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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웨이킹 마스>와 자연 생태계 건설 본문

생태/문화·기술로서 자연

<웨이킹 마스>와 자연 생태계 건설

OneTiger 2018. 10. 28. 18:33

[각종 화성 생명체들의 상호 작용을 지켜보는 리앙 박사.]



비디오 게임 <웨이킹 마스>는 생태계 탐사 모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리앙 박사를 조종하고 화성 동굴을 탐사해야 합니다. 화성 동굴에는 미지의 식물들과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화성 동굴은 아직 활기차게 살아있지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리앙 박사를 이용해 화성 식물들과 동물들을 깨우고, 생물 다양성을 늘리고, 생물양을 늘려야 합니다. 생물량이 어느 수준에 도달한다면, 살아있는 벽은 사라질 테고, 리앙은 다음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처럼, 화성 식물들과 동물들은 서로 상호 작용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그런 상호 작용을 퍼즐처럼 엮고 묶고 풀어내야 합니다. 따라서 <웨이킹 마스>는 일종의 생태계 퍼즐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어떻게 어떤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들과 상호 작용하는지 밝히고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식 동물들이 어디로 몰리는지, 어떻게 포식 식물이 거기에 반응하는지, 수분 씨앗을 쏘는 식물이나 화염 폭발 씨앗을 쏘는 식물이 다른 식물들이나 동물들에게 무슨 피해를 입히는지…. 게임 플레이어는 이런 것들을 조사하고 이를 생태계 퍼즐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 생태계 퍼즐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심파크>나 <타이토 에콜로지> 같은 일반적인 생태계 게임과 달리, <웨이킹 마스>는 횡스크롤 플랫포머를 이용해 생태계 퍼즐을 만들었어요. 인디 게임이기 때문에 <웨이킹 마스>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발상이나 생태계 상호 작용은 나름대로 기발합니다. 생물 다양성과 먹이 그물망을 좋아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게임은 모두에게 똑같은 재미를 선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인벤>에서 어떤 기자는 <웨이킹 마스>가 별로 재미있지 않은 게임이라고 비평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전투가 없기 때문에?


사실 <웨이킹 마스>에는 흔한 전투 하나 없습니다. 육식 식물들은 있으나, 리앙은 이것들을 쉽게 회피할 수 있고, 구태여 싸울 이유는 없어요. 아예 리앙에게는 무기가 없습니다. 리앙은 육식 식물들에게 씨앗들을 미끼로서 던지고 육식 식물들을 피할 수 있어요. 리앙은 그저 회피할 수 있을 뿐이고 싸우지 못하죠. 하지만 전투가 없다고 해도, <타이토 에콜로지> 같은 게임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웨이킹 마스> 역시 그런 재미를 선사할 수 있어요. 만약 이런 게임이가 재미없다면, 그건 게임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뭔가를 주도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자연 생태계를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화성 동굴 생명체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관리하고, 조성합니다. 여러 비디오 게임들, 특히, 일반적으로 인기를 끄는 여러 액션 및 전략 게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액션 게임이나 전략 게임에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게임 플레이어는 계속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상대를 먼저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상대는 게임 플레이어를 궁지에 몰아넣고 처치할 겁니다. 액션 게임이나 전략 게임과 달리, <웨이킹 마스>에는 그런 긴장이 없습니다. 어쩌면 어떤 게임 플레이어는 <웨이킹 마스>를 <심시티> 같은 건설 게임과 비교할지 모르겠습니다. <웨이킹 마스>에서 리앙 박사는 자연 생태계를 '건설'해야 합니다. 하지만 <웨이킹 마스>는 <심시티> 같은 건설 게임과 다릅니다. 건설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명령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명령할 때마다, 건설 게임은 척척 건물을 짓고, 도로를 깔고, 발전소를 세웁니다.


하지만 <웨이킹 마스>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명령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명령한다고 해도, 자연 생태계가 명령을 따르나요? 임금 노동자는 명령을 따릅니다. 반면, 다시마와 장수거북은 명령을 따르지 않죠. 인간은 오직 다시마와 장수거북을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화를 내고 크게 외친다고 해도, 장수 거북은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겠죠. 인간은 오직 자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벤> 기자는 <웨이킹 마스>가 재미없다고 느꼈을지 몰라요. 싸우는 긴장이 없고, 인간이 명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스스로 번성하기 때문에, 그게 인간을 넘어서는 원대함이기 때문에, <웨이킹 마스>는 감동적입니다.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게임 플레이어가 명령하지 못하는 게임이 답답하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비디오 게임 속에서 게임 플레이어들은 마음껏 캐릭터를 조종하거나 유닛들에게 명령하고 싶어할 겁니다. 그것 때문에 비디오 게임은 재미있겠죠. 게임 플레이어가 조종하고 명령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심시티>와 달리, <웨이킹 마스>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자연 생태계에게 명령하고 조종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게임 플레이어는 함부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못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웨이킹 마스>는 일반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의 상호 작용을 지켜보는 과정은 즐겁고 감동적입니다. 비록 <웨이킹 마스>가 단순한 인디 게임이라고 해도, 그런 과정은 즐겁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한다면, 저는 이 게임을 6살짜리 꼬마 여자 아이에게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아이는 여러 동굴 생명체들 중에서 Cycots가 가장 신기하다고 말했어요. Cycots는 일종의 꿀벌 같습니다. 이것들은 둥지들을 생성하고, 씨앗들을 모으고, 새로운 개체들을 키웁니다. Cycots가 있는 구역에 리앙이 들어간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이것들이 부지런히 씨앗들을 수집하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도, Cycots들은 부지런히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씨앗들을 모으고, 그걸 다시 둥지로 가져오고, 씨앗을 찾기 위해 다시 사방을 떠돕니다. 6살짜리 아이는 동물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번성하는 광경이 신기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생명 현상은 신비롭죠. 생명 현상은 엔트로피를 구축하고 번성합니다. <웨이킹 마스>가 진화를 직접 구현했다면, 이 게임은 생명 현상을 훨씬 원대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자연 생태계를 관찰하는 재미는 그런 것입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자연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변 자연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인류가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유리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말할지 몰라요. 저는 그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게 가능할까요?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무조건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싹 바꿔야 하나요? 그 자체로서 생물 다양성은 위대한 유산입니다. 우리에게는 이걸 없앨 권한이 없어요. 설사 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한다고 해도, 우리는 소행성이나 우주 정거장이나 궤도 거주지에 야생 보호 구역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겠죠. 그렇게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관찰할 때, 우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겠죠. <웨이킹 마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웨이킹 마스>는 단순한 게임이나, 얼마나 생물 다양성이 아름다운지 보여줄 수 있고 우리가 자연 생태계를 건설하는 재미를 보여줄 수 있어요. 생명체들은 주변 환경을 바꾸고 끊임없이 번성합니다. 이 우주에서 오직 생명체들만 의도적으로 화학적인 질서를 조성할 수 있고 엔트로피를 구축할 수 있죠. 그런 기반 위에서 꾸준히 생명체들은 머릿수를 늘립니다. 비록 단순하다고 해도, 6살짜리 아이가 Cycots를 신비롭게 느낀 것처럼, <웨이킹 마스>는 그걸 구현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리앙 박사를 통해 그런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요. 이야, 얼마나 멋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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