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미세 먼지와 녹조 라떼 본문
미세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마스크를 쓴 얼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이언스 픽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주 일상적인 현실이죠. 심각하고 치명적인 미세 먼지를 지적하는 논문들도 많고, 어떤 연구자는 국제 무역의 수입/수출 과정에서 상당한 먼지가 나온다고 발표했더군요. 칭화대학교의 장즈 치앙은 오염 물질이 수출과 함께 이동하고 엄청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환경 오염들도 마찬가지지만, 환경 오염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자본주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중이죠. 덕분에 요즘은 대기 오염 지역에서 누구나 집을 나설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을 욕하곤 하죠. 중국 지역에서 상당한 오염 물질이 날아오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중국을 욕하는 사람들 중에 이명박 정부를 찍어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 성장을 강조했고, 그래서 4대강을 녹조 라떼로 만들었죠.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환경 오염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한 획을 그었고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생태계 파괴를 언급할 때마다 4대강을 두고두고 꼽을 것 같습니다.
미세 먼지 배출과 4대강 사업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환경 오염 문제입니다. 4대강을 파괴한 사람들이 과연 중국을 욕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환경 오염 문제를 따지고 싶다면, 그 전에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부터 제대로 보존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싶다면, 무조건 불도저부터 들이대는 산업 자본주의를 싹 뜯어 고쳐야 할 테고요. 4대강 사업은 산업 자본주의와 생태계 파괴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를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는 계속 반복되겠죠. 이건 단순히 이명박 정부가 나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다른 정치인들도 4대강 사업에 찬성했고, 그게 돈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산업 구조 자체가 자본 위주로만 흘러가고, 자본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살림과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보다 토건 사업이 앞설 수 있었죠. 온건한 보수 성향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이런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비슷한 사업을 반복할 겁니다. 실제로 설악산 케이블카 등으로 논란이 많았죠. 미세 먼지 배출과 설악산 케이블카 산업의 근본은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 발전이 먼저이기 때문에 자연 환경이고 동물들의 목숨이고 사람들의 터전이고 죄다 뒷전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을 욕하는 사람들은 많이 늘어나지만, 솔직히 저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욕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정도는 다르지만, 결국 근본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뭐, 농담처럼 말하자면, 스파게티와 냉면은 어차피 똑같은 국수 요리입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근본은 똑같아요. 당장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을 엄청나게 파괴한 마당에 남을 욕할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미세 먼지를 뿜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산업 발전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킬 뿐이죠. 따라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4대강을 되살리고, 설악산 케이블카 산업을 취소하고, 핵 발전소를 멈추지 않는다면, 중국을 욕할 자격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하고 싶다면, 먼저 자본주의 구조를 들어내지 않으면 안 될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