영상 <Wanderers> 역시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잠시 보여줍니다. 소행성 인공 생태계들이 늘어난다면, 인구 폭발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스티븐 백스터가 쓴 소설 <타임십>에서 어떤 미래 종족은 초거대 우주 구조물들을 만듭니다. 그들은 항성을 둘러싸는 구조물을 만들고 엄청난 에너지를 뽑아냅니다. 초거대 우주 구조물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종족에게 인구 폭발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생존 영역을 엄청나게 늘렸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 영역은 남아돕니다. 그들은 행성 하나를 고작 유치원으로 삼습니다.



어떤 SF 독자들은 <2312>나 <Wanderers>나 <타임십>보다 <인피니티 워>나 <우주의 개척자>가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낄지 모릅니다. 소행성 인공 생태계는 로망이 넘치고 설레는 웅장한 상상력입니다. 미래 인류가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면, 그들은 내부 생태계가 순환하는 생체 우주선을 건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주선 내부의 생태계를 돌리고 복구하고 유지하기 위해 우주선에서 어떤 부분들은 생체 조직일지 모릅니다. 우주선에 생체 조직들이 있다면, 생체 조직들은 내부 생태계와 상호 작용하고, 이런 상호 작용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소행성 인공 생태계와 생체 우주선이 너무 웅장하거나 진보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SF 독자들은 이게 불가능할 거라고 여길 겁니다. 아직 인류는 화성 거주지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합니다. 우주 사업 전문가들은 화성 거주지에서 아직 사람들이 자급자족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미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심지어 24세기나 25세기 사람들에게조차 테라포밍은 고사하고 화성 돔 도시조차 머나먼 꿈일지 모릅니다. 화성 거주지가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체 우주선이 스스로 내부 생태계를 돌릴 수 있겠어요? 지구가 식량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화성 거주지는 굶어죽을 겁니다.


<플래닛 베이스>를 비롯해 여러 우주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자급자족하는 외계 개척 기지를 묘사합니다. 스팀 플랫폼에는 이런 우주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있습니다. 여러 게임들은 외계 개척 기지에서 미래 인류 문명이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소설 <붉은 화성>에서 빨리 개척 기지를 세우기 위해 화성 개척 과학자들은 위험한 핵 발전소를 고집했으나, <플래닛 베이스>는 오직 태양열 발전소와 풍력 발전소만으로 자급자족합니다. 하지만 <플래닛 베이스>는 너무 멀리 나가는 SF 게임일지 모릅니다.



<플래닛 베이스>가 묘사하는 외계 개척 기지보다 <인피니티 워>나 <우주의 개척자>는 훨씬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외계 개척 기지와 소행성 인공 생태계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반면, 여러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인구 폭발이 당장 들이닥칠 거라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어떤 SF 독자들은 <플래닛 베이스>보다 <우주의 개척자>가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정말 <우주의 개척자>가 훨씬 '현실'적일까요? '현실'이 뭘까요? 사실 <우주의 개척자>와 <인피니티 워>와 <2312>와 <Wanderers>와 <플래닛 베이스>는 모두 창작물입니다.


<우주의 개척자>와 <2312>는 소설이고, <Wanderers>는 단편 영화이고, <인피니티 워>는 초인 영웅 블록버스터 영화이고, <플래닛 베이스>는 비디오 게임입니다. 모두 창작물(픽션)이고 허구입니다. <플래닛 베이스>보다 <우주의 개척자>가 훨씬 현실적인 것 같다고 해도, 양쪽 모두 허구입니다. <우주의 개척자>는 인구 폭발을 걱정하고, 현실에서 학자들은 인구 폭발이 들이닥친다고 말하나, 창작물로서 <우주의 개척자>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솔직히 인구 폭발을 막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인류 문명이 평등해진다면, 인류 문명은 인구 폭발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 인류 문명은 구태여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형성하거나 외계 개척 기지를 확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인구 폭발을 주장하는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평등한 사회가 인구 폭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앨 고어는 여자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면 여자들이 육아보다 사회 활동을 더 많이 선택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전세계 여자들이 평등하게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다면, 지구 인구는 적정 숫자를 유지할 겁니다. 어쩌면 전세계 인구는 30억이나 40억으로 줄어들지 모릅니다. 30억이나 40억은 지구 생태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행성 인공 생태계는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한 도피적인 방법이 아니라 생명의 씨앗들을 퍼뜨리는 로망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우주의 개척자>는 평등한 사회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개척자>에 공감하는 SF 독자들 역시 평등한 사회를 언급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분명히 인구 폭발을 막을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우주의 개척자>는 그걸 언급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개척자>는 현실을 부분적으로 반영합니다. <우주의 개척자>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 소설이 인구 폭발을 걱정한다고 해도, 그건 그저 부분적으로 현실적일 뿐입니다. <우주의 개척자>는 억압적인 사회 구조가 옳다고 상정하고 그런 상정 위에서 인구 폭발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억압적인 사회 구조가 정말 옳을까요?



심지어 인구 폭발 이론은 인종 차별입니다. 인구 폭발 이론은 서구 백인들이 먼저 환경 오염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중국과 인도가 환경 오염 국가라고 힐난합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중국과 인도는 뒤늦게 산업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이미 19세기에 서구 산업 자본주의는 온실 가스를 뿜었고, 시커먼 매연을 퍼뜨렸고, 산업 폐기물들을 버렸고, 플랜테이션 농장들을 세웠습니다. 중국과 인도와 다른 제3세계보다 서구 산업 자본주의는 먼저 환경 오염을 일으켰습니다. 따라서 환경 오염을 책임져야 한다면, 서구 사회는 먼저 사죄하고 먼저 책임져야 합니다. 서구 자본주의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떵떵거리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 역시 서구를 따라갑니다.


흔히 사람들은 서구 문명이 고상하고 세련되었고 부유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이 막대한 환경 오염들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산업 혁명이 막대한 식민지들을 수탈하지 않았다면, 서구 문명은 부유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인구 폭발 이론은 이걸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다나 시바는 인구 폭발 이론이 제3세계 여자들을 가축, 개돼지들로 바라본다고 비판했습니다. 목장 주인이 가축들을 조절하는 것처럼, 서구 학자들은 제3세계 여자들을 조절하기 바랍니다. <우주의 개척자>는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억압적인 사회 구조가 옳다고 상정합니다. 이게 '현실'적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억압적인 세계화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계화 자본주의가 대세라고 해도, 세계화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평등한 사회를 주장하는 운동들은 많습니다. 사실 그런 운동들은 아주 치열하고 대중적입니다. 그런 운동들을 짓밟기 위해 자본주의 권력은 너무 끔찍한 폭력을 휘두릅니다. 만약 SF 독자들이 이런 운동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SF 소설들을 '현실적으로' 읽지 못할 겁니다. 아동 생태학 소설부터 하드 SF 게임까지, 사이언스 픽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들을 이해해야 할 겁니다. '현실 속에서' 사이언스 픽션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사람들은 현실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할 겁니다. 현실이 있기 때문에 사이언스 픽션들 역시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자체적으로 내부 생태계를 돌리는 생체 우주선과 평등한 환경 사회학을 연결하는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장편 소설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국내에는 이런 SF 소설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SF 작가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런 매력적인 장편 소설을 쓰지 않습니다. 어쩌면 국내 SF 소설들 중에는 이런 소설이 이미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저 저는 이런 소설을 찾지 못했을 뿐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체 우주선과 환경 사회학을 연결하는 이야기는 별로 유명하지 않습니다. 생태 사회주의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SF 소설이 나오기는 너무 어려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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