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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 본문

생태/인류세라는 착각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

OneTiger 2017. 9. 26. 20:00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세'라는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인류세'라는 지질 시대를 특징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21세기 현재 수많은 지구 생물들은 홀로세를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홀로세에서 어떤 특징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인류가 어마어마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기가 변하고, 핵 폐기물이 쌓이고, 엄청난 쓰레기들이 묻히고…. 인류는 지우지 못할 흔적들을 지구에 남겼고, 따라서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특정한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계는 아직 이 인류세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학계가 미래에 특정한 지질 시대를 구분할 거라고 예상하나, 그 지질 시대가 인류세가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요. 어떤 명칭이 붙을지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죠. 하지만 여러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개념을 지지하고, 어쩌면 학계가 정말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지 모릅니다. 게다가 학계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인류세는 꽤나 설득력이 높은 개념입니다. 기후 변화와 핵 폐기물과 동물 멸종을 비롯해 인류는 지구에 상당한 충격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부정적이죠. 매연과 기후 변화와 엄청난 쓰레기들과 핵 실험이 긍정적일 이유가 없어요. 덕분에 환경 보호론자들도 인류세라는 개념을 지지하곤 합니다. 인류세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릴 수 있어요. 자연 환경이 오염된다는 위험한 경고입니다. 인류세는 지질 시대적으로 흔적을 남길 만큼 사람들이 자연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지구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뜻입니다.


인류세는 중립적인 과학 용어처럼 들리나, 많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환경 오염과 성장 숭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읽을 겁니다. 아마 우리가 지금부터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생물 다양성을 복구한다고 해도 인류세를 없애지 못할 겁니다. 이미 기후 변화는 현실이 되었고, 핵 폐기물들은 쌓였습니다. 우리가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완전히 없애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인류세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겁니다. 머나먼 후손들은 인류세를 정말 강하게 비판할지 몰라요.



인류세라는 개념은 왜 우리가 자연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지 가르칩니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개념은 꽤나 소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딴죽을 좀 걸고 싶습니다. 인류세는 말 그대로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 가리키는 인류는 누구일까요. 이 지구상에서 인류는 모두 똑같을까요. 예전에 말한 것처럼 인류는 결코 똑같지 않습니다. 사유 재산이 나타난 이후 인류는 평등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부자와 빈민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빈민은 부자와 똑같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부자들은 원하는 대로 공장들을 짓고, 자동차들을 생산하고, 숲을 밀어내고, 자원들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부자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빈민들은 다릅니다. 빈민들은 공장들을 짓거나 자동차들을 생산하거나 숲을 밀어내거나 자원들을 채취하는 행위 등을 꿈도 꾸지 못합니다. 사실 수많은 빈민들은 당장 한끼를 먹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빈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킬지 모르나, 기본적으로 빈민들은 뭔가를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없어요.



수많은 빈민들은 분명히 환경 오염에 찬성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장 한끼를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배가 굶주리는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게 없을 겁니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눈이 뒤집히기 마련입니다. 그들이 환경 오염에 찬성한다고 해도 그건 그들의 의지나 자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자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거대 자본들은 다릅니다. 거대 자본들은 스스로 선택합니다. 거대 자본들은 환경 오염을 선택할 능력과 자유가 있고, 거리끼지 않고 숲을 밀어내거나 자원들을 채취하거나 공장들을 늘립니다.


물론 거대 자본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자유 시장 속에서 거대 자본이 뭔가를 착취하거나 수탈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대 자본들은 계속 자연 환경을 수탈해야 합니다. 결국 자유 시장과 거대 자본들이 맞물리는 와중에 자연 환경은 심각하게 오염됩니다. 따라서 인류세라는 용어는 틀렸습니다. 오히려 자본세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자본세라는 용어는 인류세보다 훨씬 현실을 명확하게 가리킵니다. 자연 과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를 겁니다. 사회학이나 경제학은 그들의 분야가 아니죠. 자연 과학자들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사회 과학이 존재하겠죠. 어쨌든 저는 미래에 지질 시대를 구분해야 한다면,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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