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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판타지/기타

작가 후기는 양념이자 매개체

OneTiger 2017. 3. 5. 14:35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이런 작품을 만든 창작가의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인터뷰와 후기는 요긴한 참고 자료입니다. 그런 인터뷰나 후기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더 깊게 이해하거나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아차리거나 오해했던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스타니스와프 렘은 여러 인터뷰에서 <솔라리스>가 그저 비유적인 소설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영화를 만들었을 때, 둘이 서로 다퉜다는 일화가 유명하죠. 작가가 소설에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적거나 편집자나 번역자가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는다면, 독자는 해당 작품을 한층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겠죠. 독자 자신만의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겠지만, 저는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보다 작가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하나의 작품은 온전히 작가만의 소유가 아니며, 다양한 해석과 파생작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작가의 입장을 존중해야죠.


그래서 작가가 후기를 소설책에 담으면, 그게 비록 사적이고 개인적인 후기라고 해도, 참 반갑습니다.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 같은 모음집이 반갑습니다. 소설들도 재미있지만, 그 소설의 후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습니다. <과학소설 창작백과> 같은 책이 없다면, 이런 후기가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니까요. 물론 이런 후기가 가끔 속을 썩힐 때도 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포의 제국>에서 "기후 변화는 환경 보호론자들의 음모론이지롱~."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음, 뭐, 그랬습니다. 소설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후기는 훨씬 가관이더군요. "나는 열심히 논문을 찾아봤지만, 결국 기후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라는 식으로 말했잖아요. 소설을 읽고 정신이 아득했는데, 후기가 거기에 치명타를 먹였다고 해야 하나…. 뭐, 크라이튼의 생각과 성향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그 점이 좋았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소설책이 어지간하면 후기나 인터뷰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게 편집자나 번역자 입장에서 번거로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작가의 후기나 잡담을 읽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작품이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점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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