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사회주의 소설 모음집이 나온다면…. 본문
<메타트로폴리스>는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는 소설 모음집입니다. 미래 도시를 묘사하는 여러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죠. 똑같이 미래 도시를 표현해도 각 소설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풍자적인 소설도 있고, 구원자 신화도 있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도 있고,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이버펑크도 있습니다. 이런 소설 모음집의 장점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읽어볼 수 있어요.
<종말 문학 걸작선>도 이런 형식의 모음집입니다. 제목답게 다양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 모였습니다. 어느 소설은 그냥 디스토피아 수준이고, 어느 소설은 정말 암울하기 그지 없는 묵시록입니다. 어느 소설은 아주 짧고 가볍지만, 어느 소설은 굉장히 묵직하고 난해합니다. <시간 여행 걸작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는 시간 여행이지만, 해학적인 판타지부터 광대한 하드 SF까지 여러 하위 장르를 넘나듭니다.
이런 소설 모음집은 하나의 주제가 얼만큼 다양한 갈래로 뻗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주의 SF 모음집이 있다면 어떨까?" 흠, 저는 잘 모르지만, 해외에는 아마 사회주의 SF 모음집도 있을 겁니다. 워낙 별별 SF 소설들이 쏟아지고, 덕분에 온갖 모음집이 넘쳐나잖아요. 괴수 SF 모음집 같은 것도 있습니다. 당연히 사회주의 소설 모음집도 있겠죠. 그리고 그 모음집에서 작가들이 아주 다양한 형식을 늘어놓겠죠.
아마 사람들은 사회주의 소설들이 그냥 사회 체계와 변화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논하는 방법도 다양할 겁니다. <안드로메다 성운>과 <붉은 화성>이 우주 탐사와 사회주의를 결합하거나 <게임의 명수>가 스페이스 오페라인 것처럼요. 켄 맥레오드의 소설들도 있죠. 사회주의 SF 소설이 모두 무조건 무미건조하게 사회 체계나 설명하지 않습니다. 비경 탐험이나 괴수물이 사회주의 담론을 위한 배경이 될 수 있죠.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소설을 썼을 겁니다.
사회주의 SF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드문 편은 아닙니다. 반(反)자본주의 소설까지 합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넓어지겠죠. 마침 아작 출판사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안드로메다 성운>을 출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오오, 드디어 이 책이 나오는군요. 사회주의 모음집 같은 것도 나온다면,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