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F 생태주의

생명 다양성의 진화론과 자유 시장 논리 본문

생태/자연과 문명

생명 다양성의 진화론과 자유 시장 논리

OneTiger 2017. 6. 25. 20:00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은 찰스 다윈과 그 업적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종의 기원>을 중심으로 찰스 다윈의 이론을 살펴봅니다. 저자는 <종의 기원>을 시시콜콜 뜯어보는 동시에 찰스 다윈의 이론과 다윈의 시대와 진화론의 전개 양상,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 성직자들이나 다른 과학자들의 반응,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살펴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아주 자세하게 독파한다고 할 수 있겠죠.


저자는 현대인들이 <종의 기원>을 다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종의 기원>은 굉장히 유명한 책이지만,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 듯합니다. 진화론은 사실입니다. 수많은 과학자들, 특히 생물학자들과 생태학자들은 진화론을 필수적으로 배웁니다. 종교 광신도들은 거품을 물고 떠들지만, 진화론은 이미 사실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구닥다리 책을 더 이상 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논란거리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는 <종의 기원>이 그렇게 만만한 책이 아니라고 말하고, 현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은 <종의 기원>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당대의 여러 논란과 진화론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의 기원>을 좀 더 자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주는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특히 저는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생명의 다양성과 상호작용을 강조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찰스 다윈은 생물학보다 생태학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제1장 감금, 변이, 기형, 선'에서 저자는 다윈의 학설이 경제학 전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찰스 다윈은 자연 선택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생명의 다양한 변이를 소개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원예나 작물 개량, 가축 품종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다윈은 야생 동물보다 작물이나 가축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야생 동물을 쉽게 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은 야생 동물보다 작물이나 가축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작물이나 가축의 품종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다윈은 이것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온갖 품종들이 생물 자체의 다양한 변이를 증명할 거라고 생각했죠.



다윈은 "우리가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고대의 원예가들이 최상의 배를 재배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은 후대가 얼마나 맛있는 과일을 먹을지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상의 변종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보존했다."고 말했습니다. 흠, 이거 상당히 친숙한 레파토리입니다. 개인들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네, 자유 시장의 논리죠. 저자는 찰스 다윈의 학설이 경제학 전체와 상당히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찰스 다윈의 학설은 경제학 전체와 근본적인 관련 속에서 성립되었다는 뜻입니다. 아마 자유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논리를 환영할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진화론이 옳은 이론이기 때문에 자유 시장 역시 옳은 이론이라고 여깁니다. 자유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겼기 때문에 국가가 여기에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죠. 동시에 참여 계획 경제 등이 무조건 실패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저 이론의 영역일 뿐입니다. 자유 시장이 진화론과 비슷하다고 해서 자유 시장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자유 시장은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하는 체계입니다. 뭐,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자유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빨갱이들의 음모라고 힐난하죠. 기후 변화가 전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위기라면, 자유 시장은 그런 위기를 앞장서서 조성했습니다. 자연 법칙을 사회 현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법입니다. 자연 법칙을 사회 현상에 무리하게 적용하면, 토마스 맬서스처럼 헛소리를 남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찰스 다윈의 이론은 사회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자유 시장의 '철저하게 계획적인' 폭력을 고려한다면, 자연 선택을 자유 시장과 잇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진화론과 자유 시장 경제학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이런 문장의 의도나 오류를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책은 자유 시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저 진화론과 자유 시장 이론이 비슷하다고 말할 뿐이죠.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비록 저 책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해도) 저런 해석이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자가 "진화론과 자유 시장이 비슷하게 보인다고 해서 자유 시장이 무조건 옳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보충 설명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