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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녹색과 적색이 합칠 때… 본문

생태/인류세라는 착각

녹색과 적색이 합칠 때…

OneTiger 2017. 7. 17. 20:00

"자본주의는 환경 문제에 세 가지 일차적인 방식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 파괴 문제는 너무 중요해서 이 방식들에 대해 거듭 논의할 가치가 있다." 에릭 올린 라이트는 <리얼 유토피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환경 파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지적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생태학 서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에릭 라이트는 유명한 좌파 사회학자이고, <리얼 유토피아>는 아주 다양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유일무이한 사회주의 대안인 것처럼 말하지만, 에릭 라이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고 사회적 공유를 실현하는 대안은 여러 종류가 있고,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외에 좌파들은 각종 방법들을 실천할 수 있어요. 그게 이 책의 주제입니다. 저자는 그런 다양한 방법들을 살펴보기 전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살피고, 그 중에서 산업 폐기물이나 천연 자원 등의 환경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말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환경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저자는 환경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환경 문제가 자본주의 체계에서 비롯했고, 좌파들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하고, 그 대안은 사회주의적 방법이라는 겁니다. 자본주의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환경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을 테죠. 물론 자본주의 체계만 타파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연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설사 전세계적인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해도 환경 보호론자들은 더 먼 길을 가야 할 겁니다. 저는 환경 보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축과 야생 동물의 권리가 인간 권리와 동등한 위상에 섰을 때, 환경 보호론자들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겁니다. 산업 폐기물을 덜 버리거나 나무들을 더 많이 심는다고 해도 장땡이 아니죠. 가축들이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면, 동물들이 동물원이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면, 야생의 생물 다양성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환경 보호론자들도 쉴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환경 보호 운동은 자본주의 이후에도 계속 달려야 합니다. 자본주의 체계가 사라지거나 중화되어도 환경 보호 운동은 험한 길을 헤쳐야 합니다. 모든 좌파들이 동물 권리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주의자는 동물 권리 따위에 별반 관심이 없을 겁니다.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주의자는 그저 깨끗한 공기나 울창한 숲에만 치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회주의자는 야생 동물이 존재하지 않아도, 아무르 호랑이나 백상아리가 존재하지 않아도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세상에서 호랑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고 해도 자연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을 겁니다. 생물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아무르 호랑이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하기 어렵죠. 물론 우리가 아주 거대한 숲을 조성한다면, 그 숲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최고 포식자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이 그런 걸 고려할까요. 사회주의자들이 작은 미생물부터 거대한 호랑이에 이르는 먹이 그물과 복잡한 상호 작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아무르 호랑이 보존을 생태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명 윤리의 문제로만 취급할 수 있어요.


따라서 자본주의는 환경 문제의 전부가 아닙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후에도 환경 보호 운동은 꾸준히 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환경 보호론자들은 첫째 관문을 지나야 합니다. 그 첫째 관문은 바로 자본주의 체계입니다. 자본주의 체계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환경 보호론자들은 가장 시급한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할 겁니다. 만약 환경 보호론자들이 대기업들의 횡포를 뿌리뽑지 않는다면, 어떻게 종 평등에 이를 수 있겠어요. 이렇게 착취적이고 수탈이 횡행하는 체계 내부에서 사람들이 종 평등을 향해 달릴 수 있을까요. 아니,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 보호론자들이 사회주의적 대안을 찾고 자본주의부터 날려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경 보호론은 사회주의적 대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 역시 환경 보호론을 본받아야 할 겁니다. 환경 문제를 그냥 놔둔다면 빈민들을 도울 수 없어요.) 녹색은 21세기의 적색이라는 말이 있으나, 적색과 녹색은 함께 합쳐야 합니다. 둘이 합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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