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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화성인들의 지구 침략을 이야기합니다. 화성인들은 대대적으로 지구를 침략했고,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당연히 각국 정부는 전대미문의 침략에 필사적으로 저항했겠죠. 하지만 에서 정부나 지도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소설 배경은 영국이지만, 당시 영국 정부나 지도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독자는 그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막연하게 유추할 뿐입니다. 대신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 폐허가 된 영국의 이곳저곳을 방문합니다.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는 어느 평범한 시민이고, 이 시민은 그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방을 방황할 뿐입니다. 이 주인공은 지도부나 정부의 행방이나 조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사실 정부라고 해서 딱히 화성인..
은 잭 런던이 쓴 일종의 르포입니다. 잭 런던은 의 작가답게 가난한 계층에게 관심이 많았고, 본인이 그 삶을 직접 체험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지저분한 옷을 입고, 신분을 감추고, 직접 뒷골목이나 구호소를 전전했습니다. 가난한 계층이 얼마나 절박하고 비참하게 사는지 설명했고, 가난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보여줬죠. 잭 런던은 그들이 문자 그대로 밑바닥에서 살아간다고 강조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이라고 지은 듯합니다. 어쩌면 이 밑바닥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영어권의 관용어일지 모르겠군요. 여하튼 저는 잭 런던이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난한 계층은 이런 문구를 모욕적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밑바닥 사람들. 솔직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닙니다. 그냥 빈민, 하층민 같은 단어들이 훨..
와 는 모두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이야기합니다. 자유 시장이 사라지고, 착취와 오염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평등하게 일하고, 노동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고, 이런 이야기들이 전개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소설의 사회주의 체계가 완전히 똑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 역시 다릅니다. 는 정당들이 평화롭게 사회주의 이행을 건설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가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반면, 는 그렇게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인민들이 평등한 구조를 원해도 기득권은 권력을 쉽게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무장 투쟁이 벌어졌고,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끝에 인민들은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습니다. 의 방법이 더 좋을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처럼 흘러갈지 모릅..
[소설 시리즈는 개조 생체 동력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력원이 진보의 전부일까요.] 스팀펑크 소설은 19세기 유럽에 마법과 첨단 과학을 짬뽕한 문학입니다. 시대 배경은 반드시 19세기일 필요가 없으나, 수많은 소설들은 19세기 유럽 분위기를 자주 차용하죠. 19세기 배경을 차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적인 기술보다 고전적인 증기 기관을 주로 선보입니다. 가령, 같은 소설은 표지 그림에 증기 기관 차량을 내보였습니다. 소설의 첫머리도 증기 기관 차량의 금속성과 매연과 강력한 힘을 이야기하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스팀펑크 소설들이 증기 기관 묘사에 매달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팀펑크 소설들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처럼 증기 기관 따위에 아예 관심이 없는 도심 판타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팀펑크 소설은 제목처..
사람들은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은 이야기하는 동물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일상 속에서도 여러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람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사람들은 창조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즐깁니다. 덕분에 소설가라는 업종까지 생겼죠. 심지어 소설가들은 아주 환상적인 이야기까지 짓습니다. 사무엘 콜리지는 이걸 가리켜 불신의 유예라고 불렀고요. 그런데 수많은 시, 소설, 희곡, 대본 등을 보면, 그건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가 전부 인간 중심적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줄창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만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사람과 만나고, 사람이 사람과 싸웠고,..
최근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떴습니다. TRAPPIST-1에서 발견한 행성들 덕분에 천문학계가 많이 들떴나 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학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여러 과학 뉴스들은 이번 행성 발견이 꽤나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7개 찾았고, 그 중에 몇몇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유로파 탐사도 그렇고, 이게 너무 앞서간다거나 연구비를 위한 연극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했다고 해도 거기에 뭔가 생명체가 산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설사 생명체가 살아도 인간처럼 문명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행성의 생태계가 아주 원시적이라고 해도, 35억 년 전의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해도..
사실 할아버지는 2세대 세계 산업 노동 조합의 조합원이다. 미시시피에서 출발한 의회 공화국 '누군가의 로드리게즈'는 습지 복원과 소득 조정 작업의 진전, 유권자와의 소통 확대, 연안 철수 등의 사안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투덜이 레즈는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주의자들은 말만 잘할 뿐이야.”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감사해야 할 대목이란다. 나는 소득 조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을 기억한단다.” (중략)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비난하지 말거라. 자본주의가 좀 더 일찍 무너졌다면, 지구 온난화를 그만큼 더 일찍 막았을 거야. 네가 하는 일의 절반은 피해를 억제하는 것 아니냐?” 할아버지가 제시를 타일렀다. (중략) 할아버지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미 늙었단다. 세계에..
소설 는 외계 우주선을 탐험하는 인류 탐사대를 이야기합니다. 인류 탐사대는 거대한 우주선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우주선을 만들었는지 논의합니다. 물론 한낱 인류 탐사대는 거대 우주선을 만든 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그저 압도적인 크기와 구조, 성능에 놀랄 뿐입니다. 라마 우주선은 인류에게 그 어떤 암시나 정보도 주지 않고, 탐사대는 의문과 서글픔으로 우주선을 바라볼 뿐이죠. 비록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으나, 독자는 탐사대와 함께 라마인들이 누구일지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사실 이건 SF 소설의 가장 고유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다른 존재를 상상하는 것. 이거야말로 SF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겁니다. 덕분에 독자는 인식의 지평선을 한층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