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녹색당이 5살 생일이라고 합니다 본문
소설 <에코토피아 비긴스>는 어니스트 칼렌바흐의 책입니다. 일종의 유토피아 소설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생존자 정당'이라는 집단입니다. 이 정당은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좋아하고, 자연 친화적인 사업을 꾸리고, 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원주민들과 유대하고, 성별을 가리지 않고, 동물 권리를 챙깁니다. 아울러 거대 자본주의를 타파하려고 애쓰죠. 이들이 만든 강령을 살펴보면, 저런 사상들을 엿볼 수 있어요. 물론 이 생존자 정당도 모순이 없지 않습니다. 방어적인 폭력마저 너무 부정한다거나 기술 진보를 거부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이런 정당이 존재한다면, 힘 내라고 응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니, 현실에도 엄연히 이런 정당이 존재합니다. 바로 녹색당이 현실의 생존자 정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녹색당이 내세우는 각종 정책이나 공약, 선언, 강령 등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생존자 정당의 본보기 같습니다. 칼렌바흐가 소설을 쓰기 전에 이런 녹색 정치에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3월 4일은 한국 녹색당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2012년에 후쿠시마 원전 붕괴 때문에 본격적으로 출발했고, 이제 5살이 되었군요. 게다가 당원이 1만 명을 돌파했기 때문에 이번 생일이 훨씬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촛불 집회와 직접 민주주의 요구 덕분에 녹색당의 이름도 여기저기 퍼지는 중이고…. 솔직히 소설 속의 생존자 정당이 어느 정도 모순이 있는 것처럼 현실의 녹색당도 한계가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녹색당은 워낙 약소한 정당이고, 활동 자금도 모자라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그만큼 욕도 많이 먹죠. 전세계적으로 녹색당은 그리 힘 있는 정당이 못 됩니다. 그나마 유럽 녹색당 정도가 약간 힘을 발휘하는 정도죠. 독일 녹색당은 대선 때 사민당, 좌파당과 연합할 정도로 세력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빨갱이와 초록이의 좌파 연합인 셈입니다. 우리나라 녹색당에게는 꿈 같은 소리죠. 당장 원내 진입조차 불투명하니까요. 저번 총선 때 이모저모 기대가 많았으나, 결국 비례 대표 한 명조차 뽑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뭐, 거대 정당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어요. 마침 그제 3월 3일은 야생 동식물의 날이군요. 우리나라 녹색당을 비롯해 글로벌 그린스가 꾸준히 발전하기 바라봅니다. 저는 정당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힘 내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