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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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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판타지/장르 정의

왜 사람들은 환상 소설을 추구하는가

OneTiger 2017. 9. 9. 20:00

소설 <에코토피아 뉴스>를 일종의 환상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상한 세계(미래)를 여행합니다. 이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 비일상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에코토피아 뉴스>는 환상 문학에 속할 겁니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SF 소설보다 사상/철학 서적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환상 문학적인 면모를 간과하지 못하겠죠. (게다가 <붉은 별>처럼 정말 SF 소설이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소설도 있고요.)


윌리엄 모리스는 여러 환상 소설들을 썼고, 저는 이것들이 후대에 영국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환상 소설들을 쓰는 작가답게 윌리엄 모리스는 <에코토피아 뉴스>에서 '이상한 왕국'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추구하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과 부대낍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소설을 쓰거나 이야기를 읽을 때, 비일상적인 요소들을 추구하고 거기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왜 사람들은 환상적인 요소들이나 비일상적인 요소들을 추구할까요? 왜 거기에서 매력을 느낄까요?



<에코토피아 뉴스>는 딱 부러지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경향이 있다고 말할 뿐입니다. 어쩌면 윌리엄 모리스 본인도 그걸 잘 몰랐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비평가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좋아하는지 연구했죠. 가장 흔한 대답은 현실 도피일 겁니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을 때 복잡하고 힘든 현실을 잠시 잊기 바랍니다. 독자들은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모험을 원하고, 소설을 읽는 동안 복잡한 현실을 잊기 원합니다.


만약 소설이 복잡하고 힘든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다면, 독자는 소설을 읽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구태여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겠죠. 이미 독자가 힘든 현실에서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환상 문학은 일종의 피서지나 휴가가 될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일행은 기묘하고 신기한 세계를 방문합니다. 온갖 비인간적이고 비일상적인 요소들이 널렸습니다. 독자는 주인공 일행과 함께 그런 것들을 접하고, 잠시 시름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상 문학은 휴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휴식이 너무 길어진다면, 독자는 현실보다 환상만을 추구하겠죠. 그래서 어떤 비평가들은 환상 문학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아이들이 불량 식품을 사먹는다고 걱정하는 학부모들과 비슷하죠. 심지어 환상 문학을 선호하는 비평가가 다른 환상 문학을 비판합니다. 가령, <반지 전쟁>을 좋아하는 비평가가 <스타 트렉>을 깝니다. <스타 트렉>과 트레키들이 너무 현실 도피적이라는 뜻이죠. 솔직히 이런 광경을 보면, 좀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어떻게 <반지 전쟁>이 <스타 트렉>에게 현실 도피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어처구니가 없어요. 솔직히 중세 계급이나 찬미하는 <반지 전쟁>보다 계급과 종족이 없는 사회를 묘사하는 <스타 트렉>이 훨씬 현실적이고 전복적일 겁니다. 어쨌든 이런 사례들은 환상 문학이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증명하는 듯합니다. 많은 독자들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일상적인 요소들을 찾을 테고, 그래서 환상 문학을 읽을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그런 독자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기괴하고 이국적인 공간들을 구상하겠죠.



하지만 그런 이유만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사실 <에코토피아 뉴스> 역시 환상 문학이지만, 비일상적 요소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어쩌면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에코토피아 뉴스>가 너무 유토피아적인 사회주의라고 비판할지 모르나, 분명히 이 소설은 현실에 깊이 발을 담갔습니다. 이 소설은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만약 이랬다면? 만약 인민들이 생태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다면? 인민들이 생태 사회주의적으로 살아간다면?


이건 사고 실험입니다. 현실에 기반한 사고 실험이죠. 이런 사고 실험을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만 아니라 자연 과학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허버트 웰즈나 쥘 베른이 추구한 사이언티픽 로망스이고요. 흔히 사람들은 환상 문학이 현실에서 도망친다고 생각하나, 사이언피틱 로망스는 현실을 확장합니다. 이런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사람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멀리 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런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현실이라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이념에 매달릴지 모르죠.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를 모두 좋아합니다. 저는 환상 문학이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긋지긋한 대도시를 떠나 저 머나먼 낯선 세계로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곳은 흥미롭고 신기하겠죠. 한편으로 저는 현실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주류적이고 지배적인 이념에만 너무 매달립니다. 하지만 인류는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더 멀리 바라볼 때, 더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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