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붉은 화성>과 <빼앗긴 자들>이 말하는 자유주의 본문
"나는 부분적으로 오도니안입니다. 노동 조합주의자이고, 자유주의자이기도 하죠. 우리는 주체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 노동 조합과 함께 일하지만, 중앙 집권에는 반대해요."
"너 같은 자유주의자들이란 마음이 물렁해서 실제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지. 자유주의는 현실에서 잘 작동하는 중이지. 자유주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가혹한 노동을 한 후에야 겨우 미약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지. 나디아, 지구는 완벽한 자유주의 세상이야. 그곳의 절반은 지금도 굶주리는 곳이야. 그렇게 자유로운 곳이지."
위의 두 대사는 소설 <빼앗긴 자들>과 <붉은 화성>에서 나왔습니다. 전자는 <빼앗긴 자들>이고, 후자는 <붉은 화성>입니다. <빼앗긴 자들>에서 주인공은 어느 노동 조합주의자와 만나고, 그 사람은 자신을 조합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붉은 화성>에서 다양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개척지를 만들고, 여러 사회적인 토론들을 나눕니다. 과학자들 중 어느 급진적인 사람은 지구가 자유주의 세상이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린다고 비판해요. <빼앗긴 자들>과 <붉은 화성>은 모두 좌파적인 SF 소설로서 유명합니다.
양쪽 모두 전통적인 좌파 전통을 따라가고, 정부를 부정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강조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지도자에게 억압을 받지 않고, 계획 경제를 실시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국유화가 좌파나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나, 국유화는 수많은 좌파적인 실천들 중 하나일 뿐이죠. 국유화는 좌파의 본질이 아니고, 여러 방법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것. 노동자들이 공장을 장악하고 인민들이 정부를 장악하는 것. 본질적으로 좌파는 그렇습니다. 그게 잘 작동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핵심은 그거죠.
<빼앗긴 자들>과 <붉은 화성>은 모두 그런 의견에 동의할 겁니다. 적어도 양쪽 소설은 본질적인 좌파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빼앗긴 자들>은 그런 개념을 대대적으로 설명합니다. <붉은 화성>은 화성 개척지 건설에 훨씬 많은 부분을 할애하나, 여유가 있을 때마다 본질적인 좌파가 무엇인지 언급해요. 따라서 두 소설은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똑같은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깔지 않는다고 해도 두 소설은 닮은 구석들이 많습니다. 좌파적인 SF 소설들을 이야기할 때, 정부와 거대 자본들을 거부하는 SF 소설들을 이야기할 때, 저 두 소설을 빼놓지 못하겠죠.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빼앗긴 자들>에서 노동 조합주의자는 자신이 자유주의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붉은 화성>에서 급진적인 과학자는 자유주의가 사람들을 굶겨 죽이고 가혹하게 노동으로 밀어붙인다고 말했습니다. 왜 노동 조합주의자와 급진적인 과학자는 자유주의를 서로 다르게 말했을까요. 왜 두 소설은 비슷한 좌파 SF 소설임에도 서로 다르게 자유주의를 해석할까요. 저는 그 이유가 기득권들이 자유주의를 아주 심각하게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저는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 과학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SF 독자들은 공상 과학이라는 왜곡된 용어에 치를 떨 겁니다. 뭐, 저는 SF 소설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볼 때마다 아주 짜증이 머릿속을 뒤흔듭니다.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로켓에 실은 다음, 저 머나먼 우주로 영원히 추방해버리고 싶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 과학으로 왜곡되는 것처럼 자유주의는 수많은 왜곡들 속에 가라앉은 용어입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철학입니다. 어떤 것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본질적으로 개인은 무한히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왕년의 자유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건 자유주의의 핵심입니다. 저는 자유주의를 사회주의만큼 급진적이라고 말하지 못하겠으나, 어쨌든 자유주의는 수많은 권력들을 부정하고 그래서 상당히 급진적인 철학입니다. 문제는 기득권들이 이걸 왜곡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이 약자들을 짓밟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기득권들은 자유주의를 들먹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는 기득권들, 정치인들, 거대 자본가들의 자유를 지키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언급하고 싶다면, 인류 문명의 수많은 학살들과 전쟁들과 오염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 문명이 흐르는 동안 엄청난 전쟁들이 벌어졌고, 그런 전쟁들은 수직적인 불평등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원형 탁자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꼭대기가 있습니다. 꼭대기에서 극소수 기득권들이 나머지를 조종하죠. 이렇게 불평등한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만 주장한다면, 당연히 기득권 계급의 자유가 두드러질 겁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만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원래 그런 철학이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주의는 꼭대기를, 기득권 계급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자유주의에 접근하는 행위일 겁니다. 하지만 기득권들은 이런 본질을 멀리 날려버리고, 그저 개인의 자유만 나불거립니다. 마치 국유화와 중앙 집중 계획이 본질적인 사회주의라고 호도하는 것처럼.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 같으나, 양쪽 모두 수많은 왜곡들 속에 잠겼습니다. 왜냐하면 둘 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고 거대 권력을 부정하기 때문이죠. 기득권들은 이런 자유롭고 평등한 철학을 왜곡들 속에 빠뜨려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빼앗긴 자들>은 자유주의를 긍정하고, <붉은 화성>은 자유주의를 부정할 겁니다. 사실 <붉은 화성>이 부정하는 자유주의는 기득권들이 왜곡한 신자유주의에 가깝겠죠. 저는 여러 게시글들에서 자유 시장을 비판했으나, 자유주의 철학 자체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유주의를 왜곡한 신자유주의 같은 흑색 선전과 세뇌죠. 자유주의가 이런 왜곡들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사람들이 기득권들에게 맞설 수 있도록 기본 소득이나 추첨 민주주의 같은 정책들을 강력하게 지지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