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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의 미덕과 위기 본문

생태/동물들을 향하는 관점

생선의 미덕과 위기

OneTiger 2017. 2. 10. 12:27

소설 <해저 2만리>를 보면,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 승무원들은 해물만 먹습니다. 네모 선장은 육지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침략을 증오하고, 그래서 일부러 육지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덕분에 노틸러스 불청객 아로낙스 일행도 해물만 먹게 되었죠. 네드 랜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만이 많았고요. 하지만 어쨌든 노틸러스에 식량이 끊길 일은 없었습니다. 네모 선장은 바다를 자기 목장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네모 선장이 따로 바다 목장을 관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차피 네모 선장이 관리하지 않아도 바다는 풍부한 식량을 공급하니까요.


실제로 물고기는 예전부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고 합니다. <슈퍼 피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선이 인류의 동물성 단백질을 책임졌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낚시가 사냥이나 농사보다 덜 위험하고 노동 집약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로에도 나름대로 위험이 있고 장애가 있겠으나,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보다 물고기를 낚는 것이 훨씬 쉽겠지요. 양식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도 어업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었죠. 어부는 농부와 달리 작물이나 가축을 따로 키우지 않았고, 그저 바닷속의 물고기들을 낚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어업이 만만하고 쉬운 작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비교적 투자 대비 이득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생선은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유럽 역사에 한정되었으나) <대구> 같은 책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현대 산업은 싹쓸이 어업 때문에 문제가 많죠. 아예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들이고, 게다가 그 와중에 식량과 상관없는 각종 동물들도 죽어나간다고 하니까요. (19세기에도 그런 싹쓸이 어업이 문제이긴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업 규제를 외치지만, 글쎄요. 자본주의 체계에서 기업이 기득권 아닙니까. 자본주의 체계를 바꾸지 않고, 기업만 규제할 수 있을까요.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은 그저 허울뿐인 말일 수 있겠죠. 네모 선장이 현대 어업을 본다면, 제국주의가 바닷속까지 침략했다고 노발대발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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