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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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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연과 문명

SF 소설 속의 농사꾼들

OneTiger 2017. 3. 21. 20:00

[영화 <마션>처럼, 외계 행성에서도 인공적인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흔한 우스갯소리입니다. 뭐, 당연히 살기 위해 먹겠죠. 인간은 미식을 즐기지만, 그것도 잉여 생산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당장 먹고 살 것이 없다면, 맛이나 식감 따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든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먹을 것을 얻어야 하겠죠. 먹을 것을 지속적으로 얻고 싶다면, 농사가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고요.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인 위기 상황을 자주 묘사하기 때문에 주인공들도 그만큼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표류물이나 생존물은 꼭 SF 소설만의 소재가 아니지만, SF 소설들은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대표적인 하위 장르죠. 덕분에 각종 SF 소설들을 보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농사꾼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무인도에서 힘겹게 농사를 지었던 로빈슨 크루소도 독특한 농사꾼이지만, SF 소설 속에는 그보다 훨씬 더한 농사꾼들도 있습니다.



<최후의 Z>는 핵전쟁 아포칼립스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고립된 골짜기에서 살기 때문에 핵전쟁의 여파에 당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골짜기 마을은 평화롭고 안락합니다. 대신 주인공은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게다가 혼자 지어야 합니다. 당연히 소설은 어떻게 주인공이 혼자 농사를 짓는지 설명하고 상당한 분량을 할애합니다. <와인드업 걸>과 <홍수> 같은 바이오 아포칼립스는 절대 농사를 소홀히 하지 않죠. 아예 주인공들부터 식량 회사 직원이거나 농부인 걸요. <와인드업 걸>에서 태국 농부들은 다국적 기업의 유전자 해킹과 시장 압박에 맞서 힘겹게 살아가야 합니다.


<홍수>에서 이른바 '정원사들'은 이름답게 농부입니다. 생태 사회주의적 농부들이죠. 친환경과 유기농, 재활용을 극도로 중시하기 때문에 배설물 비료의 구수한 냄새는 정원사들의 상징입니다. 디스토피아뿐만 아닙니다. 우주 탐사물 <우주의 개척자>는 말 그대로 외계 위성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들도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외계 위성에서 언제까지 보급품으로 지낼 수 없겠죠. 먹고 살려면, 낯선 환경에서도 작물을 키워야만 합니다. 사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하늘의 농부'죠. <마션>은 또 어떤가요. 주인공은 주거지가 안정된 이후, 곧바로 식량 생산에 착수합니다. 사실 주인공은 식물학자입니다. 작가는 주인공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농사꾼으로 만들어야 했을 테고, 그래서 식물학자로 설정했겠죠.



농업 혁명이 가장 기초적인 기술 혁명이자 문명의 기본이라면, SF 소설도 농사와 먹고 사는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SF 소설은 어떻게 기술 혁명이 문명에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하니까요. 아울러 그 문명 속에서 먹고 살 수 없는 상황도 간과하면 안 되겠죠. 미세 먼지가 날아다니고 방사능 독성이 퍼지고 기후가 이상하게 변한다면, 어떻게 농사를 짓고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그러면 딱 <최후의 Z>나 <와인드업 걸> 같은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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