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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자본세 대 인류세. 뭐가 더 정확한 용어일까? 본문

생태/인류세라는 착각

자본세 대 인류세. 뭐가 더 정확한 용어일까?

OneTiger 2018. 8. 28. 19:01

[이런 <월-E>처럼 독점 자본이 환경 오염들을 일으킨다면, 이건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일 겁니다.]



예전에 저는 인류세라는 용어보다 자본세라는 용어가 훨씬 정확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류세는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주장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을 다시 인용한다면, '인류세'는 우리가 지질 시대를 인류세라고 특징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21세기 현재 수많은 지구 생물들은 홀로세를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홀로세에서 어떤 특징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인류가 어마어마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대기가 변하고, 핵 폐기물이 쌓이고, 엄청난 쓰레기들이 묻히고….


누군가는 엄청난 닭뼈들이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하는군요. 한 해 동안 인류가 어마어마한 닭고기들을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와, 역시 치느님의 위력은 대단하군요.) 인류는 지우지 못할 부정적인 흔적들을 지구에 남겼고, 따라서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특정한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류세라는 용어보다 자본세라는 용어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자칫 인류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지 모릅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인류 모두가 생물 다양성 감소에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파울 크뤼천은 그런 개념을 부정합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퍼뜨렸을 때, 파울 크뤼천은 인류세가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용어는 인류 전체를 가리키고, 그래서 사람들은 환경 오염이 인류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인류 모두가 자연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자연 과학 교과서들이나 학습 만화들은 '우리 인류가 환경 오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운운합니다. 이건 꽤나 모호한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누구일까요? 정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까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피지배 계급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임금 노예 제도이고, 우리는 임금 노예들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역시 임금 노동자(임금 노예)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 기득권에게 종속되었을 겁니다. 우리는 노예들입니다. 우리는 생산 과정에 참가하지 못하고, 오직 명령만을 따라야 합니다. 왜 환경 오염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가요? 우리에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게다가 자본주의 체계는 우리에게 계속 지배적인 관념을 세뇌하고, 주입하고,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단결된 힘을 자본주의 기득권에게 헌납합니다.



환경 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닙니다. 환경 오염은 자본주의 체계의 책임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피지배 계급에게 힘이 없고, 자본주의 체계가 자꾸 피지배 계급을 세뇌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은 억압적인 계급 구조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용어는 이를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른 여러 부정적인 이유들 역시 있고요. 파울 크뤼천이 좋은 의도로 인류세를 널리 퍼뜨렸다고 해도, 이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인류세보다 자본세가 더 정확한 용어라고 주장합니다.


도나 해러웨이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도나 해러웨이는 인류세가 쓸데없이 우리를 하나의 종으로 일반화한다고 지적합니다. 자본세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쥐어짜고, 성장하고, 자신을 확장시키라고 명령합니다. 저는 '쥐어짜기 명령'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드는군요.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정말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모든 것을 쥐어짭니다. 자본주의 시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생물 다양성을 쥐어짭니다. 여러분, 팔목을 힘껏 쥐어짜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되나요? 팔목에 뻘건 손자국이 남을 겁니다. 그렇게 자본주의는 빈민들과 자연 환경을 쥐어짭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비참하게 부서졌죠.



도나 해러웨이 같은 사람들처럼, 저 역시 자본세가 더 정확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도나 해러웨이는 플랜테이션세 역시 이야기하더군요. 이런 획일화 농업이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할 겁니다. 만약 전세계적인 생태 혁명 덕분에 자본주의가 끝장난다고 해도, 환경 오염은 당장 복원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당장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지 못할 겁니다. 테리 비슨이 그린 어떤 미래처럼, 어느 날 생태적인 혁명이 자본주의 세계화를 몰아낸다고 해도, 한참 동안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느라 애써야 할 겁니다.


아니, 기후 변화가 전환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영원히 복원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전세계적인 생태 혁명 이후에도 인류는 계속 지질 흔적들을 남길 겁니다. 우리는 그런 시대(생태 혁명 이후 우리가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를 수 있겠죠. 인류세는 자본세보다 훨씬 포괄적인 용어입니다. 저는 그런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제일지 아무도 알지 못하나, 분명히 언젠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무너지겠죠. 긍정적인 생태 혁명이나 부정적인 기술적 특이점은 자본주의를 무너뜨릴지 모릅니다.



흠, 슬슬 논의가 SF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 같군요. 사실 인류세 논의는 어느 정도 SF 영역에 속할 겁니다. 그래서 SF 장르와 생태 사회주의는 서로 만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런 블로그에서 저는 떠들 수 있겠죠. 인류세와 자본세. 뭐가 더 올바른 용어일까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중대한 원인을 초래했기 때문에 저는 여전히 자본세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만약 생태 혁명이 자본주의를 끝장낸다면, 그때 우리는 인류세라는 용어를 덧붙일 수 있겠죠. 어쨌든 용어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다들 애먼 인류 좀 그만 탓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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