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압주>와 미래의 생태계 관광 본문
<압주>는 해양 생태계를 탐험하는 비디오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잠수부가 되고, 울창한 해초 숲부터 해저 유적을 거쳐 극지 바다까지 다양한 장소를 여행합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해양 생물들을 만나고, 돌고래 떼와 함께 뛰어놀거나 쥐가리오리를 타고 다니거나 바다거북의 유영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비디오 게임으로 즐기는 해양 생태계라고 할까요. 거대하고 역동적인 수족관을 체험하는 기분이 듭니다. 각종 동물들의 모습을 자세히 고증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런 게임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하곤 합니다. 흔히 생태계 게임은 교육에 쓰이는데, <압주> 역시 그런 게임들처럼 교육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연 과학 서적이나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도 좋지만, 이런 게임도 아이들에게 풍성하고 놀라운 생태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죠. 적어도 동물원에서 우리에 갇힌 불쌍한 동물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게임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게임이나 영상은 앞으로 더욱 발달하겠죠. 지금도 증강 현실 기기는 꾸준히 발달하는 중이고, 이미 사람들은 비디오 게임을 이용해 실감 나는 가상 세계를 만끽하는 중입니다. 미래에는 <압주>보다 훨씬 진짜 같은 해양 생태계를 탐험하는 게임이 등장할 겁니다. 호주로 떠나지 않아도 사람들은 증강 현실 기기를 이용해 대보초의 압도적인 장관을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증강 현실 게임이 실제 자연 생태계를 대신할지 모르죠. 미래에는 수많은 자연 생태계가 사라질 테니까요. 미래학자 요르겐 렌더스는 산업이 계속 발달하고 도시가 늘어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면 자연 생태계는 그만큼 사라질 테고, 이상 기후와 폐기물 투척은 생태계 파괴를 더욱 가속화하겠죠. 요르겐 렌더스는 발달된 영상 매체가 자연 생태계 관광을 대신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실제 해양 생태계는 사라지고, <압주> 같은 게임에만 남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건 미래학자의 예측일 뿐입니다. 예측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죠. 하지만 현재의 생물 다양성 감소와 환경 오염을 고려하면, 저런 예측이 그저 예측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걸 막고 싶다면, 지금부터 뭔가 바꿔야죠. 산업 자본주의의 생태계 파괴를 막고 싶다면,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