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계급 투쟁을 간과하는, 고매하신 SF 작가분들 본문
'브릿G'는 인터넷 소설 사이트입니다. 브릿G는 여러 장르 소설들을 출판하는 황금가지가 관리하는 곳이고, 인터넷 소설을 연재하기 위해 우수한 플랫폼을 갖춘 곳이죠. 브릿G는 깔끔하고 단아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고, 여러 편의성들을 갖추었습니다. 저는 여기가 괜찮은 소설 사이트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SF 소설들을 둘러보기 위해 몇몇 게시판을 검색했습니다.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나 디스토피아들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어떤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나 디스토피아들은 진부한 문구들을 달았습니다.
그런 문구들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인류가 몹쓸 짓거리를 저질렀다거나 인류가 모든 것을 망쳤다거나 인류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히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미 수많은 SF 작가들은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한탄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아서 클라크 같은 그랜드 마스터와 커트 보네거트 같은 시니컬한 작가부터 개똥 철학을 주절거리는 <청의 6호> 같은 애니메이션까지, 다들 인류가 탐욕스럽고 인류가 모든 것을 망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외계인을 묘사할 수 있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인류를 훨씬 혐오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작가들이 가리키는 인류가 너무 애매하다는 사실입니다. 인류? 이런 작가들이 가리키는 인류는 무슨 인류일까요? 이 지구에서 모든 인류가 동일하게 살아가나요? 캐나다 백인 중산층 남자와 소말리아의 가난한 시골 흑인 할머니가 동일하게 살아가나요? 슬렘가에서 싸구려 마약을 빠는 흑인 소녀와 대기업 백인 중년 남자가 동일하게 살아가나요? 똑같이 흑인이라고 해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아프리카의 흑인 부족민이 동일하게 살아가나요?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인구는 캐나다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 인민들이 캐나다 시민들보다 훨씬 잘 살아가나요?
국제 연합 식량 전문가 장 지글러는 세계에서 몇 십 억 인구가 치명적인 빈곤에 시달린다고 토로했습니다. 인류의 절반 이상에게 저임금이나 내전이나 환경 오염이나 민영화나 부채 환금이나 기후 변화는 매우 심각한 위협입니다. 대기업들이 수도 민영화에서 이득을 얻을 때, 아프리카 흑인 인민들은 아이들에게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물을 먹여야 합니다. 이런 대기업들과 아프리카 흑인 인민들이 똑같은 인류인가요? 유럽 백인들은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을 학살했고, 토지를 빼앗았고, 보호 구역으로 몰아냈습니다. 유럽 백인 침략자들과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이 동일하게 살아가는 똑같은 인류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는 모두 동일하게 살아가지 않습니다. 인류 문명에는 아주 수직적인 계급이 있고, 높은 계급은 낮은 계급을 착취할 수 있습니다. 저임금이나 내전이나 환경 오염이나 민영화나 부채 환금이나 기후 변화는 이런 계급 착취에서 비롯합니다. 특히, 서구적인 근대화는 자본주의라는 계급 착취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방법은 하나입니다. 피지배 계급은 계급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와 다른 여러 가지 계급 착취들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SF 작가들은 이런 사실을 절대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SF 작가들은 캐나다 백인 중산층 남자와 소말리아의 가난한 시골 흑인 할머니가 동일한 인류라고 말합니다. SF 작가들은 싸구려 마약을 빠는 흑인 소녀와 대기업 백인 중년 남자가 동일한 인류라고 말합니다. SF 작가들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아프리카의 흑인 부족민이 동일한 인류라고 말합니다. SF 작가들은 유럽 백인 침략자들과 북아메리카 부족민들이 동일한 인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SF 작가들은 계급 착취를 거론하지 않습니다. SF 작가들은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말하고 인류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군요. 가난한 흑인 할머니는 정말 탐욕스럽고 악질적인 인간이었군요. 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가난한 흑인 할머니가 탐욕스럽다고 말하는 SF 작가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것들은 아주 X랄 같은 헛소리들입니다. 하지만 SF 작가들은 근엄하고 진지하게 거시적인 우주와 인류 문명을 들먹거리고, 인류 전체가 탐욕스럽다고 주절거립니다. 진짜 근본적인 문제는 계급 착취임에도, 거시적이고 전복적인 SF 작가들께서는 계급 착취에 개미 눈꼽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계급 착취를 타파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노동 조합들, 성 평등 모임들, 환경 운동가들은 격렬하게 투쟁하는 중일 겁니다. 우리는 그런 투쟁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SF 작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죠.
고상하신 SF 작가들께서는 그런 투쟁을 입도 뻥긋하지 않고, 모든 인류가 탐욕스럽다고 투덜거리죠. 그리고 온갖 투쟁들을 무시하는 SF 작가들은 자신들이 거시적이고 전복적이라고 생각하고, 우주와 외계를 논의하죠. 이건 아주 웃기는 짓거리입니다. SF 작가들은 현실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 투쟁들을 간과합니다. 어떻게 그런 작가들이 우주와 외계를 논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논의는 아주 피상적이고 얄팍한 결론으로 흘러갈 겁니다. SF 소설들을 읽는 동안 저는 그런 피상적이고 얄팍한 결론들을 숱하게 봤습니다. 그랜드 마스터들조차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저는 그런 SF 작가들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학교, 언론, 문화를 지배하고 통제합니다. 그런 학교, 언론, 문화 속에서 우리는 기득권에게 유리한 논리를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지배적인 관념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SF 작가들 역시 그저 그런 인간들에 불과합니다. 저는 현실 사회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욕하나,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지배 계급은 쉽고 빠르게 각성하지 못합니다. 그건 어쩌지 못하는 일입니다. 다들 천천히, 느리게 깨닫죠. 저는 결국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SF 작가들이 헛소리를 떠드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괴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