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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생태계 게임의 교육적 감성 본문

생태/문화·기술로서 자연

생태계 게임의 교육적 감성

OneTiger 2017. 3. 14. 20:00

[게임 <타이토 에콜로지>의 홍보 스크린샷. 이런 게임들은 감옥 같은 동물원보다 훨씬 나을지 모르죠.]



1996년의 <심파크>부터 2003년의 <오퍼레이션 제네시스>를 거쳐 2016년의 <타이토 에콜로지>까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사파리 게임은 꾸준한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비록 이런 게임들은 블록버스터처럼 흥행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비디오 게임 세계의 한 구석에서 자기 자리를 고수했어요. 이런 게임들의 특징 중 하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자주 쓰인다는 겁니다.


생태계 게임이나 사파리 게임은 자연 동식물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 해당 동식물에 관한 정보를 설명해야 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는 도중, 이런저런 동물과 식물의 습성을 살펴볼 테고, 이게 자연스럽게 생태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죠. <타이토 에콜로지>를 보면, (심지어 게임 플레이와 별 상관이 없음에도) 각종 동물, 식물, 균계의 수명, 행동, 서식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걸 공부한다고 해서 게임을 더 잘하지 않겠으나,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는 도중 저런 설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요. <오퍼레이션 제네시스>처럼 볼거리 위주의 게임도 기본적인 생태 설명을 빼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게임이 가상의 생태계를 다룬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생태계 순환 원리를 구현하기 마련입니다. 가령, <어스텅>은 실제 생물이 아니라 외계의 버섯이나 절지류를 묘사하지만, 기본적인 생태계 순환을 구조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게임을 하면, 왜 포식자가 필요한지, 왜 인류가 자연계를 함부로 조절할 수 없는지, 어떻게 생물들이 번영하거나 붕괴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생태학 서적을 읽는 것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느낌이 다르죠. 아무래도 책을 읽는 것은 쌍방향 소통이 아니니까요. 본인이 직접 그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어야 뭔가를 피부로 느끼겠죠. 직접 생태계를 체험하는 것이 제일 좋겠으나, 그럴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디오 게임은 쉽고 편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런 게임의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생태학 서적 등과 연관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입니다. 게임만으로 생태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게다가 게임이 고증에 신경을 안 쓸 수도 있고, 액션이나 전투만을 강조할 수도 있죠. 동물들끼리 싸움을 시키거나 죽이는 게임들도 많으니까요. 이게 정말 동물 생태를 구현했는지 아니면 동물을 빙자해 피범벅 싸움을 즐기는지, 구분이 안 가는 게임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생태계 게임이나 사파리 게임에 붙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라는 딱지가 괜히 붙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동물원처럼 진짜 동물을 가두고 억압하는 것보다 동물원 비디오 게임이 훨씬 낫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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