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SF/판타지와 거대 서사라는 재미 본문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네, 맞습니다. 장르보다 재미는 중요합니다. 왜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보드 게임을 플레이하나요? 장르를 연구하기 위해? 장르 연구가 목적인가요? 장르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보드 게임을 플레이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장르 연구는 목적이 될 수 있으나, 기본적인 목적은 재미입니다. 심지어 장르 연구자들에게조차 기본적인 목적은 재미입니다. 기본적인 목적이 재미인 것처럼, 장르보다 재미는 중요합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보다 재미는 우선합니다.
하지만 특정한 재미는 특정한 장르에게 기반합니다. 특정한 재미가 특정한 장르에게 기반하기 때문에, 장르 팬들은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 같은 특정한 장르를 추구합니다. 아무리 장르보다 재미가 우선한다고 해도, 오직 특정한 장르만 특정한 재미를 형성하기 때문에, 특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장르 팬들은 특정한 장르를 추구합니다. 특정한 맛은 특정한 먹거리에게 기반합니다. 우리는 엽떡 로제가 시원하고 달달하다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맛(시원함, 달달함)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엽떡 로제보다 특정한 먹거리를 먹습니다. 팥빙수는 특정한 종류입니다.
아무리 요리 종류보다 맛이 우선하고, 아무리 엽떡 로제가 맛있다고 해도, 이 맛은 시원하지 않고 달달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팥빙수를 먹는다면, 우리는 팥빙수가 시원하고 달달하다고 느낄 겁니다. 특정한 먹거리(팥빙수)가 특정한 맛(시원함, 달달함)을 보장하는 것처럼, 분류는 특정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장르를 분류한다면, 우리는 특정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시원하고 달달한 맛을 느끼기 위해 우리가 팥빙수를 찾는 것처럼, 특정한 사변 장르가 특정한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에, 장르 팬들은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를 추구합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사변 장르)는 특정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특히, 두 장르는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거대 거사, 거시적인 흐름은 어떻게 사회, 문명, 자연, 우주가 나타나고 바뀌고 사라지는지 보여줍니다. 이건 세계를 논의합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는 어떻게 사회, 문명, 자연, 우주가 나타나고 바뀌고 사라지는지 보여주고 넓은 세계를 논의합니다. 만약 인류 문명이 다른 항성계로 날아가고 외계 행성 궤도에서 우주 정거장을 짓는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회는 나타날 겁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거대 서사를 이야기합니다.
만약 인류 문명이 다른 항성계로 날아가고 외계 행성 궤도에서 우주 정거장을 짓기 원한다면, 이건 막대한 비용과 첨단 과학 기술들을 요구할 겁니다. 막대한 비용을 얻고 첨단 과학 기술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류 문명에게는 오랜 세월이 필요합니다. 19세기 근대화 이후, 마침내 과학이 발달했던 것처럼, 인류 문명이 수 천 년을 거친 이후, 인류 문명은 과학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을 인식하기 위해 인류 문명에게 수 천 년이 필요했던 것처럼, 외계 행성 궤도 정거장은 유구한 역사를 상정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설정은 유구한 역사, 거시적인 흐름입니다.
만약 인류 문명이 비단 궤도 정거장을 건설할 뿐만 아니라 외계 행성을 테라포밍한다면? 만약 인류 문명이 외계 행성을 테라포밍한다면, 인류 문명은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자연 환경을 조성할 겁니다. 또 다른 자연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때문에, 또 다른 자연 환경에서 또 다른 문명과 사회는 비롯합니다. 만약 인류 문명이 외계 행성들을 계속 테라포밍한다면, 새로운 자연들과 새로운 사회들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어떻게 세계, 자연, 사회가 계속 나타나는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주류 문학은 어떤가요? 주류 문학에게 이게 주된 소재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주류 문학에게 우주, 자연, 문명은 주된 소재가 아닙니다. 아무리 주류 문학이 넓은 세계를 논의한다고 해도, 스페이스 오페라와 달리, 주류 문학은 '새로운 역사,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류 문학이 이것을 보여준다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재미(거대 서사)가 특정한 장르(스페이스 오페라)에게 기반하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한 장르를 분류합니다. 그래서 장르는 중요합니다. 초코 아이스 크림(특정한 먹거리)이 중요한 것처럼, 스페이스 오페라(장르)는 중요합니다. 비단 스페이스 오페라만 아니라 중세 판타지 역시 세계를 보여줍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는 사악한 유령선이 민간 수송선을 습격한다고 묘사할 수 있습니다. 해골 선원들은 수송선으로 건너갑니다. 하지만 수송선에서 모험가 일행은 해골 선원들을 몰아냅니다. 전사는 장검을 휘두르고, 성직자는 신성한 광휘를 내뿜고, 도적은 표창들을 날리고, 마법사는 비전 총알들을 쏩니다. 드루이드는 바닷속으로 잠수하고 유령선을 공격하기 위해 모사사우루스로 변신합니다. 모사사우루스는 유령선을 향해 헤엄치고 선체를 물어뜯습니다. 어떻게 드루이드가 모사사우루스로 변신할 수 있나요? 드루이드가 대지 모신을 숭배하고 자연의 힘을 휘두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모사사우루스를 비롯해 중생대 야생 동물들은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중세 유럽 판타지는 (인간을 비롯해) 신생대 생태계와 중생대 생태계가 공존한다고 묘사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네버윈터 나이츠 2>에서 표범과 데이노니쿠스가 공존하는 것처럼, 중세 판타지에서 중생대 생태계는 멸종하지 않습니다. 중세 판타지는 새로운 생물권 역사를 제시합니다. 새로운 생물권 역사는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입니다. 드루이드는 대지 모신을 숭배하고, 대지 모신이 자연 생태계를 관리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외계 행성 궤도 정거장을 보여주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것처럼, 중세 판타지는 대지 모신을 묘사하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중세 판타지는 비단 외계 궤도 정거장과 대지 모신만 아니라 다른 많은 설정들을 늘어놓고 새로운 세계들, 새로운 역사들을 제시합니다. 비단 스페이스 오페라와 중세 판타지만 아니라 다른 SF 하위 장르들, 다른 판타지 하위 장르들 역시 새로운 세계들, 새로운 역사들을 제시합니다. 많은 SF/판타지 팬들은 이 장르가 새롭고 넓은 세계, 새롭고 유구한 역사를 보여준다고 기대합니다. 이건 장르 미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역사 없이 우리가 어떻게 우주, 자연, 문명이 나타나고 바뀌고 사라지는지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비록 우리가 SF/판타지에게 기반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거대 서사를 얼마든지 논의한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심지어 주류 문학조차 거대 서사를 서술할 수 있습니다. 주류 문학은 진화 생물학자가 장엄한 생물권 역사를 설명한다고 서술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주류 문학에게 드루이드 변신 능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드루이드 변신 없이, 주류 문학은 기나긴 생명 진화 역사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 없이, 진화 생물학자가 생명 진화 역사를 소개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거대 서사에게 SF/판타지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SF/판타지는 비(非)현실 설정을 묘사합니다. 현실에서 외계 행성 궤도 정거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드루이드가 모사사우루스로 변신하지 않기 때문에, 두 가지는 비현실 설정입니다. 외계 궤도 정거장과 드루이드 변신처럼, SF/판타지에서 비현실 설정은 근본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현실에서 생명 진화 역사가 흐르는 것처럼, 이미 현실이 장엄하기 때문에, 거대 서사에게는 비현실 설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대 서사에게 비현실 설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사변 장르(SF/판타지) 없이, 우리는 거대 서사를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판타지에서 비현실 설정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외계 행성 생태계 테라포밍을 묘사하고, 중세 판타지에서 대지 모신이 생명체들을 창조하는 것처럼, 비현실 설정은 압도적입니다. 비현실 설정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SF/판타지는 거대 서사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표범과 모사사우루스가 함께 살아갈 수 있지? 이게 가능해?" 이 물음은 가능성을 묻습니다. 가능성은 현실을 새롭게 고찰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지?" 이 물음은 현실을 새롭게 고찰합니다. 만약 이 물음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 물음은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할 겁니다. "표범과 모사사우루스는 절대 함께 살아가지 않아! 이건 현실이야!" 이 인식처럼,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표범과 모사사우루스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묻습니다. 비현실이 나타나기 때문에, 비현실은 현실을 강조합니다. 만약 비현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현실은 자신을 강조하지 못할 겁니다.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과 차이를 드러낼 때, 이건 강조가 됩니다. 종종 추상화들은 두 대상을 대조하고 강조합니다.
이 그림(링크)을 보세요. 이 그림은 직선들을 늘어놓고 동그라미를 강조합니다. 동그라미를 묘사하기 위해 직선들이 필수적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직선들 없이, 그림은 동그라미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직선들은 동그라미를 묘사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그림이 직선들을 늘어놓고, 딱딱한 직선들과 부드러운 동그라미가 대조적이기 때문에, 직선들은 동그라미를 강조합니다. 추상화가 직선들을 늘어놓고 동그라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동그라미를 훨씬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추상화처럼, 대조는 다른 것을 강조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은 대조적입니다. 두 가지가 대조적이기 때문에, 한쪽(비현실)은 다른 쪽(비현실)을 강조합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에, 현실은 비현실을 강조하기보다 비현실은 현실을 강조합니다. 특히, 외계 궤도 정거장과 대지 모신처럼, SF/판타지에서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압도적인 규모와 거시적인 흐름은 잘 어울리고, 압도적인 비현실은 거시적인 현실 흐름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SF/판타지 없이, 우리는 거대 서사를 논의할 수 있으나, 추상화에서 직선들이 동그라미를 강조하는 것처럼, SF/판타지에서 비현실 설정은 거대 서사를 강조합니다.
심지어 SF/판타지는 거대 서사를 의인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인간에게 감정을 이입합니다. 거시적인 흐름은 인격이 아닙니다. 자연 환경이 인격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자연 환경은 거대 서사이나, 이 거시적인 흐름은 인격이 아닙니다. 우리는 감정을 이입하지 못합니다. 반면, 중세 판타지는 대지 모신을 묘사합니다. 대지 모신은 자연 환경에게 인격이 있다고 보여줍니다. 드루이드가 대지 모신을 숭배하고, 자연의 힘을 휘두르고, 모사사우루스로 변신하기 때문에, 드루이드는 거대 서사를 인격화합니다.
드루이드가 거대 서사를 인격화(의인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 서사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거대 서사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 서사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주류 문학은 표범과 모사사우루스가 함께 살아간다고 묘사하지 못합니다. 주류 문학은 인간이 대지 모신을 숭배한다고 묘사하지 못하고 인간이 거대 바다 도마뱀으로 변신한다고 묘사하지 못합니다. 주류 문학은 자연 환경 같은 거시적인 흐름을 인격화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재미(거시적인 흐름)를 느끼기 위해 장르 팬들은 특정한 사변(SF/판타지)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왜 거대 서사가 '재미'있나요?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요? 어떤 가치 때문에, 거대 서사가 재미있나요? 우리가 거시적인 흐름을 논의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 우리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계는 넓습니다. 우주, 자연, 문명, 사회는 아주 넓습니다. 좁은 시각은 우주, 자연, 문명, 사회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좁은 시각은 어디에 우리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거대 서사는 어디에 우리가 있는지 파악합니다.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 덕분에,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가 왔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넓은 시각을 갖추지 못한다면, 넓은 세계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를 중시하는지 모르나,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는 좁은 시각을 드러냅니다. 좁은 시각이 넓은 세계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는 길을 잃을 겁니다. 아무리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가 길을 잃지 않는다고 해도, 이것에게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주, 자연, 문명, 사회가 아주 넓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는 한계를 넘어가지 못합니다. 미시적인 이야기보다 거대 서사에게는 가치가 있습니다.
아니면 장르 팬들은 순수한 장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계 행성 궤도가 장엄하기 때문에, 모사사우루스가 장엄하기 때문에, 다른 목적들 없이, 장르 팬들은 순수한 장엄함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순수한 장엄함을 느끼기 위해 장르 팬들은 스페이스 오페라와 중세 판타지를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인간이 순수한 장엄함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특정한 목적 때문에 인간이 장엄한 풍경을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록 제 의견이 옳지 않다고 해도, 넓은 세계에서 우리가 길을 찾기 때문에, 거시적인 흐름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오직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만 추구한다면, 우리는 길을 잃을 겁니다. 기후 변화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는 거대 서사, 거시적인 흐름에 속합니다. 외계 행성 테라포밍과 대지 모신이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사건이 아닌 것처럼, 기후 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지질학적인 관점을 선택해야 하고 세계화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동안, 서구 사회가 식민지들을 수탈했기 때문에, 이건 세계적인 사건입니다.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은 이것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은 세계적인 사건을 왜곡할지 모릅니다. 세계적인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일국(一國) 관점조차 세계적인 사건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심지어 진보 지식인들조차) 자본주의에게 일국 관점을 적용하나, 세계는 일국이 아닙니다. 많은 국가들이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에, 일국 관점보다 세계 관점은 자본주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질학 관점, 세계 관점이 기후 변화를 파악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거대 서사가 필요합니다. 거대 서사는 필수적입니다.
우리에게 거대 서사가 필수적이고, SF/판타지가 거시적인 흐름을 강조하기 때문에, 거대 서사는 특정한 장르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언제나 모든 SF/판타지가 거시적인 흐름을 중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SF/판타지는 사소하고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개인들입니다. 아무리 거대 서사가 필수적이라고 해도, 우리는 거대 서사 그 자체가 아닙니다. 결국 개인 관점에서 우리는 세계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개인들이라고 해도, 세계 속에서 개인들이 길을 찾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거대 서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개인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 서사 그 자체가 되지 못합니다. 아무리 거대 서사가 필수적이라고 해도, 인간은 거대 서사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드루이드가 자연의 힘을 휘두르고, 모사사우루스로 변신하고, 자연 환경을 인격화하는 것처럼, SF/판타지 덕분에, 우리는 거대 서사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SF/판타지는 이 재미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문화들, 다른 예술들은 이 재미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외계 궤도 정거장과 드루이드 변신 능력처럼, 적어도 다른 문화들, 다른 예술들보다 SF/판타지는 이 재미(거대 서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건 다른 문화들, 다른 예술들보다 SF/판타지가 우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무리 엽떡 로제보다 팥빙수가 시원하고 달달하다고 해도, 엽떡 로제보다 팥빙수가 우월한 먹거리인가요? 아니, 엽떡 로제와 팥빙수는 우월과 열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건 그저 취향에 불과합니다. 엽떡 로제와 팥빙수처럼, SF/판타지를 비롯해 문화와 예술은 우월과 열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엽떡 로제보다 팥빙수가 시원하고 달달하다고 기대하는 것처럼, 만약 우리가 거시적인 흐름을 기대한다면, 다른 문화들, 다른 예술들보다 SF/판타지는 탁월한 선택일 겁니다.
※ 게임 <스텔라리스> 스크린샷 출처:
https://store.steampowered.com/app/553280/Stellaris_Utopia/
※ 게임 <사우리안> 스크린샷 출처: War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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