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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메타트로폴리스>의 생태 건물과 인공적인 되먹임 고리 본문

생태/상호 작용으로서 사회와 환경

<메타트로폴리스>의 생태 건물과 인공적인 되먹임 고리

OneTiger 2018. 4. 22. 19:11

[만약 <블록후드>처럼 <메타트로폴리스>가 생태 건물을 보여줬다면…. 그건 어려울까요.]



소설 모음집 <메타트로폴리스>에는 어떤 생태 건물이 나옵니다. 흠, 생태 건물이라고 불러도 별로 이상하지 않겠죠. 이 생태 건물은 내부에 다양한 농장들을 담았고, 물을 순환하고, 자동적으로 해로운 물질들을 거르고, 영양분을 순환하는 듯합니다. 자세한 설정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생태 건물이 운영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메타트로폴리스>는 대략적인 얼개를 제시했고, 그런 얼개는 농장들을 포함하고 영양분을 돌리는 건물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메타트로폴리스>를 읽었을 때, 저는 그런 점이 아쉬웠습니다. 제목처럼 이 소설 모음집은 생태 도시나 생태 건물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자세한 설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저 그것들은 피상적으로 지나갈 뿐입니다. 작가들은 생태 도시나 생태 건물을 자세히 그리지 않는 대신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고요. 문제는 그 다른 것이 별로 파격적이거나 독특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정말 중요한 소재가 아니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신경을 쏟은 듯해요.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작가들은 도시 운영을 보여줘야 했겠죠.



생태 건물이라는 발상 자체는 꽤나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인공적인 건물 내부에 자연 생태계를 들여다놓고, 영양분을 순환시키고 생물들을 재생산한다면,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의 되먹임 고리(피드백 사이클)를 만든다면, 그건 정말 근사한 발상이 될 겁니다. 생태 건물은 수족관을 관리하거나 정원을 돌보는 행위와 다릅니다. 수족관이나 정원 역시 소규모 되먹임 고리를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관상용이고, 되먹임 고리나 영양분 재생산,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는 진짜 목적이 아니죠.


하지만 <메타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생태 건물은 진짜 지속 가능하고, 영양분을 계속 재생산하고, 자연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는 체계 같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보스코 베르티칼레 같은 건물을 떠올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메타트로폴리스>의 생태 건물은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많이 다른 듯합니다. 이건 그저 식물들이 많은 건물이 아니라 정말 자급자족하는 건물 같아요. 작가가 설정을 자세히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생태 건물을 확실히 비교하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생태 건물은 보스코 베르티칼레보다 훨씬 체계적인 듯하군요. (아니, 왜 설정을 얼렁뚱땅 넘어가는지….)



저는 이런 인공적인 자연 체계가 꽤나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설정이 인공 거주지, 도시라는 개념을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비단 생태 건물만 아니라 바이오스피어 실험실이나 세대 우주선 역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죠. 바이오스피어 실험실 안에서 사람들은 인공적인 되먹임 고리를 형성했고, 그게 지속 가능하기 바랐습니다. 비록 그런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으나, 이런 시도는 인공 거주지 경관을 크게 바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왜 우리가 숲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야 할까요. 우리는 숲을 도시 안으로 끌어올 수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생물 다양성은 좀 더 늘어나겠죠. 저는 삼림 도시가 생물 다양성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생물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진짜 해결책은 거대한 야생 보호 구역일 겁니다. 우리는 거대한 보호 구역을 만들고, 자연적인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삼림 도시가 생물 다양성에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작은 동물에게 도움을 주거나 환경 오염을 좀 더 줄일 수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보호 구역이나 삼림 도시는 그저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불과하겠죠.)



세대 우주선 역시 인공적인 자연 생태계를 품어야 합니다. 아주 오랜 동안 세대 우주선은 항해할 테고, 당연히 우주선 내부에서 사람들은 작물들과 가축들을 키워야 합니다. 세대 우주선이 죽은 외계 행성을 개척(지구화)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외계 행성에 미생물들과 야생 동식물들을 풀어놔야 할 테고요. 따라서 머나먼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 세대 우주선은 살아있는 야생 동식물들을 보존해야 합니다. 사람들과 작물들과 가축들과 야생 동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세대 우주선은 지속 가능한 되먹임 고리를 형성해야 해요.


아마 다른 방법 역시 존재할 겁니다. 어쩌면 <6백 년 동안의 항해>처럼 세대 우주선이 외계 행성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냉동 수면에 빠질지 모릅니다. 다들 냉동 수면에 빠진다면, 구태여 우주선이 되먹임 고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겠죠. 아니면 <라마와의 랑데부>처럼 얼어붙은 유기물 찌개와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생명체를 복사할 수 있고요. 하지만 그런 방법들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대 우주선은 인공적인 자연 생태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바이오스피어 실험이 중요하겠죠.



우주 탐사나 외계 개척 이야기를 읽을 때, 저는 이런 부분이 제일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우주에서 생명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는 생명의 요람 지구가 우주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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