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압주>의 유일한 아르켈론과 장수 거북들 본문
[유일한 아르켈론과 함께 고대 바다 입구를 헤엄치는 주인공 잠수부.]
비디오 게임 <압주>에서 주인공 잠수부는 다양한 해양 동물들을 만닙니다. 해양 생물 다양성은 <압주>가 자랑하는 가장 큰 볼거리일 겁니다. 작은 심해 문어부터 거대한 흰긴수염고래까지, 잠수부는 크고 작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압주>는 고대 생명체들을 선사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신비로운 고대 바다에서 아노말로카리스나 플레시오사루우스나 둔클레오스테우스 같은 해양 동물들과 공룡 뼈대를 구경할 수 있죠. 그것들 중에서 아르켈론 역시 존재합니다. 아르켈론은 거대한 고대 거북이죠. 아르켈론은 가장 대중적인 고대 거북들 중에서 하나일 겁니다.
희한하게도 다른 고대 동물들과 달리, 이 게임 <압주>에서 아르켈론은 오직 한 마리만 존재합니다. 어림하기 힘들 것처럼, 다른 고대 해양 동물들은 여러 마리가 존재하나, 아르켈론은 오직 한 마리만 존재합니다. 이 게임에서 오직 한 마리만 존재하는 해양 동물들은 많지 않습니다. 왜 게임 제작진이 아르켈론을 오직 하나만 집어넣었을까요? 왜 아르켈론들이 많지 않을까요? 저는 자세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압주>는 아르켈론이 특별한 동물이라고 취급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아는 고대 해양 파충류들 중에서 아르켈론이 가장 유명한 거북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바다 괴수처럼 보이기 때문에 고대 해양 파충류들은 꽤나 유명합니다. 하지만 다들 어룡이나 수장룡이나 바다 도마뱀입니다. 그들과 달리, 아르켈론은 거북입니다. 그래서 아르켈론은 좀 더 특별하고, <압주>는 그 점에 주목했는지 모릅니다. 이는 그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압주>에서 아르켈론이 신비하고 우아한 동물입니다. 다른 해양 파충류들과 달리, 거북들은 묵직한 등껍질을 짊어졌고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합니다. 그것 때문에 바다 거북들은 다소 유순하거나 장엄하거나 귀엽게(?) 보입니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이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인간 중심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압주>를 플레이한다고 해도, 그건 바다 거북들을 착취하거나 오염시키지 않을 겁니다. 그런 시각으로 게임 플레이어들이 바다 거북들을 감상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는 없겠죠. 바다 거북들 중에서 아르켈론은 가장 큰 종류이고, 폭은 4m를 넘어갑니다. 뼈대가 상대적으로 가벼웠기 때문에 아르켈론은 빨리 헤엄칠 수 있었고 어쩌면 모사사우루스를 쉽게 회피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는 아르켈론이 모사사우루스를 언제나 쉽게 피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모사사우루스는 가장 포악한 해양 포식동물이었을지 모르고, 아르켈론은 그런 포식동물을 피하는 나름대로 유능한 생존자였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커다랗고 날카로운 부리 덕분에 그들은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겠죠.
아르켈론이 모두 멸종했기 때문에, 고대 생태계 다큐멘터리나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라면, 우리는 아르켈론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압주>에서 아르켈론을 봤을 때, 고대 거북 팬들은 좀 더 반가웠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고대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아르켈론은 잠수부를 환영하는 역할인지 모르죠. 아쉽게도 현대 바다에는 아르켈론이 존재하지 않으나, 그것들과 비슷한 거대 거북들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은 장수 거북들이죠. 뼈대 위를 가죽질 피부가 덮었기 때문에 아르켈론과 장수 거북은 서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아르켈론이 장수 거북의 직접적인 선조였을까요? 그건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똑같이 가죽질 등껍질을 보유했다고 해도, 장수 거북은 아르켈론과 다릅니다. 등껍질에는 여러 세로 줄들이 융기했습니다. 이런 융기들은 몸을 안정시키고, 물이 잘 흐르게 하고, 헤엄치는 속도를 높입니다. 장수 거북들은 거대한 두 앞다리로 우아하게 헤엄칠 수 있고, 하루 종일 열심히 해파리들을 먹어치울 수 있죠. 종종 장수 거북들은 500kg을 넘어갑니다. 커다란 덩치와 가죽질 등껍질과 우아한 헤엄 덕분에 장수 거북들은 꽤나 신비롭게 보입니다. 어쩌면 이는 그저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할지 모르죠. 하지만 다들 장수 거북이 독특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겁니다. <압주>에도 장수 거북들이 등장합니다. <압주>는 장수 거북을 우아한 동물보다 귀여운 동물로 그리는 것 같군요.
생태학 서적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주저하지 않고 장수 거북에게 한 장을 할애합니다. 이 책은 뭔가 권위적인 기준을 세우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독자는 왜 저자가 장수 거북을 꼽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장수 거북은 파충류이나, 체열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가운 바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장수 거북은 꽤나 깊이 잠수합니다. 항유 고래처럼 초인적인 잠수 실력을 자랑하지 않으나, 장수 거북은 4족 척추 동물들 중에서 깊은 물 속에 들어가는 종류입니다.
저자는 장수 거북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으나, 무사히 행성적인 재난을 피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해변에서 우리가 장수 거북을 지켜보는 것처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역시 장수 거북을 지켜봤을지 모릅니다. 티-렉스는 멸종했으나, 그 이후에도 장수 거북들은 꾸준히 바다를 헤엄쳤습니다. 장수 거북들이 꽤나 번성했기 때문에 옛날 뱃사람들은 억지로 거북들을 헤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과거 항해 기록들은 장수 거북을 비롯해 바다 거북들이 정말 많았다고 진술합니다. 문제는 장수 거북들이 심각한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설사 장수 거북들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기후 변화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지 모릅니다.
장수 거북들은 또 다시 행성적인 재난을 피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다면, 장수 거북들은 아르켈론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건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초래하는 원인을 우리가 깨뜨리는 방법입니다. 그걸 깨뜨리고 싶다면, 우리는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막대한 생산 수단을 차지하고 함부로 대량 생산 체계를 가동한다면, 평등한 관리 따위는 절대 존재하지 못하겠죠. 만약 장수 거북이 멸종하고 우리가 장수 거북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압주>의 아르켈론처럼, 장수 거북 역시 과거 바다를 헤엄칠지 모르죠. 이게 너무 비약적인 상상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은 장수 거북이 사라지지 않기 바랄 겁니다. 사적 소유라는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이렇게 우아한 동물들이 사라진다면, 그건 너무 어리석고 커다란 손실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