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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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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동물들을 향하는 관점

개조 군용 동물을 전장에 내보낼 권리

OneTiger 2018. 1. 4. 22:39

[게임 <적색 경보 3>의 돌고래 유닛들. 이런 군용 돌고래들에게 동물 권리가 있을까요?]



아서 클라크가 쓴 <해저 목장>은 제목처럼 양치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양치기는 알퐁스 도데가 쓴 양치기와 달리 별로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적어도 산 속에서 호젓하게 사모하는 아가씨와 별밤을 바라보는 낭만이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양치기는 바닷속에서 양식업을 관리하고, 목양견 대신 돌고래들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독자에게 <해저 목장>은 전형적인 소설처럼 보이겠으나, 이 소설은 나름대로 사역 동물에 상상 과학을 덧붙였습니다.


어쩌면 미래 인류는 이런 동물들을 이용할지 모릅니다. 만약 인류가 바닷속에 목장을 짓고 물고기 떼를 관리한다면, 돌고래들을 목양견으로 이용할지 모르죠. 솔직히 저는 발달된 잠수 무인기가 목양견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미래 인류는 정말 돌고래들을 이용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미래 인류는 돌고래를 개조하고 더 똑똑한 돌고래를 만들지 모르죠. <스타타이드 라이징>에 등장하는 돌고래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해도 어느 정도 머리 좋은 돌고래들은 해저 목장을 잘 관리할 겁니다. 게다가 이런 돌고래들이 가능성을 보인다면, 인류는 양식업 이외에 다른 목적에 돌고래를 이용할지 몰라요.



흔히 '집을 지키는 개'는 비유적인 문구로 쓰입니다. 하지만 특수 목적견들은 그저 집만 지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수 목적견들은 뛰어난 후각과 잘 돌아가는 머리와 인간을 향한 복종심과 날렵한 몸놀림을 이용해 재난 현장에서 활약합니다. 특수 목적견들은 무너진 폐허 속에서 생존자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무인기가 이런 역할을 대신할지 모르나, 아직 특수 목적견들은 재난 현장을 떠나지 않았어요. 구조견들 역시 산 속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구출하죠. 심지어 어떤 개들은 화재 현장에서 냄새를 따라 화재의 진원지를 거꾸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업무 이외에 개들은 전장에서 활동합니다. 군견들은 전장에서 지뢰나 급조 폭발물을 찾고, 그래서 총알에 맞거나 폭발물을 잘못 밟습니다. 군견들이 급조 폭발물을 찾는 것처럼 미래 군대는 개조 돌고래를 이용할지 모릅니다. 개조 돌고래는 해안을 순찰하고, 기뢰를 탐지하고, 적대적인 잠수정을 찾고, 해변에 몰래 상륙하는 특수 부대원을 포착할지 모릅니다. 흠, 확실히 공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나, 이런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누가 아나요. 아무도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하죠.



하지만 과연 인류가 개조 동물들을 함부로 전장에 내보낼 권리가 있을까요. 글쎄요, 아무도 벨기에 말리노이즈나 개조 돌고래에게 전장에 나가겠느냐고 묻지 않을 겁니다. 뭐, 사람에게조차 전장에 나가겠느냐고 묻지 않죠. 사람들은 군대에 끌려갑니다. 모병 제도가 있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은 군대에 끌려가죠. 사람들도 군대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 아무도 군견이나 군용 돌고래에게 전장에 나가겠느냐고 묻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동물 권리를 논한다면, 군견이나 군용 돌고래의 권리 역시 논해야 할 겁니다.


동물 권리를 논할 때, 많은 사람들은 불법 애완견 사육이나 공장식 축산을 이야기하나, 군견 역시 빠지지 못할 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사람을 사육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 권리는 축산업을 비판하는 경향이 짙으나, 군용 동물 역시 빠지지 못하겠죠. 만약 미래 인류가 개조 돌고래를 기뢰밭에 내보낸다면, 군용 돌고래 역시 동물 권리 목록에 올라가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인류가 공장식 축산으로 가축을 괴롭힐 권리가 없는 것처럼 인류는 개조견이나 개조 돌고래를 전장으로 내보낼 권리가 없겠죠. 아, 물론 우리는 사람들을 전장으로 내보낼 권리 역시 없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하지만 군대는 필수적이다. 인류는 군대를 조직해야 하고, 따라서 군용 동물들 역시 필요하다. 미래 인류가 군용 개조 돌고래를 이용할 수 있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군용 개조 돌고래를 이용해야 한다." 글쎄요, 정말 군대가 필요할까요? 살기등등한 국제 정세를 고려한다면, 군대는 필수적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당장 군대를 해체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죠. 정말 군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집단일까요.


그건 틀린 정의입니다. 왜냐하면 역사상 군대는 누군가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보다 지배 계급에게 복종했기 때문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군대는 지배 계급을 위해 약자들을 짓밟았습니다. 그런 폭력이 전쟁사를 지배하죠. 군대가 정말 약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유럽 침략자들과 맞섰던 원주민 군대나 빈민들과 합류했던 코뮌 군대 정도가 생명과 안전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군대는 원주민 군대나 코뮌 군대와 거리가 멉니다. 지배 계급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군대입니다.



당장 군대를 없앨 방법은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지배 계급에게 복종하고 약자들을 짓밟는 집단입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군대 역시 이런 학살과 전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물 권리를 논한다면, (현재의 군견들과) 미래의 개조 동물을 논할 수 있겠고, 그런 논의는 군대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주장까지 이어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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