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그린 드래곤과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들 본문
[그린 드래곤은 자신이 자연 친화적인 괴수이고 실반 세력에 속한다고 울창한 몸으로 주장합니다.]
중세 판타지 4X 게임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에는 실반 세력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우드 엘프들은 실반 세력을 구성합니다. 실반 세력에는 울창한 숲을 지키기 위한 여러 유닛들이 있습니다. 드라이어드, 픽시, 달 사슴, 트린트와 머더 트린트, 그레이터 어스 엘리멘탈은 우드 엘프들과 함께 실반 세력을 구성합니다. 실반 세력에서 대략 절반은 우드 엘프들이나, 드라이어드와 달 사슴과 머더 트린트처럼, 다른 절반은 숲 속의 마법 존재들입니다. 그린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반적으로 그린 드래곤은 날개가 없는 드래곤 같습니다.
그린 드래곤은 도마뱀과 비슷하나, 도마뱀보다 그린 드래곤의 목은 훨씬 깁니다. 도마뱀과 달리, 그린 드래곤의 몸과 네 다리들은 수직으로 이어집니다. 도마뱀은 네 다리들을 구부정하게 짚고 뒤뚱뒤뚱 걷습니다. 그래서 도마뱀이 휴식을 취할 때, 도마뱀은 두 뒷다리를 늘어뜨립니다. 반면, 그린 드래곤은 네 다리들을 수직으로 뻗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드래곤을 도마뱀에 비교하고, 소설 <호빗>에서 스마우그 역시 자신을 도마뱀이라고 (장난스럽게) 비교합니다. 하지만 도마뱀과 드래곤은 다릅니다. 도마뱀이 네 다리들을 구부정하게 짚기 때문에, 드래곤이 도마뱀과 비슷해진다면, 드래곤은 품위를 잃을 겁니다.
사실 많은 드래곤들은 도마뱀 같은 파충류보다 개와 말 같은 포유류에 가깝습니다. 아니면 드래곤들은 도마뱀 같은 파충류보다 4족 보행 공룡에 가깝습니다. 공룡은 dinosaur이고, saur는 도마뱀을 가리키나, 도마뱀과 공룡은 다른 신체 구조를 보여줍니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세라톱스, 람베오사루우스, 브론토사우루스 같은 4족 보행 공룡들은 수직으로 네 다리들을 뻗습니다. 드래곤들은 이런 공룡들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당당하게 성큼성큼 걸을 수 있습니다. (파충류, 공룡, 포유류 다리 구조 비교 그림 링크) 만약 중세 판타지 작가가 드래곤을 추잡하게 그리고 싶다면, 판타지 작가는 도마뱀을 참고할 겁니다.
하지만 많은 중세 판타지 매체들은 드래곤을 위풍당당하게 묘사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드래곤은 도마뱀보다 4족 보행 공룡과 비슷합니다.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에서 그린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우드 엘프들은 선한 세력입니다. 실반 세력 역시 선합니다. 그린 드래곤은 실반 세력에 속합니다. 그린 드래곤은 위풍당당해야 합니다. 그린 드래곤이 뒤뚱뒤뚱 걷는다면, 실반 세력은 품위를 잃을지 모르고, 선한 세력에게 이건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어떤 중세 판타지 팬들은 도마뱀 같은 드래곤을 좋아하는지 모르나, 그린 드래곤은 도마뱀과 다릅니다.
그린 드래곤의 비늘들은 암석과 비슷합니다. 이끼들, 잡초들, 나뭇가지들은 암석들을 뒤덮습니다. 암석들과 이끼들, 잡초들, 나뭇가지들은 드래곤 형태를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그린 드래곤이 움직일 때, 이건 숲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린 드래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린 드래곤과 숲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그린 드래곤의 외관은 자신이 실반 세력에 속하고 울창한 숲을 지킨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전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V>에서 그린 드래곤은 일반적인 녹색 드래곤에 가깝습니다. 이런 드래곤은 실반 세력 소속이라고 쉽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그린 드래곤이 울창한 숲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린 드래곤들은 숲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서 그린 드래곤은 사악합니다. 다른 색깔 드래곤들처럼, 그린 드래곤은 악 가치관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V>에서 그린 드래곤은 실반 세력에 속하나, <던전스 앤 드래곤스>의 그린 드래곤과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V>의 그린 드래곤은 비슷한 외관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V>의 그린 드래곤은 오직 외관만으로 자신이 실반 세력에 속한다고 쉽게 주장하지 못할 겁니다.
반면,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에서 그린 드래곤은 그럴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그린 드래곤은 걸어다니는 삼림입니다. 그 자체로서 그린 드래곤은 즐거운 생태적인 상상력입니다. 숱한 거대 괴수들은 포식자의 위용을 강조합니다. 숱한 거대 괴수들과 달리, 그린 드래곤은 포식자의 위용과 울창하고 싱그러운 식물성을 함께 자랑합니다. 어떤 관점에서 그린 드래곤은 포식자의 위용보다 울창하고 싱그러운 식물성을 훨씬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린 드래곤이 움직이는 삼림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린 드래곤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동물성(포식자)보다 식물성을 인식할 겁니다. 공식 설정 역시 그린 드래곤이 식물성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거대 괴수가 오직 옹골찬 근육과 육중한 덩치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만을 강조한다면, 이건 다소 슬플 겁니다. 그래서 그린 드래곤 디자인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이런 그림(링크)처럼, 흔히 어머니 자연 그림들은 각종 암석들과 식물들로 어머니 자연을 구성합니다. 그린 드래곤 역시 그렇습니다. 어머니 자연처럼, 여자와 자연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린 드래곤에게는 여성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간식을 요리하기 위해 우드 엘프들은 그린 드래곤의 몸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수확(?)하는지 모릅니다. 그린 드래곤의 몸에서 식물들이 자란다면, 그린 드래곤은 식물들을 이용해 숲 속의 다른 생명체들을 먹일지 모릅니다.
시원하게 하늘이 비를 뿌린다면, 그린 드래곤 역시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키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건 공식 설정이 아니나, 중세 판타지 팬들은 그린 드래곤을 이용해 이런 설정 놀음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린 드래곤은 온 몸으로 자신이 실반 세력에 속하고 숲을 지킨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린 드래곤은 대지와 자연의 수호자입니다.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숲 속에서 우드 엘프들이 나팔을 불 때, 그린 드래곤은 나팔 소리에 응답하고 우드 엘프들을 도울 겁니다. 여러 생태적인 상상력들이 치유, 번성, 복원을 강조하는 것처럼, 그린 드래곤 역시 재생 능력이 있습니다.
여러 드래곤들 중에서 그린 드래곤은 다소 특별합니다. 그린 드래곤이 자연, 울창한 숲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드래곤은 야수입니다. 첫째 문단과 둘째 문단이 설명하는 것처럼, 각종 야수들은 드래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야수는 자연에 속합니다. 울창한 숲은 자연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 제품부터 녹색당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녹색 나뭇잎 문양들을 이용합니다. 드래곤이 야수이고 야수가 자연에 속하기 때문에, 드래곤이 뭔가를 지키기 원한다면, 드래곤은 녹색 나뭇잎 문양을 지켜야 할 겁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드래곤들이 울창한 숲을 지키기 원하나요?
숱한 드래곤들은 울창한 숲보다 보물 상자를 지키기 원합니다. 숱한 드래곤들은 대자연에 속하는 야수보다 사악한 악마에 가깝습니다. 이건 드래곤이 반드시 자연(울창한 숲)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 우화들에서 늑대는 사악한 악마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야수들을 이용해 폭력, 탐욕, 광기, 분노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수는 자연에 속하고, 자연은 번성, 치유, 복원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드래곤이 야수라면, 그린 드래곤은 야수가 자연에 속하다고 가장 강렬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린 드래곤은 다소 특별합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다소 특별한 그린 드래곤은 우드 엘프들과 협력합니다.
그린 드래곤은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입니다. 얼마나 그린 드래곤이 거대한지 그건 확실하지 않으나, 그린 드래곤 역시 드래곤이고, 일반적으로 드래곤은 거대 괴수입니다. 그린 드래곤은 거대 괴수일 겁니다. 이런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는 중세 판타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에서 거대 나방 괴수(모스라)는 남아메리카 열대 밀림을 지킵니다. 거대 나방 괴수의 후손(?) 후투아 부족은 고지라 어스가 장악한 지구 생태계, 빌루사루도 그레이 구, 엑시프 선형적인 역사 관념에 모두 저항합니다. 그린 드래곤과 모스라는 똑같이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이고 삼림(밀림)을 지킵니다.
그린 드래곤에게는 여성적인 측면이 있고, 모스라는 여자입니다. 이건 의미심장한 유사성입니다.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는 행성 생태학을 강조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실반 세력을 보여주는 중세 판타지와 행성 생태학을 강조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모두 자연 친화적(이고 여성적)인 거대 괴수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린 드래곤과 모스라에게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근대적인 진보일 겁니다. 모스라가 지키는 남아메리카 인디언 여자는 (자본주의) 산업 문명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린 드래곤과 협력하는 우드 엘프 레인저는 자본주의 산업 문명을 알지 못합니다. 중세 이후, 계몽주의 이후, 근대적인 진보와 함께 자본주의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근대적인 진보는 비단 자본주의만 아니라 자본주의 반대 운동을 만들었습니다. 가부장 문화가 정복과 침략과 지배를 예찬할 때, 에코 페미니즘은 그게 헛소리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가부장 문화가 헛소리들을 퍼뜨리기 때문에, 숱한 남자들은 (이른바) 한남충들이 됩니다. 한남충들은 남자가 군대에 가고 국토를 방어하는 동안 여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묻습니다. 이건 여자들을 차별하기 위한 아주 흔한 헛소리입니다.
남자가 군대에 가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신들이 중요한 사명을 맡고 국토를 방어한다고 착각합니다. 에코 페미니즘은 군대를 비롯해 공권력이 그저 지배 계급의 통치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근대적인 진보 이후, 에코 페미니즘은 나타났습니다. 식민지 근대화 이론과 달리, 에코 페미니즘은 근대적인 진보가 반드시 좋다고 헬렐레거리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도 근대적인 진보 이후 에코 페미니즘은 나타났습니다. 어머니 자연 신앙은 초기적인 에코 페미니즘이 될지 모르나, 어머니 자연 신앙과 오늘날 에코 페미니즘은 다릅니다. 그린 드래곤은 이런 에코 페미니즘을 알지 못할 겁니다.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 이외에 <토탈 워: 워해머> 역시 포레스트 드래곤이 우드 엘프 세력을 돕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포레스트 드래곤은 우드 엘프 세력의 최종 병기입니다. 우드 엘프 세력에게 거대 괴수가 필요할 때, 포레스트 드래곤은 바르굴프와 엎치락 뒤치락 싸우고 괴수 대전을 연출할 겁니다. 이건 모든 중세 판타지 매체에서 우드 엘프와 그린 드래곤이 협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설 <반지 전쟁>은 우드 엘프 세력을 보여주나, 이 소설에는 그린 드래곤이 없습니다. 중간계에서 드래곤들은 반드시 악한 세력에 속합니다.
멜코르는 우룰루키 글라우룽을 비롯해 드래곤들을 만들었고, 온갖 드래곤들은 악한 세력에 속합니다. 소설 <반지 전쟁>에는 착한 드래곤이 없습니다. 사실 <반지 전쟁>은 아예 드래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반지 전쟁>은 중세 판타지를 대표하나, 이 소설은 드래곤을 내놓지 않습니다. 회색의 간달프는 검은 앙칼라곤을 언급하나, 드래곤은 반지 전쟁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드래곤들은 반지 전쟁에 참가했는지 모르나, 소설은 그걸 자세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존 로널드 톨킨은 이렇게 저렇게 엘프 가계도들을 열심히 그렸으나, 그린 드래곤 같은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거대 괴수 팬은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의 모스라와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의 그린 드래곤을 똑같이 좋아할 수 있습니다.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과 <반지 전쟁>은 똑같이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반지 전쟁>에는 우드 엘프(에 가까운) 레골라스 그린리프가 있습니다. 하지만 레골라스 그린리프는 그린 드래곤을 알지 못합니다.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과 <반지 전쟁>이 똑같이 중세 유럽 판타지라고 해도, <반지 전쟁>에는 자연 친화적인 거대 괴수가 없습니다. 거대 괴수 팬은 <반지 전쟁>을 읽고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 때문에, 내가 이런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엘프 가계도 따위를 읽어야 하나?"라고 물을지 모릅니다.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와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은 다른 장르이고,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과 <반지 전쟁>은 비슷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자연 친화적인 괴수를 좋아하는) 거대 괴수 팬에게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VII>은 <반지 전쟁>이 아니라 <고지라: 괴수 행성> 시리즈와 훨씬 비슷할 겁니다. 중세 판타지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중요한 경계선이 될 수 있으나, 장르는 절대적인 경계선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