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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는 외계 괴수의 원천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는 외계 괴수의 원천

OneTiger 2017. 12. 13. 20:10

[이런 이질적이고 거대한 외계 야수 역시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에서 비롯했겠죠.]



소설 <스페이스 비글>은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찰스 다윈이 비글 탐사선을 타고 여러 생명체들을 만난 것처럼 스페이스 비글은 여러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죠. 그것들 중 쿠알이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촉수들이 달린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생겼죠. 다른 외계 생명체들에 비해 쿠알은 비교적 지구 동물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마 검은 표범에게 길다란 촉수들을 붙인다면, 쿠알과 비슷하게 보이겠죠. 쿠알은 몇몇 창작물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가령,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 등장하는 디스플레이스드 비스트는 쿠알과 아주 비슷하죠. <파이널 판타지>에도 쿠알이라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이 동물은 파충류의 흔적을 약간 간직했으나, 커다란 호랑이나 표범과 비슷하게 생겼고, 두 촉수가 있습니다. 딱 봐도 <스페이스 비글>에서 영향을 받았죠. 왜 알프레드 반 보그트는 이런 촉수 고양이과 야수를 창작했을까요. 작가는 익스톨처럼 좀 더 기괴하게 생긴 괴수를 창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알프레드 반 보그트는 호랑이나 재규어, 표범 같은 사나운 고양이과 야수를 우주적으로 뻥튀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에는 호랑이나 재규어, 표범 같은 고양이과 야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야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울창한 열대 밀림 역시 없죠. 아마 유럽 탐사대는 인도나 동남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를 탐험했을 때, 호랑이나 재규어나 표범을 보고 놀랐을 겁니다. 호랑이 같은 야수는 자주 유럽 탐사대를 공격했을지 모르고, 그래서 유럽 탐사대는 호랑이가 낯선 열대 밀림을 상징하는 괴물이라고 여겼을지 모르죠. 어쩌면 알프레드 반 보그트는 그런 호랑이를 우주적으로 뻥튀기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쿠알을 고양이과 야수로 만들었는지 몰라요.


물론 이는 근거가 없는 추측입니다. 저는 왜 반 보그트가 쿠알을 고양이과 야수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쿠알이 사슴이나 토끼나 너구리처럼 생겼다면, 독자들은 쿠알이 위협적이라고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반면, 쿠알이 (비단 표범만 아니라) 늑대나 불곰처럼 생겼다면, 독자들은 쿠알이 위협적이라고 느꼈겠죠. 왜? 늑대와 표범과 불곰은 모두 위험한 육식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고대부터 인류는 이런 야수들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했죠. 인류는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시각을 <아바타> 같은 영화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타나토어는 거대한 호랑이처럼 생겼죠. 호랑이와 타나토어는 모두 열대 밀림에 사는 알파 프레데터이고, 그래서 제임스 카메론이 타나토어를 거대한 호랑이처럼 그렸을지 모르죠. 설사 제임스 카메론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타나토어에게서 호랑이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디즈니가 만든 <타잔>에서 타잔과 표범 사보가 싸우는 장면을 볼까요. 타나토어가 주인공 제이크를 공격하는 장면과 사보가 타잔을 공격하는 장면은 서로 비슷합니다.


그리고 타나토어가 사슴이나 토끼나 너구리처럼 생겼다면, 관객들은 타나토어가 별로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타나토어가 (비단 호랑이만 아니라) 늑대나 불곰과 닮았다면, 당연히 관객들은 타나토어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겠죠. 즉, 이런 외계 야수들은 현실 속의 육식동물들에게서 비롯했습니다. 외계 야수들을 위협적으로 꾸미기 위해 SF 창작가들은 현실 속의 육식동물들을 참고했어요.



즉, 우리가 현실 속의 동물을 보고 어떤 관념을 형성했기 때문에 SF 창작가들이 그 관념을 이용할 수 있어요. 위에서 저는 쿠알이나 타나토어 같은 육식동물만 언급했으나, 초식동물들 역시 언급할 수 있겠죠. 만약 어떤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가가 외계 행성에 서식하는 초식동물들을 묘사하기 원한다면, 그 소설가는 현실 속의 사슴이나 말이나 산양이나 물소나 코뿔소를 참고할 겁니다. 그 소설가는 북미 평야의 들소 무리나 아프리카 사바나의 영양 무리나 동아시아의 야생마 무리를 보고, 외계 행성의 초식동물 무리를 묘사할 수 있겠죠.


아니, <스페이스 비글> 역시 사슴과 비슷한 외계 초식동물을 언급했군요. 우리는 수많은 소설들과 영화들과 게임들 속에서 그런 묘사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엔들리스 스페이스 2> 같은 비디오 게임이 어떻게 외계의 자연 생태계를 묘사하는지 찾아볼 수 있겠죠. 비단 쿠알이나 타나토어만 아니라 외계 생명체나 괴수를 설정하기 위해 수많은 장르 창작가들은 현실 속의 동물들을 관찰하거나 참고합니다.



우주 전략 게임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제노 타이탄은 갯가재를 뻥튀기한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제노 타이탄은 어마어마한 외계 갯가재입니다. 갯가재는 전혀 커다란 동물이 아닙니다. 고작 10cm에 불과하죠. 하지만 제노 타이탄은 100m를 훌쩍 넘는 거대 괴수입니다. 갯가재와 제노 타이탄은 극단적으로 크기가 다릅니다. 하나는 10cm에 불과하나, 다른 하나는 100m를 훌쩍 넘어가요. 하지만 서로 크기가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해도 제노 타이탄은 갯가재를 참고한 외계 괴수입니다. 아예 게임 설정에 갯가재를 참고했다고 공개적으로 써있죠.


이처럼 크기가 파격적으로 다르다고 해도 외계 생명체나 거대 괴수는 현실 속의 동물에게서 비롯합니다. 우주 탐사물이나 스페이스 오페라를 꾸미기 위해 창작가들은 현실 속의 동물을 참고해야 해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무궁무진하게 언급할 수 있겠죠. 물론 누군가는 이런 상상력이 편협하다고 비판할 겁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비판하는 숱한 작가들과 평론가들은 이런 비좁은 상상력 역시 매우 비판하겠죠. 제노 타이탄 같은 외계 괴수는 그저 지구 생명체를 과장한 결과에 불과해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현실 속의 풍성한 자연 생태계가 우리에게 많은 영감들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외계 생명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를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지구의 자연 생태계는 그런 것을 창조한 원천입니다. 그리고 자연 생태계를 둘러볼 때, 우리가 자연 생태계를 계속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기 원한다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자본주의를 반드시 끝장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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