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운동권 사람들이 오만하고 무례하다는 시각 본문
이른바 운동권 사람들은 오만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일 겁니다. 첫째, 운동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지배 계급에게 끌려다닌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배 계급(자본가 계급)은 지배적인 관념을 형성하고, 사람들은 그런 관념을 받아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이익을 옹호합니다. 구태여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가 자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지배 계급의 관념입니다.
오직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는 자본이 됩니다. 사회 구조가 자본주의를 벗어난다면,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는 자본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산 수단이 되겠죠.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들은 공장이나 토지가 생산 수단이 아니라 자본이라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은 이런 교과서를 배우고, 생산 수단이 무조건 자본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자본가가 생산 수단을 차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연히 돈이 돈을 번다고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게 잘못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들 지배 계급에게 세뇌를 받습니다.
만약 운동권 사람들이 그게 세뇌라고 지적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화를 낼 겁니다. 당연히 그들은 감정이 상한다고 느낄 겁니다. 누가 자신이 세뇌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원하겠습니까. 자신의 인생이나 관념이 세뇌에 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사람들은 화를 내고 불쾌하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생각해본다면, 이건 절대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사회 구조가 삐뚤어졌기 때문에, 지배 계급이 계속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우리는 저도 모르게 그런 왜곡과 세뇌를 받아들입니다. 그건 피지배 계급의 잘못이 아닙니다. 세뇌는 폭력입니다. 세뇌는 지배 계급의 폭력이죠.
피지배 계급은 폭력의 피해자입니다. 피해자가 되는 것이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가요? 왜 그게 수치가 되어야 하죠? 우리에게는 수치를 느끼거나 화를 낼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세뇌를 깨달았다면, 피지배 계급은 함께 지배 계급에게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 역시 이런저런 소리들을 떠듭니다. 하지만 한때 저 역시 세뇌를 깨닫지 못했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저 역시 인류가 자연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20억의 빈민들에게 자연 환경을 파괴할 여력이 있겠습니까?
그렇게 저는 수많은 빈민들을 모독했고 무시했고 차별했습니다. 그건 분명히 비극적인 현상이나, 저는 그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세뇌를 받았을 뿐입니다. 왜 제가 화를 내거나 부끄러워 해야 할까요? 잘못한 쪽은 제가 아니라 삐뚤어진 사회 구조입니다. 자본주의 체계가 우리를 세뇌시키기 때문에 피지배 계급은 더욱 약한 피지배 계급을 차별합니다. 잘못한 쪽은 피지배 계급이 아닙니다. 잘못한 쪽은 자본주의 체계입니다. 하지만 운동권이 이런 현상을 지적할 때, 사람들은 이게 자신들을 모독하는 지적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를 내고 운동권이 오만하다고 말하죠.
게다가 사람들은 운동권이 자신들을 가르치려고 애쓴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운동권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운동권 사람들은 성급하게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여깁니다. 그런 태도는 많은 갈등들을 일으킬 수 있죠. 문제는 세뇌를 깨뜨리는 과정이 절대 짧고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유일하게 옳다고 배웁니다. 그건 고정 관념이 되고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동권이 억압적인 사회를 설명할 때, 그런 설명 역시 길어지고 복잡해집니다. 쉽고 짧게 자본주의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런 설명은 꽤나 편리하겠죠. 하지만 그런 설명은 다른 오해들을 부를 겁니다.
이 세상에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수많은 주장들이 있습니다. 운동권이 짧고 쉽게 설명한다면, 사람들은 운동권보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수많은 주장들을 믿을 겁니다. 운동권은 그것들을 반박해야 하고, 따라서 설명은 길어지고 복잡해집니다. 필연적으로 운동권은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애씁니다. 운동권은 (적어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지식들을 쌓습니다. 운동권은 그런 지식을 모두 풀어놓기 원하고, 그래서 그들은 교조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 교조적이거나 잘난 척하는 운동권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하지만 운동권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이유는 그렇게 지배적인 관념이 넓고 견고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논의하는 숱한 주제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의존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된 화제들은 자본주의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나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취업이나 집값이나 환경 오염이나 침략 전쟁을 떠들 뿐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권은 숱한 오해들을 일일이 반박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느라 애씁니다. 그래서 운동권은 오만하게 보이겠죠.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비롯해 좌파적인 대안들이 옳다고 믿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사람들을 세뇌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운동권이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외칠 때, 사람들은 사회주의 역시 나쁘다고 반박할 수 있어요. 운동권이 사회주의에 계속 매달리고 그걸 강조한다면,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독단적이라고 이야기하겠죠. 이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겠죠. 이 블로그는 생태 사회주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하지만 생태 사회주의가 정말 옳을까요? 정말 생태 사회주의가 환경 오염을 제대로 설명할까요?
솔직히 저는 생태 사회주의가 무조건 옳다거나 생태 사회주의가 제대로 환경 오염을 설명한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생태 사회주의 역시 그저 형이상학적인 헛소리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생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사회주의가 밑바닥 계급에게 가장 많이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밑바닥 계급, 착취와 수탈과 오염, 제국주의, 약자들의 저항과 해방, 구조 속에서 약자가 되는 개인…. 이런 것들은 사회주의에서 비롯한 개념들입니다. 사회주의 이외에 무슨 사상이 이런 것들을 논의할까요? 그래서 저는 생태 사회주의를 지지합니다.
이렇게 운동권을 향한 오해들은 세 가지가 있을 겁니다. 첫째, 운동권은 사람들이 세뇌를 당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부끄럽다고 여길 이유는 없습니다. 잘못은 피지배 계급이 아니라 자본주의에게 있습니다. 둘째, 운동권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교조적인 태도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쉽고 짧게 설명할 수 있다면, 운동권 역시 교조적인 태도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제발 자본주의를 가지고 황금 만능주의 운운하지 맙시다. 중세 시대에 화폐가 없었나요?) 셋째, 사회주의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가장 많이 밑바닥 계급을 언급하고, 따라서 사회주의를 지지할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겁니다.
저는 운동권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운동권에게는 엄청난 문제들이 있습니다. 운동권 역시 성 차별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죠. 운동권이 거의 소멸했다고 해도, 좌파들은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성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운동권이 오만하다는 시선이 오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풀기 바랍니다. 설사 운동권이 정말 오만하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인성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일 겁니다. 그들이 논리적으로 주장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